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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빛나 Sep 17. 2015

아름다운 우리나라

온고지신의 실천

교육의 최종 지향점은 '민주시민 양성'이다.

학생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세계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는 배우는데.. 사실 너무나 추상적이다.

"합리적인 사고? 세계민주시민?"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들이 '세계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남미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가장 많이 보고 느낀 건 이런 것들이다.

'옛 문화와 전통이 현대의 것들과 참 잘 어우러져 있구나.'

'이 사람들은 참 여유롭게 행복하게 사는구나.'


페루의 잉카문명은 아직도 사람들의 삶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스페인의 침략이 아니었다면 더 잘 보존되어 왔겠지만, 서구의 침략을 받고도 이들은 자기들의 고유문화에 자긍심를 갖고 그것들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그리고 이들은 절대로 자연을 파괴하여 무리하게 개발하지 않는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에 적응하여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물이 부족하다고 지하수를 파지 않는다. 적은 물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잘 설계된 수로를 만들어 살아간다.

쿠스코에는 물이 흐르는 수로가 도시 곳곳에 많이 있다.

마추픽추라는 엄청난 스케일의 유적지도 일일 입장수의 제한을 두어 매일 200명 내외의 입장만을 허용한다. 마추픽추까지 가는 길도 산세를 빙빙 돌아 올라가는 단 하나의 철도 노선이 전부다. 그게 아니면 직접 걸어 트래킹하는 수밖에 없다. 무척이나 도도하지만 그 안에서 잉카문명에 대한 자긍심, 자연과 그들의 문화를 보존하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매일 200명만 입장할 수 있는 마추픽추
마추픽추로 향하는 유일한 철로와 육로

무엇보다 이들은 도무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처음엔 그게 너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가까운 길을 만들고 더 빠르고 간편한 서비스를 구축하면 훨씬 편하고 좋지 않은가 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빨리빨리 문화 없이도 자신들의 페이스에 맞춰 잘 살아간다. 자연파괴보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살아간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없이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가족들과 그리고 이웃들과 여유롭고 인정 넘치는 삶을 살아간다.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참 많은 볼리비아와 페루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옛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것. 그리고 부유하진 않아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점. 참 부러운 것들이다.


난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좋은 기업에 들어가 부유하게 살아라. 그게 우리나라가 강해지는 방법이다.'

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다.

부강한 나라는 부유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질적 풍요보다도 정신적 풍요와 번영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신적 풍요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는 바로 우리의 전통,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모색함으로써 이룩할 수 있다.

자기자신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다면 타인과 타국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 무조건 서구적인 것, 현대적인 것을 맹목적으로 쫓지 말고, 우리의 것, 우리의 문화에 먼저 관심을 갖고 제대로 들여다 보자. 그러면 자연히 세계도 품을 수 있다.


조금만 둘러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문화가 많은 우리나라다.

여유와 풍류를 즐기던 우리 조상들과 시와 노래와 춤이 깃든 생활상. 오랜 유교 전통으로 이어져온 삼강오륜과 타인를 배려하고 섬기는 자세. 부드러운 곡선과 단정한 오방색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건축물들도 참 많다. 한복은 또 어찌나 곱고 우아한가. 이 외에도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우수한 문화와 전통은 참으로 많다. 이 자랑스럽고 보존해야할 우리의 고유 문화를 제대로 보존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무조건 높은 빌딩을 올리고, 산을 깎아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도로와 철로를 만든다. 최단 시간에 낼 수 있는 최고의 효율이 참 중요한 요즘이다.

그 결과 우린 빠른 시간 내에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물질적인 풍요는 이뤄냈지만, 그에 걸맞는 정신적인 풍요는... 글쎄다.

이웃을 사촌이라고 부르며 품앗이와 두레라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서로를 진심으로 돕던 우리내의 옛 모습은 이젠 찾기 힘들다. 인정이 메마른 각박한 세상에서 미소를 잃은 채 빠르게 돌아가는 현재를 살고 있을 뿐이다.

남미의 사람들이 자기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전통을 잘 보존하면서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김구 선생도 말씀하셨다.

'부강한 나라보다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나라는 높은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기보다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고자 한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이미 높고 새로운 문화를 갖고 있다. 풍류와 여유, 나눔과 배려를 생활화하던 우리의 풍습을 되찾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치고 싶다. 최단시간의 최고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 '높고 새로운' 우리의 문화를 토대로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인류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를 토대로 살고 싶은 우리나라. 아름다운 우리나라. 행복한 우리나라를 만들어나갈 세계 민주시민으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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