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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파파 Apr 30. 2019

Tinote

2019.04.28, 서울하프마라톤

근 두달 간 연습했던 결과를 보여주는 날이다. 첫 하프마라톤 도전이다. 3월 부터 다시 러닝을 시작하고 매주 빠지지 않고, 아침에 연습을 했다. 매일은 아니지만 3,4월 합계 약 120km를 뛰었다. 4월에만 80km 를 뛰었으니, 이번 하프코스를 완주하면 100km/월 이다. 영환이랑 대근이랑 어메이징 브루어리에서 으쌰으쌰하고 맥주를 마셨는데 벌써 오늘이 대회다.   혼자서 주로 뛰고, 영환이랑 둘이 가끔 뛰었고, 대근이까지 셋이는 한 번 뛰었다. 뛴다는게 이렇게 단순하고 좋은 것이었나? 통계를 보면 마라톤에 입문하는 나이대가 40 > 50 > 30 > 20 라고 한다. 나도 이제 마라톤의 재미를 알아가는 나이라고 할까?

억지로 받아낸 와이프의 응원메시지

대회 당일 아침 긴장을 했는지 화장실을 부랴부랴 갔다가 밖으로 나가니 곧 출발이었다. 준비한 에너지파워젤을 쭉 짜마시고, 에어팟을 끼고 NRC앱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2km까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속도도 못내고(빠르지는 않지만) 러너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달렸다.

참가한 사람들도 제각각 이었다. 일단 러닝크루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서로 응원도 많이 해줘서 보기좋고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중장년층 크루...라기보다는 아식스를 많이 신으신 동호회 선배들도 서로 발을 맞추며 달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시각장애인 러너와 함께 서로 손에 줄을 달고 뛰는 2인1조 선수들도 종종 보였다. 어린 여자아이들도 있었고(10km 코스도 있었기에, 10km도 상당히 긴 코스다) 백발의 러너도 있었다. 이렇게 남녀노소가 다양하게 즐기는 스포츠가 또 있을까?

준비물 인증샷

러너들은 5km부근 부터 각자의 속도와 컨디션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영환이랑 나는 5분20초 대로 약간 평소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대회빨을 받은 것이다! 급수대에서 목을 축이고, 마포대교를 건너 강남으로 진입했다. 여의도 부근까지 와서 10km에 출전한 러너들이 반환점을 돈다. 순간 나도 같이 반환점을 돌고 싶었다. 싶을 때 손에 쥐고 있던 두 번째 파워젤을 쭉 짜서 입에 넣었다. 이쯤에서 메탈리카의 Battery 를 지나 X-Japan의 Weekend 가 터져 나왔다. 기타리프에 반응해서 다리가 계속 움직인다. 10km 러너들 고생했어요! 부러워요!

두 번째 급수대에서는 물 대신 게토레이를 집어본다. 터널을 지나 이제 양화대교로 진입하니 탁 트인 한강과 바람에 땀이 흐를새도 없이 말라버린다. 이 때 코스 중간중간에서 응원하던 버스커는 어느새 DJ로 바껴있었고, 트와이스의 Cheer up이 크게 흘러나왔다! 아! 힘이난다~ 흥겨웠다. 내 노래선곡이 잘 못 되었구나.

15km 즈음 상암월드컵 경기장으로 진입했다. 끝이 보이는 듯 했지만 아직 더 남아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부터는 나의 미지의 영역이었다. 난 15km 이상을 뛰어본 적이 없다. 하루키가 특집기사를 쓰기위해 아테네에서 첫 풀코스를 뛴 것 처럼, 난 오늘이 처음이었다. 긴장이 되어서인지 왼쪽 다리가 살짝 불안했다. 여기서 테이핑과 줌플라이가 값을 발휘했다. 고비를 넘겼다. 17km를 넘어서니 반환점을 돌아 오는 러너들이 반대편을 달리고 있었다. 아까 봤던 호흡을 맞춰 잘 뛰던 두 여성 러너들도 옆을 지나 결승선으로 가버렸다.

'15km 즈음 상암월드컵 경기장으로 진입했다. 끝이 보이는 듯 했지만 아직 더 남아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부터는 나의 미지의 영역이었다. 난 15km 이상을 뛰어본 적이 없다. 하루키가 특집기사를 쓰기위해 아테네에서 첫 풀코스를 뛴 것 처럼, 난 오늘이 처음이었다. 긴장이 되어서인지 왼쪽 다리가 살짝 불안했다. 여기서 테이핑과 줌플라이가 값을 발휘했다. 고비를 넘겼다. 17km를 넘어서니 반환점을 돌아 오는 러너들이 반대편을 달리고 있었다. 아까 봤던 호흡을 맞춰 잘 뛰던 두 여성 러너들도 옆을 지나 결승선으로 가버렸다. 이제 곧 반환점이 보이겠군...하' 그런데 계속 뛰어도 뛰어도 반환점은 보이지, 아니 나오지 않고 돌아 나오는 러너들만 반대편 라인으로 스쳐지나갔다. 이 때 멘탈이 살짝 흔들렸다. 에어팟의 배터리도 방전되어(고작 한시간 반 남짓 들었는데...뚜루룽?) 플레이 리스트들도 멈춰버렸다.(다음 곡이 아마 칸예의 'Stronger' 였을텐데...) 진짜 힘들어서 멈추려는 순간 반환점이 보였다. 반환점을 돌았을 뿐인데 기분이 180도 바뀌었다. 반대편을 뛰는 러너들에게 '이제 곧 반환점이 보일거예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 라고 응원의 속마음을 보냈면서 말이다. 20km에는 역시 러닝크루들이 제 크루원들에게 마지막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깃발도 흔들고 확성기로 화이팅도 해주고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응원하고 또 응원받는 일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조금만 오버를 자제하고 조금만 담백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 대회는 그만큼 진지한 것이 라기보다는 Fun Run이 가까운 대회이므로 조 방식이 더 어울린다.

결승선 통과 NRC앱이 01:58:46 초를 알려준다. 목표였던 완주와 두 시간 이내를 모두 만족한 기록이었다!

아침에 못만났던 대근이를 만나고 셋이 서로 축하하며, 각자의 코스를 분석했다. 쥐가 났던 지난 제주 하프마라톤 때와는 달리 컨디션이 대체로 좋았던 영환. 5km를 지나 10km까지 괜히 뛰었나? 하며 빨리 그 분이 찾아왔지만 기록은 우리들 중 가장 좋았던 대근. 그리고 날씨가 다 했다고 날씨를 칭찬한 나. 그렇게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한장 부탁했다.

아직도 우리를 과장님이라 소개하는 조대근 대리

완주메달을 걸고 러닝쇼츠를 입고 지하철로 향했다. 싸이클 탈 때도 그렇지만 열심히 운동한 뒤에 슬리퍼나 반바지 차림은 뭔가 부끄럽지가 않다. 운동부가 된 느낌이랄까? 오는 내내 영환은 '아 오늘 좋았다~:)' 를 연신 내뱉었다. 나도 좋았다. 한 일 분정도 '풀코스도 할 만 하겠는걸?'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데 아직 나는 마라톤이라기 보다는 조깅에 가까운 러닝을 한 것일테지만 인생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멀리 달린 아침이었다!

자 이제 남은 파워젤을 마저 짜먹고 재이랑 놀아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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