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제발 와주세요
이 날이 정해지면 홍보회사 AE들은 매우 바빠진다.
베뉴 찾기, 일정부터 행사 동선, 마이크 대여, 현수막 제작, X배너 제작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와중에 어디에 그렇게 자꾸 전화를 하는지.
들어보면 멘트는 다 다르지만 핵심은 똑같다.
"기자님, 제발 와주세요..."
바로 미디어데이(기자 간담회)다.
미디어데이는 기업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업의 제품이나 회사의 방향성을 소개하는 자리다.
최대한 많은 기자가 참여할수록 기사가 나가고 기업이 알려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기자가 많이 참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자를 초청하는 것도 물론 AE의 몫이다.
일단, 행사에 참석할만한 기자 리스트를 추린다. 로봇 기업이라면 로봇이나 IT, 소부장을 담당하며 로봇 기사를 함께 쓰는 기자를 찾는다.
그다음 초대장을 날린다. 행사 일시와 장소를 알리며 제발 와달라고 첫 번째 읍소를 한다.
다음은 RSVP라는 걸 하는데 Respond S'il vous plait라는 뜻으로 제발 응답해 달라는 뜻이다. 왜 여기는 또 불어를 쓰게 되었는지 나도 참 궁금하다.
아무튼, RSVP는 보통 전화를 돌리는 걸 멋진 말로 부르는 것인데,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된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00 기업 홍보 담당 000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00 기업에서 0월 00일에 기자님들 모시고 00 기업의 신제품을 소개하고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려고 해서요~ 혹시 그날 참석 가능하신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포토 행사인 경우에는 사진부 기자들을 초청한다.
이 때는 직접 언론사에 찾아가서 초청장을 전달하는 미디어 라운딩을 하기도 한다.
사진부 부장 자리에 초청장을 직접 놓고 오는 일이다.
이렇게 기자 초청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장소 선정부터 시작해서 현수막 제작 맡기기, 행사당일 큐시트 짜기, MC 섭외하기, 대본 만들기, 포토그래퍼 섭외하기, 현장 의전 인력 구하기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면 당일날 기자간담회가 시작된다.
이다음부터는 일도 아니다.
기자들이 하나둘 찾아오면 "기자님!!!"하고 반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현장에서도 빠진 것은 없는지, 행사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식사 시간은 잘 지나는지 모두 확인하고 나면 기자간담회는 드디어 끝이 난다.
이렇게 기자 간담회를 한 번 하고 나면 AE는 한층 더 성장한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본다는 것, AE에겐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