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2
언제부터인가 산이 좋아졌다.
누구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물론 여전히 바다를 좋아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산도 좋아졌다.
내방역 골목길, 인도여행에 특화된 여행사와 독립서점을 겸하고 있는 특색있는 공간에서 아름다운 산 일러스트 표지의 "나의 희말라야에게"라는 책 제목을 보고 책을 구입했다.
서윤미 작가는 2013년 네팔에 처음 일 때문에 방문한 이후 자석처럼 네팔에 이끌려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도 뭔가에 홀린듯이 항상 네팔로 돌아가다 결국 현재는 네팔에서 직장을 다니며 살고 있고, 네팔에 관한 책을 써오고 있다. 황수연 그림작가는 그림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다 어느 날 네팔 여행에서 작은 수첩에 펜으로 그림을 그린 이후에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은 글도 글이지만 황수연 그림작가의 일러스트가 책의 완성도에 8할 이상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풍경을 스케치한 황수연 그림작가의 그림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언젠가 한번 쯤 가보고 싶었던 네팔에 대한 특별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구나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네팔이든 인도든 탄자니아든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이 흔히 찾는 관광지가 아닌 개발도상국의 자연 관광지를 여행한다는 것에 대해 뭔가 심리적인 반발심(?)이 생겨버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를 대중적이라고 폄하하는 심리, '나는 남과 다르다' 더 정확히는 '나는 남과 다르고 싶다'는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 교통, 상업 인프라가 척박한 개발도상국의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여행지로 찾는다. 하지만 본인이 속해 있던 곳의 편의성을 여행 가방 한가득 담아와서 오만가지 장비를 짊어지고 히말라야를 오르다, 힘에 겨워 가지고 온 배낭의 오만가지 것들을 버려버린다. 이렇게 여행자들이 '남과 다른 나를 찾아서' 히말라야를 거쳐가면 온갖 쓰레기들이 히말라야에 버려진다. 쓰레기를 정비할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훼손되지 않은 자연은 이렇게 점점 훼손된다. 이 훼손이 극에 달하면 스스로의 힙함을 증명하기 위해 여행자들은 훼손되지 않은 또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나역시도 왠만한 주변 사람들이 한번 쯤 다녀 온 일본이나 괌, 베트남 다낭 같은 곳이 아니라 히말라야나, 세렝기티 같이 아직까지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곳에 언젠가 한번 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히말라야에 가서 여행자로서 세르파 현지인을 고용해서 한국에서 가져간 컵라면과 각종 편의 도구들을 짊어지게 하고 꾸역꾸역 올라 갈 생각을 하니, 불편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세르파도 직업이니 네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네팔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단, 나는 내 육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타인을 고용해서 해결하고 싶지 않다. 현지 인프라가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내 쓰레기를 감당해주는 쪽으로 가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그리하여, "나의 희말라야에게"를 읽고 나서 나는 비록 남들 다 가는 곳이지만, 나도 가서, 대신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여행을 계속하자'고 생각했다. 또한, 이 곳이 아닌 저 곳에 가서 읽어버린 나를 찾는 대신 괴롭고 힘들더라도 이곳에 남아 잃어버린 나를 찾으리라 결심했다. 결국 나는 저기가 아닌 바로 여기, 이곳에서 살아갈 존재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