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엔 가장 최근 다녀온 다이빙 태국 편을 올리고 싶었는데 정신없는 학기 말을 보내고 정신없이 (진급시험 아닌) 진급시험*을 마치고 한껏 풀어져 뭐 하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다 정신을 차려보니 12월 30일. 통대**에 들어온 지도 1년이 지났다 벌써.
*우리 대학원에는 진급 제도가 있어서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가지고 2학년 진급 여부를 결정해 왔다. 성적이 기준 미달이면 유급해야 함. 2022년 입학인 우리 기수부터 이 제도가 없어진다고 했는데 사실 강제 유급이 사라졌다 뿐 실력이 안 되면 교수님이 휴학을 권유하신다고도 한다. 진급시험을 통과하더라도 2학년 가서 수업을 따라가기 벅차 자진 휴학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통역번역대학원 혹은 통번역대학원. '통으로 하는 번역'을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 통대생을 두고 고3에 비유하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를 가지고 고3이라니 쫌 오바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이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걸로..ㅋ 진짜 통대생활은 그 이후부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시간이 내 멱살을 붙잡고 이리저리 패대기치고 다닌다 싶을 쯤이 통대생활의 시작 아닐까..?
물론 학교마다 특성이 달라서 학교에서 시키는 게 많아 더더더 바쁜 학교도 있다. 우리 학교는 상대적으로 수업 수도 적고 따로 과제도 많지는 않은 편.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적게 해도 되는 건 아니다. 공부할 자료는 끝도 없고 주워도 주워도 주워갈 표현은 아직도 많으며 완벽한 통역이란 없으니 오히려 더 좋은, 더 더 좋은, 또 다른 좋은 통역이 계속해서 나올 여지가 있다. 할 공부가 너무 많고 어려워서 힘든 것과는 다르게 무한을 마주하는 기분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지점이다. 게다가 2년 내에 필요한 수준의 기술을 연마해야 하고 그를 위해 꾸준하고 치열한 훈련을 기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통대 2년 과정은 더욱 혹독할 수밖에.
한창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덕지덕지 너덜너덜해진 다이어리 같은 통대에서의 첫 일 년이 그렇게 갔다. 이렇게 촘촘한 시간을 공유하는 든든한 동기들이 있어 다행, 그리고 예쁘게 눈 내리는 캠퍼스를 담아둘 마음의 여유 정도는 남겨둘 수 있어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