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여행기 #1
2015년 어느 날, 출산 후부터 아이를 계속 키워주시던 시터분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한달간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출산 휴가 3개월만에 복직해서 입주 시터분과 함께 살며 육아를 해왔기에, 그때까지 육아 휴직을 써 본 적이 없었다. 네 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나니 시간이 났다. 몇년 동안 못했던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 000님, 검진에서 종양 소견이 있는데 내원하셔서 조직검사를 받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조직 검사 결과, 양성 종양이라 했다. 40대 초반에 왠 청천벽력 같은 암진단인지....
회사에서 단체로 가입했던 보험사에서 암 진단금이 나왔다. 암진단을 받기전에 우연히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설명회를 다녀왔는데, 갑작스런 암진단으로 인해 우울해진 상황 속에서 보복소비, 충동소비 심리가 폭발, 오천만원에 달했던 암진단금을 하와이에 있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신축 콘도를 사는데 써버렸다.
ㅆㅂ 내가 미쳤지...
하여간 그때 충동소비로 구입했던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위치한 신축 콘도로 2017년, 2022년 두 번의 가족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나의 경우 태국 관광청 홍보 담당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프랑스계 리조트 회사를 거쳐 미국과 싱가폴 현지 호텔 기업에서 일을 하다보니 해외 출장도 많이 다녔고, 여행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순수 국내파인 남편은 해외 여행 경험이 거의 없었다.
2017년 아직 유치원생이었던 아이와 함께 하와이로 첫 여행을 갔을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까지 대략 30개국 정도를 다녀봤지만 하와이처럼 날씨가 좋은 곳을 본 적이 없다. 일년 내내 27~30도 날씨에 습도가 낮다.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도 날씨가 좋기로 유명하지만 하와이 날씨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해외 여행 경험이 거의 없던 남편은 마치 천국에라도 온 것 처럼 행복해했고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비록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컸던 콘도 구입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을 주었다.
2022년 두번째로 하와이 와이키키를 방문했을 때는 남편의 감흥은 첫 방문때보다는 덜 했지만, 초등학생이 된 아들은 첫 방문때와는 달리 제대로 와이키키에서의 휴가를 즐겼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때의 추억을 자주 이야기 하곤 했다. 아무래도 첫 방문때는 유치원생으로 너무 어려서 여행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던 듯 하다.
가족이 행복한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 이야기 할 추억이 많다는 건 삶의 질에 큰 보탬이 된다. 식구들끼리 밥을 먹으며, 차를 마시며 하와이 여행 얘기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하와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나의 가족이 떠오른다.
내년에 아들이 중학교에 가게 되면 당분간 장거리 여행은 어렵겠구나 싶어, 올 여름에는 그동안 방문했던 오하우 섬이 아닌, 빅 아일랜드 섬을 다녀오게 되었다. 와이키키 해변으로 대표되는 오하우 섬을 통해 하와이를 접했던 우리 가족은 처음 빅 아일랜드에 도착했을 때 마치 화성에 온 것 같은 황량한 풍경에 크게 당황했다. 뭔가 외계 행성 같았던 빅 아일랜드는 그 동안 우리 가족에게 일종의 마음의 고향(?) 같은 역할을 했던 하와이에 대해 각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다음편에서는 앞으로는 따로 또 같이 형태의 가족 여행을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했던 빅 아일랜드 가족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