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피싱과 몰입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의 뜻은 재미있는 일이나 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를때 쓰는 속담이다. 해석 앞에는 ‘중요한 일도 잊어버린채’ 라는 설명도 덧 붙어있다.
정말 귀하게 시간을 내어 찾아간 계류에서는 시간을 정말 알뜰하게 써야한다. 보통 나의 경우 날이 잡히면, 하루 전날 늦은 저녁 가족들이 잠든 뒤 새벽에 출발을 한다. 이때 부터 낚시는 시작했다고 보면된다. 세시간 가까이 달려 목적지인 계류에 도착하면 간단히 차박을 하거나(미리 세팅 한 뒤 출발) 새벽녁에 도착해서 간단히 커피와 아침을 먹고 바로 채비를 한다.
보통 여름의 경우 새벽 5-6시에 해가 뜨고 대상어인 산천어들도 활동을 하기 때문에 나도 이시간에 맞춰 탐색을 시작한다. 플라이피싱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때부터는 정말 낚시에만 온전히 집중을 하게된다. 아니 해야한다. 거친 계류를 오르는 것은 기본이고, 훅을 매치 시키기위해 날벌레들을 관찰하고, 라이즈(섭이 활동을 위해 수면위로 물고기들이 올라와 물결이 생기는 현상)가 있는지 수면위를 바라보고, 캐스팅을 하기위한 공간이 나오는지 등등 신경써야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플라이 피싱은 정적으로 보이지만 상당히 바지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산천어의 얼굴을 잠시나만 볼 수 있다.
그리고 반복.
이 순환을 몇 번 반복하고 이어가다보면 정말 몇시간이 훅 지나있다. 계곡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은 아마도 산처어 랜딩에 성공 후(성공을 못하면 휴대폰은 주머니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인증샷을 찍을 때 뿐이다. 그나마 나는 초보이기 때문에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안찍을 수가 없지만, 선배 플라이 피셔분들은 휴대폰 없이 그냥 그 순간을 눈으로 그리고 온 감각으로 즐길듯싶다.
그리고 점심무렵이 되어 해가 중천에 뜨면 물이 데워져서 냉수성 어종은 산천어는 수면아래로 바위틈으로 더 깊숙히 숨어버린다. 나에게도 잡느라 고생했으니 더위를 피하라는 신호와도 같이 다가온다.
계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행동은 많은 에너지와 체력을 요구한다. 누군가는 낚시는 앉아서 찌를 보고 오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플라이 피싱은 그렇지 않다. 체력보충을 위해 점심을 간단히 먹고 때로는 나도 산천어처럼 그늘 밑을 찾아 낮잠을 청하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