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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지 Jan 05. 2021

꿈을 이루기 위한 5년의 노력, 그 끝에 내가 이룬 것

우리가 이루어야 했던 바로 그 것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지난 2020년은 내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지 만 5년이 되던 해였다. 그 때문이었다. 작년 연말 한 해를 마감하며 모두들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지난 5년을 곱씹어 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왠지 그래야만 2021년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015년 겨울, 스물아홉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내 꿈이자 목표는 서른이 되기 전에 첫 책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꿈에 부풀어 의욕이 넘치던 나는 넉넉 잡아 6개월이면 책 한 권을 쓰는 데 충분할 거라 여겼다. 그렇게 책을 내고 작가가 되어 머지않아 꿈을 이루게 될 거라고.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5년이라는, 꽤나 긴 시간이 지나있었다. 내가 꿈꿨던 목표는 여전히 이루지 못한 채로.   


그랬다. 나는 목표했던 첫 책을 출간은커녕 아직 완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실만 놓고 보자면 나는 5년 동안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하지 않은가. 단지 손에 쥘 만한 책 한 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내보일 결과물이 없다는 이유로, 5년간의 노력을 깡그리 부정하는 건.   


사실 나는 매년 연말, 한 해를 돌아보며 여전히 결과물이 없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곤 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나는 내가 실망스럽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에 어렴풋이 어떤 확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히 그동안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확신이. 그게 무엇인지 꼭 알아내고 싶었다.   




지난 5년 간 나는 무얼 이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거라곤 내가 5년 간 끊임없이 쓰고 고친 수많은 글뿐이었다. 컴퓨터를 켜서 보니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이 무려 수천 개가 넘었다. 이 모든 글들이 한 편의 완성된 글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수천 개의 노트 안에는 내가 5년 간 적어 내린 길고 짧은 글들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썼으면서도 내 글이 아니기도 했다. 대부분의 글들이 이제는 더 이상 내 글이라고 할 수 없는, 과거의 글이기도 했다. 치기 어린 시절의 습작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몰랐다. 나는 언젠가부터 그런 과거의 글들을 하나 둘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밀어놓고 있었다. 이제는 꺼내 보일 수도 없는 버려진 글들을 내가 이룬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쓸모없어져 버린 글들을 나는 하나 둘 완전히 삭제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읽기조차 부끄러울 만큼 글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한때 나를 통해 세상에 나왔던 글들을 마지막으로 읽은 뒤 미련 없이 보내주었다.   


백 개쯤 지웠을까. 힘이 들어 잠시 쉬려는 찰나, 나는 문득 깨달았다. 더 이상 꺼내볼 수도 없을 만큼 부끄러운 수천 개의 글, 지난 5년 간 나는 그것들을 쓰고 고치고 버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진짜 내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조금은 부끄럽지 않은, 진짜 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5년 전 내가 처음 쓰려던 책은 당시 유행하던 꿈과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노력하라는 상투적인 메시지를 담은 자기계발서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책이 아니었다. 나는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내 삶을 쓰고 싶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삶을 통해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라는 걸.   


이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진정한 내가 되지 않고서는 나다운 글이 나올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난 5년은 나다운 글을 쓰기 위해 온전히 내가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5년 전 글 쓰는 삶을 살겠다고, 꿈을 이루겠다고 결심했을 때, 사실 나는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한 셈이기도 했다. 이 여정은 우리 삶에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과정이면서도 정작 다른 것에 가려져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한참 지난 뒤에야 내가 무얼 해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아닐까.   


이제 와서 보니 5년 동안, 아니 어쩌면 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는 나를 찾는 소중한 여정 중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이 여정에서 나는 매 순간 충실했고, 종종 꽤나 치열했으며 때로는 한없이 느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나는 늘 진짜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종종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방황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나는 지금 이렇게 진짜 내 삶이라고 할 만한 것을 살고 있었다. 내가 이룬 것은 나였고, 내 삶이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나는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내가 된 나에게서 내게 어울리는 글이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5년 전 목표했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아직 책을 출간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내가 되어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이룬 셈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내 안 더 깊은 곳에 있는 진짜 나를 만나야 하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나는 보다 더 내가 되어가지 않을까. 희망의 바람이 내 등을 밀어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5년 전의 내가 아니다. 내가 어떤 글을 편안하게 쓸 수 있는지, 어떻게 내 목소리와 삶의 태도를 글에 담을 수 있는지, 5년 전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삶을 쓰는 에세이스트였다는 걸 알게 된 지금, 내 마음은 오래전 내게 어울리지 않는 글을 쓸 때와는 비할 바 없이 편안하다.   


이제 내 안에는 조금은 편안하게 나라는 존재가 오롯이 담긴 글을 쓸 수 있다는 담담한 자신감이 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꿈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나는 여전히 조금씩 점점 더 진짜 내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만큼 값진 이룸이 더 있을까. 꿈을 찾고 그것을 이뤄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것, 그것이 가장 값지고 소중한 일임을 요즘 들어 무척이나 실감하는 중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이리저리 흔들리며 그동안 무얼 이뤘는지 몰라 허무한 마음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이 이제껏 겪어낸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단 하나의 진정한 꿈, 바로 진정한 내가 되는 꿈을 이루고 있는 중인 것은 아닐까.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왜인지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 아마도 지금 당신은 자기 자신이 되는 소중한 여정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 그 과정을 오롯이 겪어 내면 어떨까. 그 과정 속에서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면 그때 깨달을 것이다. 그게 바로 당신이 이루어야만 했던 진정한 꿈이었다는 걸.   




당신도 이 아름답고 소중한 꿈을 이루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며.   


2021.1.4 

조은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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