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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원 Jul 22. 2024

강남에 집사고 싶어요 #4

강남에 집 샀어요

지난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 #3 에서 2022년말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여, 가격 조정이 이루어진 틈을 타서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했으나 내 집이 팔리지 않아서 실패했다는 얘기로 끝을 맺었었다.


https://brunch.co.kr/@kjeanwon/17

2022년말부터 2023년초는 부동산 빙하기로 집을 내놓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2023년 3월부터 슬슬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충 보아도 자금 여력 없이, 그냥 임장만 다니는 사람들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매수 의사가 있어 보이는 50대 부부가 집을 보러왔다. 


나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공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어서 내 취향껏 아름답게 집을 꾸며놓는 편이라 지금까지 두 번 집을 팔아 보았고, 전세집도 두 번 넘겨 보았는데 판교 집을 팔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첫번째로 집보러 왔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계약 의사를 밝혔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말미암아 이사를 갈 때 인테리어에는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인테리어에 투자한 돈은 반드시 매도 또는 임대 할때 그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황당할 정도로 무작정 비싸게 인테리어 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매사에 가성비 중심인 사람입니다. ^^) 


어찌되었던 하락기에 내 집을 팔때는 최대한 타협해서 빨리 팔아야함으로, 우리는 적당한 선에서 매수인과 빠르게 가격 타협을 보고 작년 3월말에 매도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때 판단 미스를 했던 부분이 개포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6,700세대 규모의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가 2023년 11월 입주 예정인 점으로 인해 작년 하반기에 개포동의 시세가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잔금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뤄 둔 점이었다. 안타깝게도 작년 4월부터 서울과 경기도의 상급지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크게 유입되면서 빠르게 시세가 올라가더니 7~8월 무렵에는 이미 전고점 대비 거의 90% 수준까지 개포동 신축의 시세는 회복되었다. 작년 3월 17억대 중반에 거래되던 매물들이 7월경에 20억을 찍자, 우리는 개포동 신축으로 갈아타는 것은 포기하게 되었다. 대신 아직 시세 회복이 더딘 강남구의 구축 중에서 재건축 조합 설립이 임박하고 용적률이 비교적 낮은 아파트로 선회하여, 다행이 전고점 대비 시세가 여전히 25% 가량 떨어져 있는 도곡 1동의 한 아파트를 매수하게 되었다.


구축의 경우, 아무래도 59m2는 3인 가족이라 할지라도 협소하기 때문에 국민 평형인 84m2를 매수하게 되어 생각보다 대출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인근 신축 아파트의 동일 평형과 비교 했을 때 8억 가까이 저렴한데다가 공사비가 올라 재건축 분담금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분양시 59m2로 평형을 다운하여 신청할 경우 분담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안전마진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녹물 나오는 구축이기는 하지만, 중학교가 도보 5분 거리에 있고, 대치동 학원가가 버스 2~3 정거장이므로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기에는 교육 환경이 좋고, 무엇보다 집 바로 뒤가 근린공원으로 산책하기 좋고, 거실에서 완벽한 숲 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요즘 신축 아파트와 같은 으리으리한 커뮤니티 시설은 없으나, 집 바로 앞이 공원이고, 학군 좋고, 구축 치고는 주차장도 여유있고 (비록 지상주차장이라 겨울에 눈은 치워야 하지만) 도보권에 헬스장, 카페, 식당, 병원, 마트 등 주변 상권에 없는게 없고, 이정도면 집 내부만 싹 수리하면 충분히 10년 정도 몸테크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이사 온지 반년 넘게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녹물 외에는 큰 어려움 없이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이제 50대에 접어든 부부의 나이를 고려할 때, 앞으로 저성장, 저출산 국면이 이어질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그나마 최고의 안전 자산은 강남 아파트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나마 근로소득이 있는 동안 열심히 대출을 갚아나가기로 우리는 결심했고, 그 결심에 후회는 없다. 앞으로 집값이 오르던, 내리던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최소한 서울 핵심지 부동산 만큼은 우상향 할 것이고 우리의 노후를 맡기기에 우리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혼 후 여러가지 시행 착오도 많았지만, 그래도 양가에서 크게 도움받지 않고, 우리 부부의 힘으로, 낭비하지 않고, 남따라 소비하지 않고 우리 나름의 기준을 지켜오면서 이룬 성과라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소망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이루어내는 그 일련의 과정에 대한 소회는 여기서 마무리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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