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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Nov 04. 2019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첫사랑


10대에 첫사랑을 겪은 사람들은 알지도 모른다. 어리고 무지해서 곁에 있는 이 사람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 말이다.


#그 해, 여름 손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매년 여름 손님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엘리오는 방을 양보하고 손님과 화장실을 공유해야만 한다. 올해 찾아온 올리버(아미 해머)는 이상하게도 마음에 든다. 첫인상이 강렬한 탓일까?




저 자신을 잘 아는데 두 개를 먹으면 세 개가 되고 그게 또 네 개가 돼서...



올리버는 자신의 욕망을 달걀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과히 매력적이다.


어깨 근육이 뭉쳤다며 엘리오에게 직접 마사지를

해주는 올리버. 둘의 첫 접촉이었다. 이때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분명한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영화 초반부, 엘리오와 올리버는 각각 여자를 만난다. 그것도 서로의 눈에 띄게 말이다.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미묘한 관계에 불을 지피는 건 이런 자극이 아닐까?




우리 둘이 같이 수영하러 갈래?



별 의미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상대에게 듣는 순간 의미 부여하게 된다.


둘은 수영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에서는 올리버의 시각에서 엘리오를 바라볼 수 있었는데, 17살 소년 엘리오는 가히 매력적으로 비쳤다.


엘리오가 올리버의 수영복에 얼굴을 들이밀던 장면에서 그를 향한 욕망을 엿볼 수가 있다. 그러나 둘 중 누구의 욕망이 먼저였는지는 모른다.




아셨으면 해서요.


결국에 커져버린 마음을 못 참고 먼저 터져버린 건 엘리오다. 어리기에 솔직했고, 대담했고, 무모했다. 올리버의 반응은 예상보다 순수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올리버는 엘리오에 키스를 한다. 둘의 감정선을 처음부터 따라가지 못했다면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 장면이다.


엘리오가 부러워지는 장면이다. 짝사랑하던 사람이 내게 반응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나 자신을 알아


올리버가 달걀에 비유했던 자신의 욕망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한다. 여기서는 달걀이 아닌 엘리오를 향한 욕망을 의미한다.


영화 중반부, 엘리오의 엄마에 의해 올리버가 처음부터 엘리오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공표한다. 은은한 감정선에 따라오지 못했다면 이 부분을 기점으로 영화의 초반부로 되돌아가기를 권한다. 올리버는 엘리오를 처음부터 욕망했다.



#배신자

그날 밤 올리버는 상당히 늦은 시간에 방에 들어온다. 그런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엘리오. 둘의 신경전은 긴장보다는 설렘이 크다. 다음날 엘리오는 마르치아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육체적 관계를 가진다. 오로지 올리버에 대한 속상한 마음에서 비롯된, 속상한 마음을 전가시키기 위한 행위로써.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취하는 행동은 비슷하다.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엘리오와 비슷한 행동을 취한 적이 있다. 여기 나 좀 봐달라고, 어서 질투를 해서 날 좀 가져달라고 말이다.



무니르와 아이작을 대하는 엘리오를 보면 그 시대의 동성커플이 어떤 위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엘리오는 그날 밤 올리버와 첫 경험을 가진다.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영화의 제목이고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대사, 올리버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처음 들을 땐 이해할 수 없는 대사였지만 며칠 사이 영화를 반복해서 감상하다 보니 대사를 공감할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나버렸다.


잠자리를 통해 마음을 확인한 둘이지만 서로에게 남은 시간이 유한함을 알고 아쉬움을 내비친다. 그날 이후 올리버는 자신의 욕망을 멈출 수 없음을 엘리오를 바라보는 눈빛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고, 그의 그런 모습은 매력적이고 섹시하다.


#복숭아

복숭아를 통해 본인도 모르는 욕망을 확인하는 엘리오. 그런 사실을 눈치채고 괜찮다고 위로하는 올리버를 보며 감정선이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영화와 달리 원작 소설에서는 올리버가 복숭아를 먹는다. 노골적이지만 이 장면으로 하여금 둘은 서로에 대한 경계가 사라진다.


밤이 깊고 엘리오와 올리버는 마음을 터놓고 고백한다. 주어진 시간이 짧기에 애절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끝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끝

짧고 강렬한 한여름의 무더위처럼 둘의 사랑도 끝이 다가온다. 내리쬐는 태양빛이 피부를 따갑게 하는 시기는 분명 짧지만, 강렬함 전후로 은은한 더위가 계속해서 괴롭히는 것처럼, 올리버를 향한 엘리오의 마음도 괴롭다. 결국 올리버가 떠날 때가 되고, 둘은 베르가모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임을 인지한 채 떠난 여행은 슬픔보다 슬픈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돌아오는 길, 무너져버린 엘리오는 혼자 가는 것보다는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길을 선택한다. 어머니의 차를 타고 도착한 집에서는 엘리오를 이해하는 아버지가 기다린다. 요즘 시대에도 흔치 않은 부모님의 마음이지만 10대의 소년이 겪은 조금 특별한 사랑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환경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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