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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원 Apr 14. 2021

나에게미니멀 라이프란?

가정경제연구소-번외 편#1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쓴 책이라 그런지 인테리어 콘셉트로 미니멀 라이프를 다루고 있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고, 꼭 필요한 물건만 있는 집에서 쾌적하게 살면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느끼는 그런 내용이었다.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가 뭔지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란 모든 것을 가지려고 애쓰는 대신에 더 중요한 것, 더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회사 생활과 육아와 살림 모두를 잘하며 사회적 성취와 안정된 가정 모두를 이루는 사람은 없다. 그런 건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10년 전 가정을 처음 이루었을 때는 몰랐다. 인생이란 하나를 얻으려면 먼저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그런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풀타임 직장을 그만둔 지 5년 차. 일과 가정 모두를 부여잡고 그 어느 것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수년간 살다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내 건강과 또 아이의 발달 지연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사실 1년간 투병 후 복직하려 하니, 회사로의 복귀가 어려웠다. 5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사회 분위기가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반 강제적으로 퇴사를 당하고(?) 나니 15년 이상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 일군 인맥이란 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가족과,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오래된 친구들 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내 아이에 대해서도, 우리 집 살림에 대해서도, 가계 자산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대기업 차장이 아니었고 팀장도 아니었다. 임원이 되겠다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행히 퇴사 후 아이를 돌보며 초보 엄마에서 좀 더 경험 많은 엄마로 성장해나갔고, 안락하고 쾌적하게 집을 가꾸고 건강한 집밥을 해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집 자산을 두배 이상 성장시키면서 그 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성장과 성취감을 맛보게 되었다. 비록 버젓한 명함은 잃었지만 대신 자산이 늘었고 안락한 가정을 갖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걸 나는 깨달았다. 미니멀 라이프는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태도가 아닐까? 나에게는 사회적 성취도 중요했지만 그것이 내 건강이나, 자녀보다는 덜 중요했기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이었다. 나는 내가 워킹맘 시절에도 워킹맘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누구는 워킹맘이면 누구는 플레이 맘인가? 직장맘이라든지 얼마든지 달리 쓸 수 있는 말이 있는데도, 그런 식의 상대편을 소외시키는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쓴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던 사람들은 각자의 선택에 의해 워킹맘도 되고, 전업맘도 된다. 각자에게는 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직장맘이든, 전업맘이든 각자 위치한 곳에서 처음에 목표한 바대로 성장해나가고 성취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정도 모르면서 상대편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대신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그런 문화가 성숙되기를 바라며, 그간 내가 경험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소회를 끄적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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