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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쁘삐 Oct 12. 2024

맛있는 시간|파인다이닝

미쉐린가이드 '정식당 / 권숙수 / 밍글스 / 주옥' 

요즘 유행이라는 흑백요리사를 보다가 몇년 전에 저장해둔 파인다이닝 후기 글을 발행해본다.




파인 다이닝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건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였다.


2020년 초, 예상치 못했던 전세계적 전염병(코로나19)으로 우리는 해외신혼여행을 취소하고 부득이 서울에 가기로 했다. 문제는 제주에서 제일 먼 서울을 골랐지만 막상 우리 둘에게 서울은 그다지 낯선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쇼핑이나 호캉스 외에 서울을 새롭게 느끼게 할 여행테마가 필요했다.


그러다 '평소라면 가지 못할 고급 식당에 가보기'로 테마를 정하게 되었는데, 단순 '맛집'이어서는 안되고 미쉐린가이드에서 인정받은 식당이라면 그 기준을 충족할 것 같았다.


여러 후기를 찾아본 뒤 최종적으로 선택한 네 곳은 모두 어쩌다 보니 파인다이닝이었다.

파인다이닝은 직역하면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뜻인데 대부분 코스요리로 진행되기때문에 코스요리 식당처럼 여겨지곤 한다. 참고로 소개할 네 곳의 사진은 2020년 봄시즌 메뉴구성으로, 이를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란다.




ㅁ 정식당

- 2020년도 기준 미쉐린 2스타

- 디너 1인 15.0

* 와인페어링 별도

외부에 붙은 정식당의 안내문을 보는 신랑

'맛있는 김밥'이 정말 맛있다는 이 곳,

미쉐린 2스타에 빛나는 정식당이다.

예약은 별도 링크를 통해서 진행했고 독립 룸에서 식사를 즐기고자 한다면 별도로 체크해서 예약해야 한다. 다만 상견례정도의 분위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오픈테이블도 분위기가 좋아서 추천할 만하다.


미쉐린가이드-서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2022년 현재 가장 메인이 되는 사진을 이 곳 정식당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도 미쉐린가이드-서울의 상징인 곳이다. 신혼여행 첫 번째 파인다이닝으로 이 곳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코스는 디너 코스.



정식당 내부모습(좌) / 깻잎으로 만든 식전차(중) / 전채요리(우)


정식당 2층은 오픈테이블이고, 3층은 개별룸 공간이다. 중간사진의 식전 차는 앞에 놓인 보울의 재료들을 우려낸 차로 알싸한 향이 입맛을 돋구어 주었다. 우측 사진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전채요리인데,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버섯계란찜-새우튀김-땅콩타르트-감태-토마토셔벗-한우카르파치오쌈이다. 계란찜은 버섯향이 잘 우러나와 좋았고 새우튀김은 한 입 베어물었을 때 CF처럼 바사삭-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튀김옷이 훌륭했다. 땅콩타르트와 감태, 토마토 요리는 맛만 보면 임팩트는 없었지만 흥미로웠고, 한우요리는 여러번 먹고 싶을정도로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게 이런거구나!


명란+맛있는김밥(좌) / 아스파라거스 요리(중) / (우)

디너 15.0 코스의 경우 '맛있는 김밥'이 기본 구성에 들어있지 않고 별도의 추가금을 내면 중간에 제공해줬다. 아쉬움 없이 다 맛보고 가자는 취지에 맞게 우리는 '맛있는 김밥'과 '맛있는 명란김밥'을 각각 추가해서 나눠먹었다. 바삭한 김 안에 짜지도 달지도 않게 간이 된 밥. 너무나 맛있었지만.. (이 가격을 주고 굳이..? 라는 생각이 좀 들 수는 있는 맛.) 아스파라거스 구이는 상상한 것보다 더 수분감 있고 식감도 정말 좋았다. 분명 내가 마트에서 사와서 구우면 이렇게 안되던데.

익숙한 재료로 놀라운 맛을 내던 음식들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폰의 배터리와 용량이 급 저하되면서.. 저화질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 당일이었기 때문 ㅠ) 얼핏 평범할 수 있는 식자재로 상상 그 이상의 맛을 내던 정식당.


마지막 디저트

결혼 축하 서프라이즈까지 완벽했던 저녁이었다..!




ㅁ 권숙수

- 2019년도 기준 3년 연속 미슐랭 2스타

- 런치 테이스팅 코스 1인 10.0

* 페어링 별도(전통주 / 와인 중 선택 가능)

식사 상이 2단으로 되어있었다.

민들레 국수와 전통주 페어링이 매력적이라는

권숙수 런치에 도전했다.


결언니가 꼭 가야하는 맛집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해주었던 곳인지라

제일 기대를 많이하고 갔던 곳.


서울에서 지내는 친정오빠도 함께했다.

