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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Good Aug 21. 2018

당신은 호갱인가요?

작은 감정의 변화를 느껴보세요

호갱: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신조어.     


한창 스마트폰을 어디서 사면 싸게 살 수 있는지가 트렌드처럼 번질 때 가끔 사람들의 댓글에서 본 단어이다.      

‘나는 호갱이었어..’, ‘누굴 호갱으로 아나?’     


억울함이 묻어나기도, 뭔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화가 난 사람들은 그렇게 좋은 머리로 뭔가 ‘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온종일 기분이 뒤엉켜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알고 보면, 아니 사실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팩트 체크’를 해본다면 뭐 그렇게 억울할 것도 좋아할 것도 없을 것 같긴 하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이익을 봤느냐 못 봤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상대적인 차이에서 오는 결과 혹은, 내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이 말하는 ‘카더라’ 통신에 귀가 팔랑이는 결과일지 모른다.    

  

삶을 살아가는데도 가끔 이런 기분이 몰려올 때가 있다. 회사에 입사에서 신입직원 일 때, 결혼을 하고 신혼생활을 할 때, 뭐든 첫 시작에서는 모든 것을 감내할 준비,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해’ 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바라보는 초심, 그 희망으로 굳이 본질이 아닌 것에는 흔쾌히 한쪽 귀로 흘려보낼만한 큰 통로가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중년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앞만 보고 달려온 그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남는 건 그저 더 큰 걸 요구하는 세상과 주변 사람들. 보상과 인정이 필요한 행위가 아니라, 원래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는 각자의 편리한 기준에 맞춰 사람들을 대하고 대우하는 픽션 같은 논픽션의 이야기들이 비일비재하다.      


당연한 듯 지나온 여러 세월 동안 쌓이는 무언가는 내 맘 속 깊은 곳에서 뭔가 인정받고 싶은, 아니 인정받아야 하는 당위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꽉 막힌 사람처럼, 한번 들어온 이야기는 쉽사리 한쪽 귀로 나가지 못하고, 꽉 막힌 통로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맴돈다.      


어떤 말이고 이야기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들려온 이야기가 귓속에 맴돌면서 만들어 내는 내 감정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긴다. 핑계라도 대듯, 그 감정을 쉽사리 떨쳐버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의 내 현실에 가득한 모순의 변명이라도 하듯 그렇게 말이다.      


직장에서 가끔 느껴지는,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로 가끔 멈칫하는 그 순간들이 있다. 법륜스님의 즉답 즉설에서 말씀하신 내가 참고 아파한 부분이 ‘화’로 나온다는 이야기처럼, 내가 참아내려고 했던 부분들이 어느덧 ‘억울함’이 또는 ‘화’가 되어 표출되는 것이다.

     

“별거 아닌 걸로 왜 그래? “      


별것도 아닌 일들, 우리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그냥 참고 지나치면 그만이라고 속삭였던 그 수많은 일들은 바로 별것 아닌 일들이다. 별것 아닌 일들이 아무리 쌓여도 결국 별것 아닌 일들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소한 작은 일들에 반응하지 못하고 지나쳐 왔던 내 마음속 감정은, 이제야 큰 소리로 외친다. 나 좀 알아 달라고 말이다.     


혹시, 스마트폰을 사고 돌아오는 길, 내가 호갱이라고 생각이 들면, 오늘 스마트폰을 더 비싸게 샀던 그 얼마 안 되는 가격 때문이 아니다. 너무 작아서 알아채지 못했던 당신 마음속의 참아왔던 감정들이 이제야 소리치는 것이다. 하필이면 스마트폰 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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