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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원 Jul 09. 2024

강남에 집사고 싶어요 #2

강남에 집 샀어요

지난번에 본격적인 부동산 상승기가 시작되기 직전, 2015년말 행당동의 9년차 준신축 아파트를 헐값에 팔고 강남에 위치한 허름한 재건축 아파트에 그것도 전세로 이사왔다는 말로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 #1 글을 마쳤었다.

https://brunch.co.kr/@kjeanwon/15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을 팔고 2016년에는 집값 변동이 거의 없었고, 2017년에 정권이 바뀌면서 약간의 상승세가 있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여서 우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은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부동산 업계에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일본의 뒤를 이어 서울 강남 정도 빼고는 모두 잃어버린 30년으로 흘러가는 시절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우리는 우선 강남에 전세로 살면서 현금을 모으고, 가성비 아파트를 잘 발굴해서 적당한 타이밍에 매매를 해야지 그렇게 계획했었다. 


서울 부동산 대세 상승기

하지만 전세로 살고 있던 집의 매매가가 2018년 들어 거의 한달에 1억씩 올라가면서 정확하게 1년만에 10억이 올라서 1년만에 매매가가 8억에서 18억이 되어버리는 기가 막히는 일이 발생했다. 하루 아침에 결혼 후 거의 10년간 모은 재산이 휴지가 되어버려 벼락거지가 된 2018년 여름에는 거의 멘탈이 나가서 정신이 혼미한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복기를 해보니, 열심히 입시준비해서 대학가고, 열심히 취업준비해서 취업하고, 심지어 미국 유학까지 가서 경영학이랍시고 MBA까지 취득하고 한때는 억대연봉까지 벌어보았지만 막상 돈에 대해, 자산에 대해, 재테크에 대해 유치원생과도 별반 다를바 없을 정도로 극도로 무지한 상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2018년 가을 초입에 남편이 임원으로 승진을 하게 되면서, 퇴직금이 1억 조금 넘게 생겼다. 임원은 계약직이라, 일단 퇴직 처리가 된 후 임원 계약이 된다. 당시 나는 도서관을 다니며, 부동산 관련 책이라는 책은 닥치는데로 다 읽고, 네이버의 부동산 카페에 네임드 분들이 올린 글은 거의 씹어먹을 수준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평생 태어나서 마흔이 넘도록 그토록 처절하고 치열하게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공부를 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듯 하다. 어찌되었건 그 과정에서 남편의 1억 조금 넘는 퇴직금을 종잣돈으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갭투자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는 무주택이었기 때문에, 갭투자라고 해도 결국 1주택자라 2년만 보유하면 매도시 양도세가 면제되는 혜택이 있었다. 2019년초 서울 가락동에 1만세대가 넘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면서 전세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매매가가 크게 조정된 시기가 있었다. 당시 2018년에 폭등을 겪은 후라, 드디어 부동산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언론에서 크게 떠들던 때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전세 만기가 1년 가까이 남아있었고, 경기도에 갭투자한 아파트도 보유 기간이 1년도 안되던 시점이라 어영부영하고 있었는데, 2019년 가을부터 서울 부동산이 다시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해서 결국 매수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2020년초 코로나가 터지고, 잠시 부동산이 얼어붙었을때 이번에야말로 절호의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갱신했던 강남의 전세를 위약금을 물고 해지하고 판교의 아파트를 매수해서 2020년 여름 초입에 판교로 이사를 갔다. 초등학생인 아이의 교육 환경을 생각해서 비교적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지역 몇군데를 추려서 스터디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판교가 분양전환 중인 10년차 임대 아파트들로 인해 시세가 2018년, 2019년 상승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저평가 상태여서 최종적으로는 판교를 매수하게 되었다. 2020년 여름부터 전국으로 퍼져나간 부동산 대세 상승을 생각하면, 나름 좋은 타이밍에 매수로 주거 안정성을 획득하고, 정신적 안정감을 찾게 된 선택이었다. 다행이 경기도에 갭투자했던 아파트도 보유 2년이 넘어 꽤 많은 시세 차익을 거두고, 전세 보증금과 더불어 판교의 아파트를 매수하는 자금이 되었다. 물론, 그 사이 헐값에 팔았던 행당동아파트가 10억 가까이 올라, 부부의 20년 근로 소득 저축이 날라갔지만, 그로인해 많은 것을 배웠으니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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