동생의 결혼식과 마을잔치(피로연)를 위해 온 몸을 불사른(?) 그였다

'우리술과 작은 안주를 곁들인 주안상' - 주안상에 올려진 김포전통주는 향이 참 좋았다. 한국인이니까 건배로 시작

호박꽃도 꽃이라고 날 보고 놀리는데 나는 튀김 참을 수없어 너무 맛있어 예옝예옝

'제주산 백아스파라거스와 잣소스' (좌) / '매화아래서' - 두릅을 삼겹살로 말아 토하젓과 함께 먹는 요리 (우)

말잇못.. 인생 최고의 아스파라거스였다.

'들기름에 버무린 민들레국수와 훈연한 도미회'

우리가 예약한 날은 권숙수의 상징과도 같은 민들레국수 시즌 첫 개시일이었다.

신랑은 아직도 이 날 먹은 민들레국수 얘기를 한다.

담백한 도미회와 탱탱했던 국수면 상큼한 민들레샐러드까지. 처음 먹어보는 맛, 향, 식감이었다.

'어육간장 전복구이와 돼지감자장아찌' - 감태파우더로 표현한 미역이라니 귀엽다.


권숙수는 와인페어링이 참 좋았다.

소믈리에 분께서 설명을 차분하면서도 자세히 해주시는 것도 좋았지만

특히 LASTOPPA의 AGENO2013 페어링은 오렌지와인에 대해서 더 알고싶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입가심요리(좌) / '숙성 한우 등심구이'(우)
'그 유명한 떡갈비 구이' (좌) / '도미솥밥과 제철반상' (우)

밑반찬이 정말 정갈했고 도미로 육수를 낸 국이 정말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함안수박: 수박 아이스크림과 수박 그라니타, 박걸리 수박젤리' (좌) / (우)

- 함안농협과의 상생 프로젝트 메뉴로, 수박씨 모양으로 작게 올려진 초콜릿까지 비주얼 200점이었다.



ㅁ 밍글스

- 2020년도 기준 미슐랭 2스타

- 런치

* 와인 페어링 별도


인테리어가 가장 단아했던 밍글스.

미슐랭 2스타 식당들은 하나같이 청담동에 있었다. 동선때문에 청담동에 이리 오래 상주하게되다니. 못 가보던 곳에 가보자는 신혼여행 취지와 일면 부합(?!)했더란다. 


화려한 청담 속 작은 오두막같았던 밍글스.

신랑은 새로운 곳에 오면 공간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편이다. 미어캣형


방문했던 파인다이닝 세 곳 모두에서 아스파라거스요리가 나왔다. 마트에서 볼 때는 그저 스테이크에 곁들여먹는 가니쉬용 야채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단독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마도 만두요리.. (좌) / 단품으로 추가한 '전복선'(우)


전복선은 전복과 배추(선)를 함께 쪄낸 음식인데 제주에서 지내는 동안 먹었던 전복이랑 같은 전복인가 싶을정도로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했다. 단품으로 꼭 추가해서 맛보길 권한다.


서버분의 배려가 정말 좋았던 밍글스. 사진 한 두번 찍혀본 스냅이 아니셨다.


화려해보이려고 무리하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원재료 자체의 색감을 충분히 살린 디스플레이.


떡갈비(좌) / 멸치국수(중) / 멸치국수와 함께 나오는 반찬(우)


별도추가 멸치국수. 사실 제주도에서 국수는 정말 흔하디 흔한 음식인데. 깔끔하게 입가심하기에 제격이었다.


'장트리오: 된장, 간장, 고추장' / '식혜의 재구성'

된장크림브륄레와 간장에 졸인 피칸, 고추장파우더, 위스키폼을 올린 한국식 디저트

'마카롱, 도라지정과' - 식후 디저트는 모두 선택할 수 있대서 모두 선택했다. 한계효용이란 통하지 않는 이 곳.


천상의 맛. 밍글스 만만세.



주옥


날아오르라 주옥이여(?)

사실 우리는 미쉐린 2스타를 기준으로 고민하다보니 신혼여행에서 총 세군데의 파인다이닝만을 예약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세 번째였던 밍글스에서의 기억이 정말 좋아서 그날 저녁도 파인다이닝으로 예약하고 제주에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신혼여행은 서울에서 반 / 제주에서 반 보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다른 분야인 이태원쪽 파인다이닝을 가보려고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당일 예약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여기저기 연락하다가 미슐랭 1스타인 주옥을 당일 예약하는 데 성공하였다.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한 배합초?식초?


주옥은 최근 이사를 했다고 한다. 3층으로 높지 않은 편임에도 시청과 광장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뷰.


라벤더 시럽에 졸인 치아씨드와 딸기 아이스크림(좌) / 아이스크림(중) / 양갱 등 한과(우)
굿바이 선물로 챙겨주신 주옥의 강정(한과) 봉투에는 그날 서브된 메뉴에 대한 설명이 적힌 페이퍼가 있었다.


주옥 한 줄평. 맛보다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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