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회사 AE의 꿀팁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면접보다 더 짜증 났던 건 자기소개서다.
이걸 통과해야 면접을 볼 수 있다는데 도대체 기회는 왜 이렇게 안 주어지는지...
나름 어디 가서 글 좀 써봤다는데도 자꾸만 떨어져서 자괴감도 들고 자존감도 낮아졌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그때 내가 썼던 자기소개서를 보니 그제야 깨달았다.
나라도 안 뽑을 자기소개서라는 걸.
그때의 나는 열정만 넘쳤지 회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합격 자소서를 베끼기 급급해서 홍보에 어떤 능력이 필요한 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고, 내 경험을 제대로 어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런 내가 홍보회사만큼은 단 한 번만에 합격했다.
처음 마케팅팀이나 홍보팀, 영업지원팀에 마구잡이로 냈던 자기소개서에는 기업이 원하는 덕목이 전혀 실려있지 않았다. 그저 남들의 합격자소서에 맞춰 교환학생 경험이나 봉사활동 이야기를 써냈다.
예를 들면 '가장 힘들었던 경험'에 '중국 교환학생 시절, 장가계에서 길을 헤맨 일'을 쓰는 식이었다.
합격자소서와 다른 점은 그들의 이야기와 달리 내 이야기엔 '스토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뭘 썼어야 좋을까?
아마 홍보동아리에서 기자에게 피칭을 하며 힘들었던 경험이나, 교내 신문사에서 글을 쓰며 고민했던 경험을 적는 게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다.
관련된 경험이 없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나면 거기에 맞춰 쓸 만한 경험들을 추려낸다.
예를 들면 '팀플을 하면서 팀원들을 설득했던 경험'이나 '매일 일기를 써서 블로그에 게재한 경험' 같은 것들이 '국토대장정'이나 '유학 경험'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10년 후 계획'도 마찬가지다.
나도 모를 때는 그저 최연소 팀장을 달겠다는 등의 헛소리를 써놓고는 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기업에 다니는 선배들의 조언이다. 조금만 찾아보면 조언을 들을 기회는 열려있다.
그 기업의 진급 체계만 알아도 10년 후 계획을 세우기가 쉬워진다.
이직이 잦은 시대에 오히려 뼈를 묻겠다는 답변보다는 이 기업에서 찬찬히 직무 경험을 쌓아 훗날 창업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 훨씬 진정성 있어 보인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보여주는 글이다.
합격자소서만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첨삭에 기대지 말고 자기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재밌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면 단순히 '돈 주니까'가 아닌 진짜로 그 기업에 가고 싶은 이유를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