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가이드 '정식당 / 권숙수 / 밍글스 / 주옥'
요즘 유행이라는 흑백요리사를 보다가 몇년 전에 저장해둔 파인다이닝 후기 글을 발행해본다.
파인 다이닝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건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였다.
2020년 초, 예상치 못했던 전세계적 전염병(코로나19)으로 우리는 해외신혼여행을 취소하고 부득이 서울에 가기로 했다. 문제는 제주에서 제일 먼 서울을 골랐지만 막상 우리 둘에게 서울은 그다지 낯선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쇼핑이나 호캉스 외에 서울을 새롭게 느끼게 할 여행테마가 필요했다.
그러다 '평소라면 가지 못할 고급 식당에 가보기'로 테마를 정하게 되었는데, 단순 '맛집'이어서는 안되고 미쉐린가이드에서 인정받은 식당이라면 그 기준을 충족할 것 같았다.
여러 후기를 찾아본 뒤 최종적으로 선택한 네 곳은 모두 어쩌다 보니 파인다이닝이었다.
파인다이닝은 직역하면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뜻인데 대부분 코스요리로 진행되기때문에 코스요리 식당처럼 여겨지곤 한다. 참고로 소개할 네 곳의 사진은 2020년 봄시즌 메뉴구성으로, 이를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란다.
ㅁ 정식당
- 2020년도 기준 미쉐린 2스타
- 디너 1인 15.0
* 와인페어링 별도
'맛있는 김밥'이 정말 맛있다는 이 곳,
미쉐린 2스타에 빛나는 정식당이다.
예약은 별도 링크를 통해서 진행했고 독립 룸에서 식사를 즐기고자 한다면 별도로 체크해서 예약해야 한다. 다만 상견례정도의 분위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오픈테이블도 분위기가 좋아서 추천할 만하다.
미쉐린가이드-서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2022년 현재 가장 메인이 되는 사진을 이 곳 정식당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도 미쉐린가이드-서울의 상징인 곳이다. 신혼여행 첫 번째 파인다이닝으로 이 곳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코스는 디너 코스.
정식당 2층은 오픈테이블이고, 3층은 개별룸 공간이다. 중간사진의 식전 차는 앞에 놓인 보울의 재료들을 우려낸 차로 알싸한 향이 입맛을 돋구어 주었다. 우측 사진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전채요리인데,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버섯계란찜-새우튀김-땅콩타르트-감태-토마토셔벗-한우카르파치오쌈이다. 계란찜은 버섯향이 잘 우러나와 좋았고 새우튀김은 한 입 베어물었을 때 CF처럼 바사삭-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튀김옷이 훌륭했다. 땅콩타르트와 감태, 토마토 요리는 맛만 보면 임팩트는 없었지만 흥미로웠고, 한우요리는 여러번 먹고 싶을정도로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게 이런거구나!
디너 15.0 코스의 경우 '맛있는 김밥'이 기본 구성에 들어있지 않고 별도의 추가금을 내면 중간에 제공해줬다. 아쉬움 없이 다 맛보고 가자는 취지에 맞게 우리는 '맛있는 김밥'과 '맛있는 명란김밥'을 각각 추가해서 나눠먹었다. 바삭한 김 안에 짜지도 달지도 않게 간이 된 밥. 너무나 맛있었지만.. (이 가격을 주고 굳이..? 라는 생각이 좀 들 수는 있는 맛.) 아스파라거스 구이는 상상한 것보다 더 수분감 있고 식감도 정말 좋았다. 분명 내가 마트에서 사와서 구우면 이렇게 안되던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폰의 배터리와 용량이 급 저하되면서.. 저화질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 당일이었기 때문 ㅠ) 얼핏 평범할 수 있는 식자재로 상상 그 이상의 맛을 내던 정식당.
결혼 축하 서프라이즈까지 완벽했던 저녁이었다..!
ㅁ 권숙수
- 2019년도 기준 3년 연속 미슐랭 2스타
- 런치 테이스팅 코스 1인 10.0
* 페어링 별도(전통주 / 와인 중 선택 가능)
민들레 국수와 전통주 페어링이 매력적이라는
권숙수 런치에 도전했다.
결언니가 꼭 가야하는 맛집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해주었던 곳인지라
제일 기대를 많이하고 갔던 곳.
서울에서 지내는 친정오빠도 함께했다.
동생의 결혼식과 마을잔치(피로연)를 위해 온 몸을 불사른(?) 그였다
호박꽃도 꽃이라고 날 보고 놀리는데 나는 튀김 참을 수없어 너무 맛있어 예옝예옝
말잇못.. 인생 최고의 아스파라거스였다.
우리가 예약한 날은 권숙수의 상징과도 같은 민들레국수 시즌 첫 개시일이었다.
신랑은 아직도 이 날 먹은 민들레국수 얘기를 한다.
담백한 도미회와 탱탱했던 국수면 상큼한 민들레샐러드까지. 처음 먹어보는 맛, 향, 식감이었다.
권숙수는 와인페어링이 참 좋았다.
소믈리에 분께서 설명을 차분하면서도 자세히 해주시는 것도 좋았지만
특히 LASTOPPA의 AGENO2013 페어링은 오렌지와인에 대해서 더 알고싶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밑반찬이 정말 정갈했고 도미로 육수를 낸 국이 정말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 함안농협과의 상생 프로젝트 메뉴로, 수박씨 모양으로 작게 올려진 초콜릿까지 비주얼 200점이었다.
ㅁ 밍글스
- 2020년도 기준 미슐랭 2스타
- 런치
* 와인 페어링 별도
미슐랭 2스타 식당들은 하나같이 청담동에 있었다. 동선때문에 청담동에 이리 오래 상주하게되다니. 못 가보던 곳에 가보자는 신혼여행 취지와 일면 부합(?!)했더란다.
화려한 청담 속 작은 오두막같았던 밍글스.
방문했던 파인다이닝 세 곳 모두에서 아스파라거스요리가 나왔다. 마트에서 볼 때는 그저 스테이크에 곁들여먹는 가니쉬용 야채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단독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전복선은 전복과 배추(선)를 함께 쪄낸 음식인데 제주에서 지내는 동안 먹었던 전복이랑 같은 전복인가 싶을정도로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했다. 단품으로 꼭 추가해서 맛보길 권한다.
화려해보이려고 무리하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원재료 자체의 색감을 충분히 살린 디스플레이.
별도추가 멸치국수. 사실 제주도에서 국수는 정말 흔하디 흔한 음식인데. 깔끔하게 입가심하기에 제격이었다.
된장크림브륄레와 간장에 졸인 피칸, 고추장파우더, 위스키폼을 올린 한국식 디저트
천상의 맛. 밍글스 만만세.
주옥
사실 우리는 미쉐린 2스타를 기준으로 고민하다보니 신혼여행에서 총 세군데의 파인다이닝만을 예약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세 번째였던 밍글스에서의 기억이 정말 좋아서 그날 저녁도 파인다이닝으로 예약하고 제주에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신혼여행은 서울에서 반 / 제주에서 반 보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다른 분야인 이태원쪽 파인다이닝을 가보려고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당일 예약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여기저기 연락하다가 미슐랭 1스타인 주옥을 당일 예약하는 데 성공하였다.
주옥은 최근 이사를 했다고 한다. 3층으로 높지 않은 편임에도 시청과 광장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뷰.
주옥 한 줄평. 맛보다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