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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온 May 24. 2022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CEO

[건축과 스타트업] no.1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 사진: 스페이스워크
작은 문제일수록 기술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조성현 대표님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해서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력을 쌓고, 경계없는작업실 건축사사무소,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하셨습니다. 201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젊은건축가상을 받았습니다. 그가 창업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기 위해 서울숲 인근의 스페이스워크 사무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 사진: 이상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회사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이스워크 대표 조성현입니다. 

스페이스워크는 기술로 최적의 토지 개발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기업입니다. 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을 통해 땅이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쓰일 수 있는지를 풀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Q. 대표님의 대학생 때부터 회사의 대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학부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부 때는 설계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동시에 창업의 생각이 명확히 있었고 최대한 빠르게 건축사무소를 차리고 싶었습니다. 당시에 친구들과 학교에서 유일했던 부동산 학회를 했었고,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이 많아 컴퓨터공학 전공과목도 같이 들었습니다.



Q. 학부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실무를 위해 3년 동안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했습니다. 거기서 건축설계와 컴퓨터 작업들을 번갈아가면서 했었습니다. 이후 바로 친구들이랑 경계없는 작업실 건축사사무소를 만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같이 돈도 모으며 사무소를 하기로 한 친구들이었고, 각자 장점을 잘 살릴 수 있게 각기 다른 사무소에 나눠서 갔었습니다. 실무 기간을 채우고, 제 친구의 아버님께서 의뢰하신 일을 맡으면서 모이게 됐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후에 취소됐지만 생각지도 못한 데서 일이 들어오면서 사무실이 시작됐어요.



Q. 경계없는 작업실은 어떤 건축사사무소였나요?

 

 경계없는 작업실은 “부동산”이라는 키워드를 명확히 가진 건축사사무소였습니다. 이는 경계없는 작업실이 초반부터 빨리 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데 저희는 항상 디자인을 정량적인 가치와 함께 이야기를 했었어요. 면적, 월세, 금액 등 그 가치가 내부에서 계속 논의되던 팀이어서 저희는 수익형 부동산이랑 건축 설계를 잘 맞춘 팀이었습니다.


테트리스하우스 / 사진: 경계없는작업실


 예를 들어 테트리스하우스의 경우, 당시 건축법에 맞춰서 34평 땅에 12세대를 만들면서 수익성을 고려하며 설계했습니다. 디자인 별로 프로그램을 맞추고, 월세는 어떻게 되는지를 환산해서 대안들을 만들었습니다. 디자인 철학은 면적에서 제외되는 부분에 곡면과 빈 공간을 최대한 이용해서 보여줬습니다. 내부공간은 반듯하게 만들어서 사무실로 임대하기가 좋게 했고요. 이런 방식을 계속 스터디를 하고 논의를 하면서 설계를 했습니다. 이렇게 저희는 디자인과 수익의 균형을 맞춘 설계가 강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예술과 실리의 균형을 찾는 디자인을 하는 과정 속에서 ‘이 부분은 자동화가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셨던 건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예술이나 멋있는 작업을 하기 전에는 무미건조한 사업성 검토 과정이 항상 있습니다. 땅의 시세나 면적에 대해 어떤 안이 가장 최적이 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 논의가 시장에서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게 전문가분들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는 얼마든지 참여하지만 단독주택 같은 작은 규모, 작은 땅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참여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울 같은 밀도가 높은 도시에는 논의가 필요한 작은 땅들이 많고, 저는 이를 잘 도와주는 게 도시와 시민들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문제일수록 기술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하게 되신 거군요.


 네, 그래서 저희가 주로 다룬 건 작은 땅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 건물들을 설계할까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당시 경계없는 작업실에서 사내 기술팀을 만들어서 건축 설계를 자동화하는 연구들을 지속했었습니다. 그러다 저희가 SH공사에 가로주택 정비 사업이라는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제작한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게 됐고, 이 때 기술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경계없는 작업실 사내 기술팀과 함께 꾸린 회사가 스페이스 워크입니다.


스페이스워크 로고 / 사진: 스페이스워크
설계자동화기술 / 사진: 스페이스워크


Q. 창업하신 후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창업하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좋은 점이 있나요?


