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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Jul 28. 2018

균열의 시작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더 상황을 좋게 만들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내가 선택했던 행동들은 전부 악수가 되어 돌아왔다. 제 1 금융권과 거래를 한다는 행복감은 잠시 통장에서 매일매일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우선 이 사업의 가장 큰 원동력은 K가 약속했던 계약에 달려있었다. 포천 1억 4천만 원, 경주 4억 8천만 원, 

그리고 제주도 30억 원. 이 세 개의 계약이 확정적이라고 얘기했기에 우리는 초기 운영비용도 상당히 높게 잡았다. 주변에서 남들이 우려해도 당장 이익이 생기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게 끌고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나는 초반에 과할 정도로 K에게 높은 월급과 비싼 법인차를 지급했다. 그러나 통장을 개설하고 시간은 흐르는데 약속했던 계약들은 체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내 마음은 초조해져 갔고 이때쯤부터 K의 말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또한 K는 지금껏 개인사업자로 일하면서 조직의 룰을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법인사업자로 전환되고 조직이 생긴 이상 보고체계나 규정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우리는 사전에 이 부분에 있어서 충분히 얘기를 했기에 나는 크게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안 그래도 계약이 진행되지 않아 서로 민감해져 있는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일하는 K는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하루하루 통장에서 돈은 빠져나가는데 성과는 없고 보고도 나에게 없으니 나로서는 좋게 보일 리 없었고 그는 자신을 못 믿는 것에 대한 섭섭함과 통제를 받는다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의 심정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조직이 생긴 이상 규율을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나 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수시로 피드백이 되어야 하는데 그 기본적인 게 안되니 나는 답답함을 넘어 분통이 터졌었다.



이렇게 나와 K, 대니가 맺은 도원결의는 불과 한 달 만에 삐걱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해를 넘겨 올 1월 새해가 시작되며 드디어 기다리던 포천과 경주 계약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이때의 기쁨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기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사를 시작하면 

앞으로 계획했던 대로 풀릴 것이라 기대했지만 공사의 시작은 더 큰 균열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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