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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연상 Mar 28. 2023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코치가 된 은퇴 CEO : 인생 에세이(3)

나는 군대 복무를 마친 1976년 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43년의 긴 회사 조직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2019년, 그 동안 수고한 나에게 보상을 해주는 이벤트를 생각해 보던 중, 대학 졸업하고 가려던 미국 유학을 집안 사정으로 포기한 과거의 아쉬움이 떠올랐다.




은퇴 후 미국 유학 생활 체험을 해보았다.


이제라도 유학 생활 체험의 시간을 갖자는 생각에 미쳐 그 다음 해 1년을 F1 비자를 들고 미국 보스턴으로 갔었다. 퇴직금 중 일부를 적게 받은 셈 치고 뚝 잘라서 예산으로 잡아 미국 한 은행에 계좌를 트고 입금하였다.


내심 처음에는 영어도 다시 다잡고 미국 대학 공부 방식도 익힐 겸 Boston University의 Language & Orientation Program 3개월 코스에 등록하고, 그 후에 Harvard University의 Harvard Extension School에 다닐 요량이었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하고 두 가지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하나, 코로나 팬데믹의 발생이었다. 대학들이 모두 문을 닫아 캠퍼스 출입이 중지되었다. 

둘, F1비자라는 게 학위 취득자 공부를 위한 것으로 I-20라는 인증을 받은 교육 과정이어야 하는데, 내가 계획했던 Harvard Extension School은 대부분 은퇴자들의 자기 계발 교육으로 인증 과정이 아니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인증 과정에 등록하여 소정의 수업과 병행해서 내가 공부하고 싶은 주제인 정치철학을 tutoring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수업이 불가능하니 화상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알찬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I-20 인증 과정을 알아 보는 중에 Harvard Extension School 과정의 과목들이 리더십에 대한 것이 많음을 발견했다. 


한국을 떠날 때 Harvard에서 공부하는 과목들은 아마도 철학, 사상, 역사 등 인류사의 큰 그림에 대한 것이리라 상상했는데, 어떻게 상식 같은 주제인 리더십이 여기서도 유행하고 있나 싶은 실망감마저 들었다. 후에 이 경험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이렇게 2020년 1월 7일 도미하여 그 해 12월 31일 귀국하기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꽉 찬 일년을 유학 체험 시간으로 보내고 왔다.




전업 은퇴자의 생활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2021년 새해 아침 드디어 본격적인 전업 은퇴자 생활이 시작되었다. 첫 4개월 동안 뭘 해야 할지 방향성이 서지 않아 머리가 아플 지경의 시간을 보냈다. 

잠자리에 들면 ‘나무관세음보살’을 수도 없이 외우다가 잠이 들곤 했다. 오랜 기업인 생활을 했으니, 업계 관련 일거리를 찾아 그 주위를 맴돌아야 하나? 그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나의 관심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래 갖추고 있는 모습과 그 인간의 삶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자연스레 내가 즐겁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주제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아졌다.


생각해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된 생활인으로서 직장을 갖기 전까지 아마도 그 나이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인문학적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오래 전에 초급 자격증을 땄었던 코치 분야를 더 공부하여, 중급 자격을 취득하여 전문 코치 생활을 해 나기로 결정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렀다.




코치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대형 coaching firm의 파트너 코치로서 기업 임원 코칭, 또 노블리스 오블리쥬 차원으로 젊은 직장인, MBA  코칭,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 주제 중 리더십이 항상 들어 있었다.

그러면서 미국 체류중 Harvard Extension School의 교과 과목에 여러 세부 주제로 들어 있던 리더십 과목이 생각났다. 아, 이래서 식상할 정도로 리더십, 리더십 하는구나. 내가 그때 실망감을 느낀 게 오히려 생각이 짧았었다는 반성을 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가 바로 리더십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 나의 오랜 기간 동안의 대기업 최고 경영자, 중견 기업 최고 경영자 시절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 때 나는 리더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조직을 경영했었는지 고민해봤다. 당시 움트기 시작한 개념이 가치관 경영이었던 것 같다. 기업도 사람처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하는 것이 조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고,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개념이었다.


내가 중급 코치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할 때 coactive coaching이라는 미국 코칭 교육 프로그램 안내 강좌를 들었었다. 그리고 요 며칠 전 지인의 안내로 데일 카네기 아카데미의 강의를 청강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 이런 프로그램인 만들어 진 미국에서는 오래전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요즘 특히 붐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래전 내가 활동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던 시절의 가치관 경영이 떠 올랐다. 발상의 근원적 생각에 유사한 출발점이 있다.


나의 손자 손녀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그들은 질문하고 토의하고 그룹 앞에 나아가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훈련부터 받고 습관화한 후에 지식을 쌓아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학교 교육이 지식 전달 위주의 목적에서 진행이 되다 보니, 오히려 취직한 후에 뒤늦게 질문, 토의, 발표 훈련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리더십을 갖추는 경험을 하기 어렵다 보니, 기업이 바라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기업에서 키워내야 하는 상황인 거다.


또한, 현대의 지식들은 사회 구성 단위들의 작동 방식, 개인의 자유와 가치관에 있어서의 독립성 등이 점점 다양해져서, 또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 지침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또 일일이 수정해 나갈 수가 없는 형편이다. 

결국 동일한 기술 매뉴얼과 업무 수행 매뉴얼에 맞추어 교육 훈련시켜도 결과는 업무를 수행하는 개개인의 역량과 적합성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맞는 리더십은 한마디로 획일적으로 정의하고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리더십이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게 고민을 들고 오는 한창 일할 세대의 직장인들에게 과연 무엇이라고 조언을 해 줘야 하나? 조언이고 하기 보다 코칭을 해 줘야 하나? 시중에 깔려있는 수많은 책들에게서도 답을 얻지 못하고 고민하는 젊은 리더들에게 말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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