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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라쏭짱 Oct 22. 2019

4편 째리-그 단순하고 귀여운

 길고양이 애꾸눈 짹과 함께 우리집 터줏대감이 된 째리

           처음 째리를 발견한 곳은 집 앞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이었어.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어린 고양이라  짹의 새끼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생각했지. 그래서 보자마자 ‘째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 앙증 맞고 귀여운 째리는 먹을 것을  좋아했어. 덕분에 쉽게 만질 수 있었지. 츄르(고양이가 좋아하는 짜주는 형태의 시럽)를 짜주니까 날름날름 잘 받아먹었거든. 다른 손으로는 자기의 등을 쓰다듬고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째리가 짹의 새끼가 아닌 것은 바로 알 수 있었어. 새애기가 엄청 싫어했거든. 길 건너 폐가 방앗간 창문 위에는 여전히 새끼 3마리가 있었고.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라고 하기에는 몸집도 그렇게 작은 건 아니었으니까. 나중에 짹만이, 짹목이, 짹꼬리가 우리집에 건너와 놀게 되면서 얼굴 생김새도 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지. 

               

           천방지축 째리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참치 캔 뚜껑을 따는 소리만 나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야옹’하며 쏜살 같이 달려왔지. 등 긁어주는 것도 참 좋아해서 몸을 온전히 다 맡기고 ‘그르릉, 그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지.      정원의 온갖 의자에 올라가 낮잠을 즐겼어.  어디 한 군데 앉으려고 해도 째리의 털이 묻어나는 것을 각오해야 했지. 째리는 집에 들어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어. 우리집은 개바우 때문에 어려웠지만 이모네집은 수시로 드나들었어. 문을 열어놓고 멸치 몇 마리를 놓아두면 슬그머니 들어와  한 마리씩 야곰 야곰 집어삼키며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왔어. 모른 척 놔두면 2층 계단으로 올라가기도 했어. 도무지 거리낌이 없었으니까 나중에는 어디 있는지 찾아다녀야 할 정도였어. 한바탕 낮잠을 자고 나가기도 했는데 가장 좋아한 곳은 2층 거실 바닥의 동그란 카펫이었어.   

정원  캠핑의자에 앉아 낮잠을 즐기는 째리

                  

째리는 능숙한 사냥꾼이었어.    

한 번은 째리가 쥐를 사냥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재치에 탄복이 절로 나왔어.    

일단 쥐를 잡았다가 슬쩍 놓으면 쥐는 마치 죽은 것처럼 가만히 있어. 그걸 째리는 실실 쪼개면서 지켜보는 거야. 쥐가 이제는 괜찮을까 하고 움직이려고 하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앞 발로 스매싱을 하는 거야. 쥐는 펄쩍 뛰어올랐다가 다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그러고 나서 바스락 거리는 걸 앞발로 꾹 누르고 자랑스러워했지. 째리 덕분에 우리 집 주위에서는 쥐가 사라졌어.     

               

뱀 사냥을 한 적도 있었어. ‘야옹, 야옹’ 소리가 크게 나서 다가가 보니 작은 뱀이 죽어 있었어. 우리 집은 산 밑이어서 가끔 뱀이 출몰하거든. 크기는 작아도 머리 모양이 세모라 독이 있는 살모사일지도 몰라서 겁이 났어. 문제는 째리가 물려서 왼쪽 앞발이 곰 발바닥 마냥 부어올라있었던 거야. 그때만 해도 째리를 만질 수는 있어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친숙한 사이는 아니었던 초창기 관계라 일단 병원에 전화를 하고 길냥이라 데려갈 수는 없다고 했더니 그럼 약이라도 받아가라고 하더라고.      

              

햇살가득동물병원에서 가져온 약봉지는 잊을 수가 없어. 항생제를 처방해주었는데 약봉투에 투여자 이름이 ‘뱀 물린 아이’였어. 내가 째리라고 이름을 말해주었는데도 아마도 수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셨나 봐. ‘뱀 물린 아이’ 그런데 그 이름이 좋았어. 뱀 물린 고양이라고 적었다면 아무 감동도 없었을 거야. 맞아. 맴 물린 고양이니까. 하지만 아이는 다르지. 아이는 아이잖아. 아직 뱀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그저 꼬물거리고 기어가니까 벌레 잡듯, 나비 잡듯, 앞발로 쳐 보며 놀았겠지. 뱀은 마지막 분풀이로 있는 힘을 다해 째리의 앞발을 힘껏 물고 나가떨어졌겠지. 째리는 부풀어 오르는 아픈 발이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야옹거리며 ‘아파요!’ ‘어째요?’하며 쳐다보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이지.  

                              

뱀 물린 아이 째리는 무럭무럭 자랐어. 짹과의 사이는 좋은 편이었어. 그래서 짹이 다른 데서 낳아 온 새끼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말을 안 해주니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 짹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싸움질을 하느라 바쁠 때도 째리는 마당 구석구석을 누비며 집 근처에서 놀았어.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크고 살도 통통해지고, 우리 집 터줏대감으로 커가고 있었어.     

       

길고양이 애꾸눈 짹과 귀여운 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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