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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Good Aug 02. 2018

바다, 그 출렁이는 파도 넘어

그 해 여름

넘실대는 파도 넘어 하얗게 부서지는 조각들이 사방에 흩어진다. 하늘에 맞닿은 어딘가에 하늘과의 경계를 그어 놓듯이 구름들이 분주하게 사방으로 흩어지고 모이기를 여러 번, 그렇게 하늘과 바다는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경계 지어지고 있다.      


파도가 밀려오면 박자라도 맞추듯 내 발에 닿기 무섭게 펄쩍 뛰어오르는 수많은 작은 발들이 허공에 잠시 머무는 사이, 그렇게 바다와 하늘 사이에 조그맣게 생기는 수많은 공간, 이 여름 떠나온 먼 길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쉼이 되어 가는 시간들.     


무섭게 넘실거리는 파도의 높이는 모래사장 앞에 재잘거리는 작은 아이들 앞 산산이 부서지며, 하얗게 흐트러지는 작은 간지러움으로 아이들의 발을 간질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그 파도 앞에 서서 그 작은 간지러움에 신이 난 듯 바다와 하늘 사이 작은 공간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시간, 휴가 동안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시간들이다.     


오늘도 섭씨 몇 도가 넘어간다는 날씨 예보는 사람들을 바다로, 바다로, 아니 더 먼 어딘가로 내몬다. 도시의 아스팔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열기는 이미 여름의 열기를 넘어섰다. 여름이 더운 건지, 아니면 그 더위를 식히느라 더 뜨거워지는 도시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번 여름 도시의 더위도 그 모순덩어리 같은 톱니바퀴를 돌리며 오늘도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미 한낮의 기온을 나타내는 온도계의 숫자는 무색하다. 사무실 에어컨 바람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사람들, 스마트폰에 쉼 없이 오르내리는 사상 최악의 높은 온도를 보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정작 이 여름의 정취는 온데간데없다. 뜨거워지는 여름이 어느새 별 볼일 없는, 그렇게 너무 더워 피해야 하는 계절이 되어가고, 그 여름의 기록들은 무시무시한 ‘폭염’으로 오늘도 기록된다.    

 

저 멀리 푸르른 파도 소리와 저 높은 하늘의 구름이 서로 곁눈질하듯 쉼 없이 만들어 가는 모습, 누가 먼저 일 것 없이 아름답게 빛나 보이는 그 모습 위에 뜨겁게 내리쬐는 야속한 태양이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파도소리와 하늘 구름이 어우러져 빛나고 있는 여름이다. 야속하기만 한 이 뜨거운 여름 내, 아름다운 바닷바람에 사람들은 그저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뜨거운 여름에 폭염으로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들, 양식장에 고기들이 폐사하는 기사와, 동물들의 뜨거운 여름의 한숨들. 온전한 여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사육장안의 여름은 그저 뜨겁고 혹독하기만 하다.     

 

차창 밖으로 달려가는 저 앞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 하늘에 뭉게뭉게 피는 구름들이 걸려 있다. 유유히 흐르는 구름을 잡아끌기라도 하듯, 그렇게 높은 산들의 애절함으로 두둥실 떠 가는 구름에 매달려 본다.   

   

태풍 소식으로 파도가 점점 높아진다. 큰 튜브와 구명조끼까지 단단히 준비한 어린아이의 아쉬움이 저 하늘 구름처럼 퍼져나간다. 밀려오는 파도에 발 한번 담그기가 어렵고, 한발 내 딛기라도 하면 ‘삑~삐~’하는 구조대의 호루라기 소리에 깜짝 놀란다. 그렇게 슬그머니 발을 담가보려고 눈치 보는 그 한 발자욱이 저 멀리서 오는 파도와의 잠시 대화이다. 발 앞에 부서지는 파도는 한없이 부드럽기 그지없는데, 저 멀리 파도는 왜 이렇게 사납게 오고 있는지,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연, 아니 사람들이 바라보고픈 자연은 그렇다. 내 발에 닿아 부서지는 시원한 파도 바람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 태양이 지고 있다. 어두스름한 바다에는 이제 저녁 바람이 시원하다. 언제 그렇게 뜨거웠는지 모르게, 저녁 바람이 바다를 타고 파도처럼 하얗게 부서지며 내 볼에 닿는다. 파도는 여전하다. 부서져 간지러움 피울 사람들의 발장난도 없고, 저 멀리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에 눈치 보며 쭉 다리를 뻗어보는 사람들도 모두 가버렸지만, 파도는 여전히 사납게 몰려와, 모래사장 앞에 산산이 아름답게 부서지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의 발걸음은 또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저녁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 바닷가는 아직 시원한 파도소리가 한창이다. 저 멀리 구름들도 열심히 바다와의 경계 사이에서 흩어졌다 모이기를 여러 번, 오늘 저녁 태풍이 오려고 하는지 모두들 분주하다.      


그렇게 바다와 하늘은 저 멀리 불어오고 있는 태풍에 이미 맞장구를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낮에 크게 일고 있는 파도와, 저 하늘 높이 태양의 뜨거움으로 한껏 데워지고 있는 바닷물 위로 피어오르는 작은 물방울까지 말이다.      


휴가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담아 간 저 바닷가의 풍경과 하늘, 올해 뜨거운 여름도 그렇게 기억된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부서지는 하얀 파도의 아름다움 말이다. 오늘 이 뜨거운 여름의 저 위 태양은 그저 에어컨 앞에서 부채질하며 여름을 피하는 사람들 속에서 ‘폭염’으로 기억된다. 결국 지나갈 올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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