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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연상 Mar 28. 2023

은퇴 CEO는 오늘도 코칭 중이다.

코치가 된 은퇴 CEO : 인생에세이 (1)

우리 세대의 누구나 그러하듯, 나 또한 70 평생을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한 조직을 책임져야 하고, 한 기업을 책임져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느라, 정작 나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 은퇴를 하고 나서 주어진 시간 속에서 깨닫게 되었다.




CEO 은퇴 후 새로운 나를 마주했다.


50대에 젊은 나이에 대기업 CEO가 된 승승장구하기도 했고 파란만장하기도 했던 시간이 지나, 63세에 어느 건실한 중견기업의 CEO가 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때 처음으로 은퇴 후 내가 꿈꾸는 미래를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때 만난 우리 직원들의 성실히 노력함에도 어려운 삶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 자신의 숨은 역량을 깨닫고 더 큰 세상과 사유의 세계를 보도록 도와주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들의 그런 성장을 통하여 회사의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바도 있었다. 그리고 69세의 나이로 은퇴하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우리 직원들이 더 큰 세상과 사유의 세계를 보도록 도와주고자 노력했다.


69세의 나이로, 한 기업의 부회장으로 은퇴를 한 나의 마지막은, 남들 보기에 꽤 훌륭한 마무리였던 것 같다. 나도 잠깐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은퇴 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 인생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동의 모습을 이루는 근본적 원리, 본질, 본성에 대한 관심들이 내가 학생시절부터 내면에 품고 있었던 관심사임을 다시 되새겼다. 그러면서 이것이 조직의 작동원리이자, 개인으로서 인간의 행동 판단 기준과 관계가 깊은 것에 착안하게 되었다.




나는 코치가 되기로 했다.


은퇴 후 현재는 KPC 전문 코치로서 기업 임원 대상의 일대일 코칭, 대학 MBA 학생들의 멘토링 등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살펴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수십년을 치열하게 일하며 사회를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 좀 여행도 다니고 쉬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사시면 되지, 대체 왜 코칭 활동을 하면서 또 그렇게 고생을 하느냐는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은퇴 후 KPC 전문 코치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이제 경영인이 아닌 멘토로서 내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원부터 부회장의 자리까지 오르며 69세의 나이로 은퇴하기 전까지, 내가 수십년간 사회에서 쌓아온 나의 경험, 경륜을 젊은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마무리였고, 이를 나누기 위한 운반 도구를 갖추고자 KPC 전문 코치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는 남은 시간을 ‘탁월한 사유’에 대한 코칭에 쓰고자 한다.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탐구'는 조직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통하여,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사유'를 깨닫는 것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조직 내에서 상사와의 설득력 있는 대화법, 조직원들에 대한 바람직한 리더십, 조직의 실적 향상, 미래에 대한 설계 등 제각각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기적의 해법을 배우 수 있기를 원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대답은 그런 해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그 방법을 찾았다. 진정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탁월한 리더십'이 아닌 '탁월한 사유'부터 지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코칭을 통해 그들이 '탁월한 사유'를 지닐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이름 날린 철학자들의 주장을 익히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들 시대에 당면한 문제들의 해법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고 사유를 풀어 나갔는 지를 살펴보고, 그들의 당면 문제와 그것에 대한 접근 사유와의 관계를 스스로 깨우치게 하고 싶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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