 좋은 점은 원하는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하나하나 작은 일들이 아니라 ‘기술로 해결하자’라든지 ‘부동산과 실리와 설계를 합쳐보자’ 같은 큰 방향을 정하고 회사를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반대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들죠. 많은 책임이 걸려 있고 어느 순간에는 진짜 어려운 문제에 마주합니다. 특히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고객에게 갈 때 제일 힘듭니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하나의 예시를 들면, 아까 말씀드린 초반에 SH공사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했을 때입니다. 제공한 소프트웨어가 직접 주민 상담에 쓰였지만, 건축사사무소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다 보니 당시에 오류가 많이 발생했어요. 주민 상담이 잘못되기도 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신 분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고객이 고통받을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그냥 처음부터 다시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계약이 만료되면서 유지보수의 책임 정도까지만 있었지만 저희는 sh 공사에게 4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때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오는 요청들은 필요하다면 제가 설계해서라도 결과를 드렸어요. 결국 저희가 새롭게 좋은 소프트웨어를 제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신뢰를 얻고 그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실패의 과정을 극복하면서 회사가 엄청 성장했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설계도 마찬가지예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항상 전혀 예기치 못한 데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되게 고통스럽지만 생각해보니 이런 극복의 과정은 언제나 좀 반복되는 것 같아요.

 

Q. 쉽지 않은 과정이 설계에도 반복되는군요. 그렇다면 건축학과에서 설계를 배웠다면 스타트업을 하기에도 좋을까요?


 저는 유리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건축학과가 프로젝트를 하나씩 계속 정리하고 풀어나가는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내놓는 데에 훈련이 많이 돼 있는 것 같아요. 또 프로젝트나 작품이 고객에게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그들의 시선을 익히는 훈련이 잘 되어있습니다.

실제로 디자인 분야에서는 성공하신 창업가분들이 많습니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나 배민의 김봉진 대표님을 예시로 들 수 있겠네요.


Q. 혹시 건축과 스타트업에서 요즘 트렌드를 알고 계시다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트렌드... 잘 모르겠네요. (웃음)

저는 항상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랑 같이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하셨는지 사례가 있을까요?


 사실 스페이스워크가 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스페이스워크 / 사진: 스페이스워크

 저희 회사에는 인공지능을 다루지만 건축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설계를 배운 건축전공자와 컴퓨터에 특화된 건축전공자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예로 저는 건축가 지인들도 많지만 반면에 제가 학부시절에 했던 부동산 학회의 친구들 중 몇몇은 현재 부동산, 금융 분야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랑 만나서 관심사를 나누면 새로운 시너지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건축을 배우고 있어도 투자든, 부동산이든, 엔지니어링이든 넓은 저변을 가지고 있는 게 앞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인터뷰 사진 / 사진: 이상우

Q. 마지막 질문인데요. 제 주변도 그렇고 요즘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학생 분들이 많아졌어요. 도전을 꿈꾸는 건축학도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겁먹지 말고 그냥 시작하는 게 좋다’라고 생각합니다. 제 사례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만약 제가 계속 경계없는 작업실을 만드는 게 무서웠다면 다음에 찾아올 기회들이 훨씬 적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가만히 안정적인 기회를 기다렸다고 해서 그 기회가 찾아왔을 것 같지도 않고요.

 그리고 기왕 한다면 빨리 시작하고 빨리 실패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부담이 없거든요. 어릴 때 일찍 실패하면 다시 회사에 들어가거나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제가 만약에 나이가 들고 가족이 생긴 상태에서 완전 새로운 거에 도전하라고 하면 무서웠을 것 같네요.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그래도 시작하더라도 잘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나 제 친구는 건축사무소를 빨리 만들자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런 목표가 있으니까 배울 때 압축적으로 더 빨리 배우고 경험하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창업을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목표를 일찍이 잡아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다음 그 목표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변화하는, 무게감을 가진 건축. 
빠르게 성장하고, 혁신을 일으키는 스타트업.

 [건축학과와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성격이 다른 두 영역 사이를 동시에 생각하고 구현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건축과 공간을 사랑하며, 창업을 꿈꾸는 모든 분들이 이 기사를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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