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1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직 초등학생인 나의 아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려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았다. "왜?" 없이 그냥 무작정 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꽤 오래 생각해보고 아들에게 말했다. "경제적으로 독립되고 남에게 폐끼치 않고 자신과 가족을 잘 돌보는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 공부 내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처리해야 하지 않겠니?"
지난 주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 휴가를 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름다운 풀장 옆 썬 베드에 누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 휴가 가방을 챙길 때, 이번 휴가에는 어떤 책을 읽을까를 사진에 예쁘게 나올 옷을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 <어른이 된다는 건>을 가져 갔다.
대학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하루키의 팬이 되어 하루키의 초창기 소설과 에세이를 섭렵하고 그에게 영향을 준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챈들러, 트루먼 카포티와 같은 미국 현대 작가들의 책까지 읽었다. 또한 동시대 작가인 무라카미 류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까지 읽게 되었는데, 하루키의 경우 1Q 84 이후로는 다소 난해해져서 거리를 두게 되었다. 반면 <키친>으로 처음 접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경우 하루키처럼 작품 세계가 크게 확대되어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기복없이 항상 양질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어, 자주 찾게 되는 작가이다.
원래 이 책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구입한 책이지만 읽어보니, 아마도 아들이 중학교 3학년 정도 되었을 때 선물하는 것이 좋겠구나 싶다.
작가는 첫번째 질문 어른이 된다는 건 뭘 까? 부터 여덟 번째 질문 열심히 한다는 걸 뭘 까까지 총 여덟께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에세이를 이끌어 나간다. 여덟 질문 모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단락은 첫번째 어른이 된다는 건 뭘 까? 에 대해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자신만의 고통, 자신만의 고민, 자신 속에 침잠해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그동안 말없이 작가를 아껴주고 지지해주던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가족이든, 친구 든, 이웃이든 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던, 그래서 배려하게 된 그 순간을 자신이 어른이 된 순간이라고 묘사했던 부분이었다.
아들에게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최소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않된다'고 말했었는데,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읽고 나니, 거기에 덧붙혀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이 되렴 "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초등 6학년 아들의 앞에 험난한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끝에서 자기 자신만이 아닌, 타인과 세상을 발견하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사회 속에서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어른이 되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