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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Good Mar 31. 2021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

아이를 키우는 그 첫 시작,

나와 당신, 아무개와 아무개, 남자와 여자, 그리고 누구의 아들과 누구의 딸이 아닌,

부모가 된다.

엄마와 아빠로 별도로 있는 것 같지만, 태어나는 아이의 하나 된 부모 말이다.


그렇게 첫 아이가 세상에 나올 때, 부모지만, 엄마와 아빠는 또 다르게 그 첫 부모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는 열 달 동안 태중에 아이를 느끼며, 키우며, 열심히 좋은 것을 들려주고 좋은 것을 먹이고 하면서 이미 엄마로서 첫 발을 떼기 시작한다.

아빠는, 아이의 존재감과 더불어, 아이를 태중에 품은 아내의 건강과, 여러모로 달라진 아내의 모습을 대하면서 열 달의 시간을 그렇게 아빠라는 이름의 새로운 첫 시작을 하게 된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하나의 부모로서 세상에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게 된다.


아이가 처음 태어날 때를 기억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첫아이가 태어날 때 다른 사정으로 아내와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첫 아이 출산의 어려움과, 힘겨웠던 시간, 그렇게 혼자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을 모른 채 지나간 '나'에 대한 아쉬움 아닌 아쉬움을 늘 아내는 가지고 있다.

더욱 그럴 것이 둘째 아이와 셋째 아이는 세상에  나올 때 너무나도 은혜롭게 태어날 수 있어서, 감사하면서도, 내가 겪어보지 못한 그 무엇에 아내는 이내 아쉬워하곤 했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시작도, 방법도, 부모가 되어 가는 과정도 무척이나 다른 길로 아이에게 다가간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으레 묻는 짓궂은 질문 같은 이 질문은,

시대가 바뀌어도 아직도 계속된다.


어느 영화관에서 본 광고가 기억난다.


아빠: 아빠 해봐?   

아이: '아빠'

아빠: 아빠 해봐?

아이: '아빠'

아빠: 그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이: '엄마'

아빠:....


이 정해진 것 같은 대답에, 오늘도 아이들은 이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엄마가 좋았던가? 아니면 아빠가 좋았던가?

하지만, 지금 당신은 누가 되어있는가? 엄마? 혹은 아빠?


그래서 그런지, 좋은 아빠가 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걸 매일 같이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주 주관적 일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좋은 아빠라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수많은 책들이 가이드를 하는 것 같지만, 난 사실 믿을 수 없다.


그런 사람도, 분명 아이는 저 질문에  '엄마'라고 대답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엄마가 완전히 좋아질 때, 그제야 늘 함께 있어주고 있는 아빠에게 시선을 돌린다. 엄마는 태곳적 고향 같기도 하고, 아이를 태중에 품어 마음과 생각을 공유한 어떤 존재여서 일까?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보이지도 않는 눈과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은 엄마의 그 무엇이다.

입을 쩝쩝거리며 들이대는 엄마 품에서의 엄마의 젖 물림이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고, 어떤 존재가 되고,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 첫걸음을 떼고 나면,

세상 속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아빠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가 한창 유행을 할 때쯤,


왜 '아빠'는 힘을 내야 하는 걸까?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아이들에게 엄마는 사랑이라면, 아빠는 힘을 내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이 사랑을 받은 만큼, 세상에서 또 힘을 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받는 저 질문에,

엄마를 대답할 때, 그제야 이제 아빠의 자리도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난히 '아버지'의 자화상에 대한 수많은 글과 수많은 책들은,

'뒷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묵묵히'지켜보는 그 누군가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빠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기 위해 '기다리는' 존재이다.

그렇게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사랑의 눈으로 늘 옆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어릴 적 '키다리 아저씨'같은 존재 말이다.


하지만, 아빠도 엄마도 완벽하지 않기에, 부모라는 이름의 하나의 공동체가 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결국, 어디에선가 엄마와 아빠를 알게 된다.

나를 낳아주신 엄마이든 키워주신 엄마이든,

또 세상에 여러 사정으로 엄마와 아빠를 모르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다. 그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그들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그런 많은 존재들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모든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가 또한 되어야 함을 말이다.


그래야, 아이들은 또 그렇게 어른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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