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쉰일곱 번째. 제가 그렇다고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껄껄껄 웃고 있는 남편 옆자리에 앉았다 같이 엄청나게 웃었다.
남자아나운서가 직속선배아나운서로부터 밀착 멘토링을 받는 내용이다. 이런저런 일로 혼이 나는 상황 중에 남자아나운서의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우아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셨다.
'우아한 카리스마 넘치는 어머니'
이 비슷한 자막을 보면서 얼마 전 쓰다만 글이 생각나 컴퓨터를 켰다.
요 근래 다시 병원치료를 받을 만치 오른쪽 팔이 아파와서 연재 중인 글쓰기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잠시 연재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올릴까 몇 주를 고민했지만 이 글은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몇 주간 이어지는 양육프로그램, 소그룹의 나눔의 시간이 끝나갈 즈음, 어느 분이 나와 두 눈을 마주하며 진지하게 말해 주었다.
00님. 우아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치세요! 딱 제 이상형인 원장님 스타일이세요.
그날도 습관처럼 "전 유아교육자라서 그런지 진정한 교사는 바르게 훈육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변을 토한 거 같다. 주제는 '한없는 사랑'이었는데.
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또또 유아교육자 스타일이 툭툭 튀어나와요. 아직도 물을 빼려면 멀었나 봐요."
몇 주 전 청소년상담센터에서 강의를 마치고 자원봉사자 한분이 나를 향해 말했다.
"어쩜 그렇게 우아하게 말씀을 하세요?"
"아! 제가 그런가요?"
그때도 나는 고개를 흔들며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우아하다'와 '카리스마 있다'는 말은 요즘 들어 많이 듣고 있는 듯하다.
30대를 갓 넘긴 어느 해 전철을 탔다. 개구쟁이 두 남자아이를 데리고 서울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쉬지 않고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녹초가 된 나의 눈에 우아한 한 중년의 여성이 들어왔다.
전철 안 기둥에 기대어 선 그분은 큼지막한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고, 아마 음악을 듣고 있는 듯 그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었다. 가볍게 흔들리는 어깨아래 한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하얗게 빛나는 그의 미소 머금은 얼굴은 지금도 나의 앞에 서 있는 듯할 만큼 평안해 보였다. 한참을 바라보다 나는 나와 약속을 했다.
'나의 중년은 저분의 우아한 미소를 닮아 있을 거야'
그리고 50이 갓 넘은 어느 날, 여수시 애양원 교회에서 그분을 똑 닮은 미소를 지닌 한 권사님을 만났다. 첫눈에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그분의 손엔 교회의자를 닦는 걸레가 들려있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글을 적어 놓았다.
당신의 모습에서 권사의 모델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기억하며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우아한 미소를 저도 가지겠습니다.
60대가 되어 '우아하다'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난 '약속을 지켰다'는 것을 이분들을 통해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사편지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ㅇㅇ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짤막한 글에 긴 글을 보내주셨어요. 저의 '우아함과 '카리스마'에 대한 정의를 그리 표현해 주시는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님의 그 글로 인하여 50대에 약속했던 저만의 '우아함'과 '카리스마'를 다시 저의 삶에 당당하게 장착하기로 약속합니다.
고마운 나에게!
'우아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했던 내가 어느 날부터인가 '욕을 한번 실컷 해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겨우 해 본말이 '미친 ×'이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한마디 때문에 수치심을 느낄 정도야. 그러고 보니 우아한 엄마 탓에 욕을 들으며 자라진 않았어. 엄마의 말씀처럼 아버지에게도, 오빠들에게도 '가시나'란 말조차 들어보진 않았든거 같아.
'우아한 엄마 때문에 우아하다는 내가 싫어'
50대 나의 갱년기는 왜 그리 악을 악을 써대며 엄마 탓을 했는지...
"나도 남들처럼 술도 마시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막살아보고 살걸. 후회스러워. 너는 그렇게 살지 마"
아마 엄마가 그러셔서 그랬을 거라 또 변명을 해 보지만,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아무리 악다구니를 써도 욕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엄마의 유전자를 그대로 빼닮은, 우아한 붕어빵이란 걸 이제는 감사해.
그래도 이것 하나는 꼭 기억해 두자!
그분의 말씀처럼 내가 가진 우아함과 카리스마는 세상이 말하는 것이 아닌 복음을 가진 자의 기품이며, 하나님 자녀로서의 권세, 성도의 권위임을 날마다 기억하며 감사하며 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