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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파파 Jun 01. 2023

Fly Fishing Diary

5월의 어느날 직동리

계류일기(Fly fishing diary)


[Fly Fishing Diary]

무슨 낚시를 또 갔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지난 달 홋카이도 까지 포함하면 올해 나는 총 네번째 계류를 방문했다. (내가 찾은 스폿이 아니라 스승님이 알려준 곳이기에 방문이 맞다.)


이번에는 생각치 못하게 쉬는 금요일이 생겨서(일과 육아)아내에게 이해를 구하고 다녀오게 되었다. 일정은 목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차박을 한 뒤 새벽부터 점심까지 피딩타임에 맞춰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언제가 한번 낚시를 데려가 달라던 친구가 생각나서 급하게 연락을 했더니 마침 쉬는 날이라 함께 가게 되었다.


이제 출발 준비를 위해 아들을 수영장에서 픽업하자마자 저녁을 먹이고(메뉴는 ‘피자스쿨 치즈피자’ 였나?)바로 숙제와 일기쓰기를 단행, 역시 피곤했는지 일기끝남과 동시에 잠들었다. 생각보다 일찍 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잠시 외출했던 아내가 돌아오기를 맞춰 단잠에서 깨어 완전히 충전이 되었다. 이래저래 다시 시간을 보내고 양치를 시키고 밤11시가 되서야 시동을 걸었다.


친구를 픽업하거 편의점을 들려 간단히 먹을것을 사고 기름도 채우고 본격적으로 출발을 하려고 네비를 찍는 순간, ‘와! 여기서 3시간이나 걸려? 이렇게 멀어?‘ 라고 놀란다. 나는 ’응‘ 이라고 짧게 답하고 운전대를 돌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새벽 한시 반이 되어서 가로등불도 없는 곳에 도착했다. 지난 번에 가서 허탕치고 얼굴만 새카맣게 탔던 동남천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직동리로 왔다. 스승님 왈 ’지금 거기 가면 무조건 잡을거에요! 그리고 캐디스! 잘먹어요.‘ 라고 카톡으로 조언과 응원을 보내주신 터였다. 새벽에 간단히 막걸리로 요기를 하고 미리 세팅해둔 차에서 잠을 잤다.

6시에 기상. 여유있게 커피까지 마시는 사치도 부리며 느지막히 7시쯤 조행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로드와 릴을 세팅하고 하류로 향했다. 두 번째 오는 곳이지만 정말 이 곳의 경치는 마치 노르웨이처럼 (안가봄, 갈 예정없음) 참 절경이다.

깨끗하게 정돈 된 도로옆으로 난 샛길을 통해 계류로 진입한다. 검정색 캐디스와 밋지들이 이미 수면위에서 엄청 날아다니고 있었다.

 ‘Match the Hatch'

내 작고 소중한 훅들이 들어있는 훅박스를 열어 최대한 비슷한 훅을 골라 티펫에 묶는다. 하지만 몇 번해도 입질이 없어 눈에 차라리 잘보이는 캐디스를 묶자 싶어서 지난 번 삿포로여행에서 들린 플라이 피싱숍 'Thames' 에서 구매한 것을 골랐다.

내가 빌려준 장화가 붙어있는 웨이더를 입어 멋이 없어 폼이 안난다고 투덜거리던 친구와 번갈아가며 캐스팅을 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작은 소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훅을 날렸다. 순간 물속에 얼굴을 내밀고 훅을 향해 몸을 날리던 산천어와 눈이 마주친 나는...은 뻥이고 그낭 느낌이 와서 로드를 하늘위로 수직으로 치켜 세웠다. 정말 오랜만의 손맛이었다. 물위로 점프를 하는 산천어의 모습은 정말 언제봐도 멋진 장면이다. 나도 흥분했는지 랜딩넷을 까먹고 그냥 냅다 줄을 잡고 산천어를 들어버렸다. 정신을 차린 뒤 등에서 랜딩넷을 꺼내 산천어를 담아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찍어준 영상을 나중에 보니 거의 대물송어라도 낚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나름 살이 통통오른 산천어였다. 파마크가 선명한 꽤 큰녀석이었다.

신나게 인증샷을 찍고 이내 곧 물속으로 보내주었다.

‘Catch and Release'

가끔 지인들이 물고기(그냥 퉁쳐서 물고기라 부른다) 잡으면 회쳐먹냐? 집에 가져오냐? 라고 묻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생선을 만지거나 손질하는 것은 안좋아한다. 그저 손맛을 본 뒤 인증샷을 찍고 다시 물속으로 놓아 줄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좀 더 계류를 탐색하다가 갑자기 흙탕물이 흘러내려와서 더이상 하류에선 낚시가 어려웠다. 아침에 이동 중 주민 분께서 곧 간단한 공사 예정이라 흙탕물이 흘러갈거라 언지를 주신 것이 생각났다. 이동하여 자리를 옮겨 친구가 좀 더 캐스팅 하도록 서포트를 해줬다. 가끔 골프와 비교를 하며 마치 머리 올리러 갈 때 본인도 이렇게 지인들 옆에서 많이 서포트 해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딱 일년 전 스승님이 이곳에수 처음 가이드 조행을 해주신 것이 생각났다.

점심을 먹고 이제 슬슬 가려는데 밥을 하는 동안에도 친구놈은 계속 캐스팅을 하며 계류에 머물렀다. 겨우 불러내 밥을 먹고 더워지기전 마지막 30분 스퍼트 하자고 하고 나는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먼저 내려간 친구의 흥분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어버버버 잡았어~’ (실제로 어버버로 들렸음...흥분한 목소리로 봐주실 바란다.) 급히 뛰어내려가니 아주 예쁜 산천어 한 마릴 걸어올려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첫 조행에 산천어라니!’ 부럽기도 괜히 나도 기분이 좋기도했다.

사이좋게 손맛을 본 뒤 우리는 더 손맛을 보고 싶어 몇 번 더 캐스팅을 했지만, 온도가 올라가서 영 드라이에는 반응이 없었다. 기분 좋게 계류를 뒤로하고 우리는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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