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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원 Jul 18. 2024

강남에 집사고 싶어요 #3

강남에 집 샀어요

지난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 #2 에서는 2020년 코로나가 터진 직후, 잠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시기에 당시 공공임대분양 전환으로 인해 시세가 눌려 있던 판교의 아파트를 매수해서 내집 장만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https://brunch.co.kr/@kjeanwon/16

2020년 매수했던 판교의 아파트는 초품아 단지여서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가 등하교 하기에 너무나 편했고 단지 상가에 태권도, 피아노, 미술 등 각종 학원들이 즐비한데다가  분당 학원가를 중심으로 양질의 영어, 수학 학원들이 판교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생 학부모로서는 실거주 만족도가 높았다. 가장 좋았던 점은 운중천이나, 탄천 등 주변에 녹지가 풍부해서 코로나로 인해 실내 활동이 제한 받던 시절 도보로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지척에 있다는 것 이었다. 


2022년 갑작스런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락했지만, 다행이 우리는 대출이 많지 않은데다가 고정금리였기 때문에 전혀 타격이 없었다.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은 30년 주담대를 변동금리로 가져가는 건 말이 안되는 리스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2015년 일본따라 한국 부동산도 나락간다고 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업계 경력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주담대를 5년 고정금리 + 변동금리로 계약했었다. 


하지만 동판교 아파트라고 해도 판교역세권이 아닌 판교내 2급지에 위치한 우리집은 부동산 침체기에 하락폭이 유난히 큰 변동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변동성이 큰 아파트가 상승기에 많이 상승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동성이 큰 아파트를 자산의 대부분으로 가지고 있는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식으로 따지면 경기민감주라고 해야 할까, 40대 후반, 50대인 부부의 나이를 고려할 때 애플 같은 경기를 타지 않는 빅테크 주식, 즉 보다 우량한 자산으로 갈아타서 은퇴 후 노후를 좀 더 단단하게 준비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2022년 가을부터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할 결심을 굳히고 리서치를 시작했다. 기준점은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였다. 이유는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에 2009년 입주로 과거 시세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으며, 현재 강남권 아파트를 대표하는 반포 지역의 나름 랜드마크 단지이기 때문이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국민 평형 84m2 의 전고점을 기준으로, 강남 서초권 중고등학교 학군이 괜찮은 단지들의 시세를 조사해보니, 반포권 등 최상급지가 가장 하락폭이 적었으며, 대치, 도곡, 역삼 등 학군 최상급지 역시 하락폭이 적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하락폭이 큰데, 옮겨가는 쪽은 하락폭이 작으면 아무래도 부담이 너무 클 수 밖에 없어 고민에 빠졌다. 


이때 나름 타협점을 찾은 것이 개포동이었다.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부동산 침체기가 바닥을 찍던 2023년 초에 3,000세대 이상 공급됨으로서 일대 부동산이 큰 타격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개포동의 학군이 대도역에 못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대규모 신축이 공급됨에 따라 좋아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입주장으로 인한 일시적 가격 조정은 펀디멘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판교에서 강남으로 갈아타는 만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에 살던 국민평형 대신, 59m2 로 집을 줄여서 대출 부담을 최소화 하자는 전략을 새웠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상승기에는 집을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매수를 하고, 매도를 하는 전략이 맞지만 하락기에는 집을 팔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내집을 매도하고 갈아탈 집을 매수해야 잔금까지 갈 수가 있다. 하지만 2022년말, 2023년초에는 워낙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라 내집이 팔리지가 않아서 결국 2022년말 쌓여있던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저가 매물들은 매수하지 못한 채 개포동 갈아타기는 실패했다. 다음 강남에 집사고 싶어요 #4 에서는 결국 도곡 1동으로 갈아타기에 성공한 이야기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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