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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 Jul 26. 2021

우주를 거닌다는 것

볼리비아 우유니

처음 남미를 꿈꾸게 한 건 우유니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로 불리는 이곳의 사진을 본 순간, 반해버렸다. 세계일주를 꿈꾸게 된 이후 우유니 소금사막은 늘 1순위 여행지였다. 


우유니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투어 회사로 향했다. 미리 같이 투어할 팀을 짜서 유명한 가이드에게 투어를 신청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부지런하지 못한 탓에 그냥 우유니에 도착했다. 혹시나 자리가 없으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에 마음이 급했다. 투어사가 많으니 못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진 장인' 가이드와 함께 하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의 문제.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투어사에 가서 앞에 붙은 종이에 이름을 적으면 신청 완료! 가이드까지 꼼꼼하게 찾아보고 오지 못했는데, 한국 사람들 이름이 적혀 있길래 그 팀을 골랐다.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1타 가이드는 고향에 가서 당시에 없었고, 그다음으로 인기 많은 사람과 데이투어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좋은 가이드를 선점하고자 애썼는지는 스타라이트 투어를 다녀와 알게 되었다.)


거대한 하얀 놀이터


투어 차량이 하얀 세상 속을 달렸다. 파란 하늘 아래 소금 결정들은 더더욱 새하얀 면모를 뽐냈다. 눈앞에 보이는 건 파란 하늘과 하얀 길뿐인데도 가이드는 능숙하게 운전을 했다. 이정표나 이정표를 삼을 만한 그 어떤 것도 없는 이곳, 똑같은 풍경만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가이드는 (아마도 모든) 여행자들이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에 우릴 내려줬다. 예상컨대 이곳에 건물은 이것뿐이지 않을까 싶었다.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은 건기의 소금사막을 걸었다.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는 이 거대한 놀이터에서 온갖 포즈의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남겨야 하는, 소품과 원근법을 활용한 팀플레이 사진과 영상을 찍고 또 찍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이미 다 알고 온 포즈들이라) 가이드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찍으면서 살짝 현타가 오기도 했는데, 결과물을 보면 까르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은 우기에 나타난다. 그렇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이드는 "물 웅덩이는 항상 존재한다"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또 한참을 달려 물이 찰랑 거리는 지역에 도착했다. 나눠준 장화를 신고 나와 경계가 사라진 공간을 걷도 찍고 걷도 찍었다. 걷다 보면 어느덧 내려온 해까지 닿을 것 같았다.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고를 반복하는데도 평생에 다시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 아쉬웠다. 


우주를 거닌다는 것

스타라이트 투어에 앞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해가 사라진 사막의 공기는 차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 법이니까.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양말도 두 겹 신었다. 그리고 불쑥 솟아오르는 불안감도 다독여야 했다. 장애물이 없는 곳이니 특별히 사고 날 일은 없겠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질주하는 게 못내 불안했다. 여기서 차가 멈추면 우릴 구조하러 올 순 있을까. 


한참 달려 가이드는 우리에게 이제 내려 구경하라고 했다. 그러더니 본인은 잠을 청했다. 우왕좌왕하며 차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춥다, 그리고 아름답다! 하늘에도 바닥에도 별이 빛났다. 지구 안의 우주 속을 유영하듯 마음껏 걸었다.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다른 사람들처럼 멋진 사진을 담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가이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자기도 별 사진은 잘 못 찍는다는 말만. 가이드가 삼각대 가지고 찍어줄 거라 생각하고 안 챙겨간 내 잘못이지.... 그래도 그는 자신의 정해진 할 일은 다했다. 한참 뒤 일어나더니 핸드폰 불빛으로 글자를 쓰게 시키고, 의자 4개를 꺼내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 찍기에 열중하고 있자니 곧 한줄기 경계선이 나타났다. 하늘이 자신의 품고 있는 온갖 색들로 시시각각 변했다. 



천천히, 마을 산책

새벽에 투어 다녀와서 추위에 떨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호스텔 청소 시간이라고 들어오는 바람에 잠이 달아났다. 소금사막을 뺀 우유니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 동네 산책을 했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식당들은 가격 대비 불만족스러웠던 터라 길거리 음식에 도전했다. 노점상에서 엠빠나다를 사 먹고 뻥튀기(?) 같은 과자도 입에 물었다. 


동네를 몇 바퀴 돌고, 심심해져 시장까지 걸어갔다 왔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어슬렁거리다 보니 어느새 초등학생들이 거리에 나타났다. 산책하며 수차례 봤지만 탈 생각은 안 했는데, 애들이 타고 있길래 덥석 올랐다. 3~4학년쯤 돼 보이는 애들에 이어 뒤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높이 올라가 타자마자 살짝 후회가 됐다. 앞에 탄 애들은 공원 벤치에 앉은 듯 편안한 모습. 혼자서만 롤러코스터를 탄 마냥 덜덜 떨었다. 




아쉬움에 덧붙이는 발파라이소와 우유니 사이 빈 이야기. 


발파라이소에서 산티아고로 떠나 공항 노숙 후 칼라마로 향했다. 칼라마는 악명이 높아서 아예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공항에서 바로 예약한 아타카마행 벤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계심이 있었지. 


원래 '달의 계곡' 투어엔 관심이 없었는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막의 모습을 보며 관심이 생겼다. 역시 지나만 가긴 아쉽다! 낮엔 달의 계곡에 다녀오고 밤엔 남반구의 별들을 보았다. 

아타카마 달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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