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구 상에 등장하고 나서 지금처럼 만물의 영장이라는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많은 발명과 기술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령 불을 필요할 때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짐에 따라 인간은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며, 밧줄의 발명은 인간으로 하여금 짐을 나르거나 집을 지을 때 훨씬 편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또 많은 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이라고 칭송해 마지않는 금속활자는 권력층의 전유물이던 지식과 정보를 인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만일 금속활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발달된 문명은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1, 2, 3차 산업혁명을 초래한 증기기관과 전기, 그리고 컴퓨터의 발명도 어느 발명 못지않게 인간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에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기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하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인간에게 가장 광범위하고 큰 영향을 준 발명이라고 한다면 이를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로 인공지능을 거론하고 있지만, 사실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기술을 뽑자면 여전히 인터넷이 인공지능의 앞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다양한 의견이 실시간으로 수십억 명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단순한 인터넷의 특징이 초래한 결과는 실로 놀라워서, 마치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한 개의 뇌를 공유하는 것처럼 세상을 묶어 버리게 되었다.
이제 인터넷은 인간에게 무한히 행복한 미래가 확실하다는 희망과 동시에 암울하고 절망적인 미래 또한 예측하게 만들고 있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변화와 위기상황의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들이 많을 뿐 아니라, 해결도 인터넷을 이용한 집단지성 이외에는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를 인간이 좌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만들어 내 학문 중 하나가 바로 미래학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미래학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하며, 이들이 하는 일은 기술, 환경, 사회구조, 인간관계와 같은 다양한 변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예측하는 미래는 예언처럼 정확히 맞히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밝은 미래가 예측된다면 더 밝게 만들고, 어두운 미래가 예측된다면 이를 밝은 쪽으로 바꿀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경고를 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즉, 미래학은 틀리기를 바라고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들은 흔히 미래를 Future라고 쓰지 않고 Futures라고 복수형을 사용한다. 이는 인간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또 협력함에 따라 미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들이 2009년에 델파이 기법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미래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15가지의 과제를 선정하였다. (출처; 밀레니엄 프로젝트)
미래학자들은 이 과제들을 하늘이 내린 천재나 초강력 국가가 주도하여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인터넷이 창조한 집단지성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기후변화 –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와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제기이다. 기후변화는 누가 뭐라 해도 앞으로 우리들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임에 틀림없으며,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인류는 물론 모든 생명체의 멸망까지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 속도는 이미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발생되는 사막화 및 물 부족 문제는 식량 및 거주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중요성으로 판단하면 미래 위기 요인 중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미래학자가 있을 정도로 기후변화 대응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2) 깨끗한 물 – 미래사회에는 식량보다도 물 부족으로 인하여 더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이미 지금도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하수처리 시설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26억 명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하여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매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수질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수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협력하여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인구와 자원 – 75억 명을 넘어선 인구는 2050년 경이면 90억 명을 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구증가에 따른 다양한 문제와 특히 자원 부족과 고갈 문제에 대해 다 같이 고민을 시작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으며 에너지와 식량자원의 부족도 하루 바삐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인구 증가에 따른 주요 자원의 고갈 문제 역시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4) 민주화 –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나라 이름에 민주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거나 헌법에 민주주의 국가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바라보면 아직도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은 기본적인 자유를 억압받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모든 인류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민주제도를 전 세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다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5) 글로벌 예측과 의사결정 –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 등으로 인하여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는 곧바로 전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책결정자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빨리 증가하고 있다. 즉,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크고 의사결정의 영향력이 큰 시기는 한 번도 없었으며, 인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인류가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시스템 개선에 국제적인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6) 정보통신기술 – 2004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게계 인구의 15%인 10억 명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그 비율은 2016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50%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인터넷의 보급은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사이버테러,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이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들도 야기하고 있다. 즉, 정보통신의 순기능을 더욱 빨리 확산시킴과 동시에 역기능을 해결할 수 있는 국제공조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7) 빈부격차 –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의 비중은 1981년 40%에서 2001년에는 21%로 감소하였고, 기아로 인하여 사망하는 사람도 사라지고 있지만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빈곤함을 자각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어 상대적 빈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인도와 같은 초거대 국가들이 막강한 제조업의 경쟁력과 큰 시장을 무기로 세계 무역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감에 따라 저개발국가들은 더 이상 수출주도형 국가로 탈바꿈하여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8) 보건의료 – 교통의 발전과 교류 증가로 인하여 매년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슈퍼 질병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매년 1종 이상의 신종 질병이 발견되고 확산되어 왔으며 동시에 환경파괴, 이민과 여행의 확산과 같이 질병의 확산을 가져오는 인간의 활동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즉, 이제는 국지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든 질병에 대해 국제적인 협조와 해결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9) 교육 – 인터넷을 통한 원격교육을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오락, 연예 콘텐츠가 무절제한 상황에서 국경을 넘어 전파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철학과 윤리교육의 부재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 주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터넷으로 인하여 수많은 차별과 가치체계의 혼란도 발생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시대에 교육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과 해결책 제시가 필요하다.
10) 평화와 분쟁 – 과학의 발달로 이제는 작은 집단이나 개인도 전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생물무기와 핵무기 제조방법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고 인터넷 등을 통하여 테러집단들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또 9.11 테러의 사례에서 확인하였듯이 소규모 도발은 전통적인 군사력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종교, 인종과 같이 전 세계적인 갈등요인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11) 여성지위 – 여성지위가 신장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범죄나 빈곤으로 고통받는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그리고 질병이나 교통사고, 전쟁 등의 이유로 사망하는 여성보다 폭력이나 부상으로 인해 사망하는 여성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지구 상에 사는 사람들이 창출해내는 경제적 부가가치의 40%는 여성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전 세계 부의 1%만이 여성 소유일 정도로 여성의 경제적 위치는 열악한 실정이다.
<아직도 존재하는 성 차별은 지구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다.>
12) 다국적 범죄조직 – 이제는 작은 국가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테러조직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조직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2조 달러 이상에 달하고, 범죄조직들은 매년 1조 달러 이상을 돈세탁하여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테러조직도 글로벌화하여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조직원을 모집하는 등,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국제공조를 통하여 범죄조직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3) 에너지 – 난방, 조명과 같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 수요도 증가하지만 특히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를 얻고 유통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수요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하여 2002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에너지 수요가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수요 증가는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킴과 동시에 군사적 충돌도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등의 추진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협력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2012년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들이 소비하는 전력 양은 300억 와트에 달했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14) 과학기술- 미래를 주도할 기술은 NBIC (나노기술, 생명과학, 정보통신, 인지과학)와 융합기술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식량이나 환경문제 해소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문제를 일으킬 위험성도 있는데, 그런 문제들의 대부분은 기술과 윤리 사이의 충돌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즉, 기술이 주는 성장과 편리함이라는 달콤함에 가려져 있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배려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15) 글로벌 시대의 윤리 – 인간의 미래를 좌우할 수많은 문제들이 잠재해 있지만 각국 정부나 기업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각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사건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만 결정은 대부분 자국 국민들만을 고려하여 내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구촌 차원에서,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의사결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이제는 보다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앞으로 위의 15가지 과제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해 볼 예정이며, Weird지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의 말로 이번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지난 10년은 웹에서 창조하고, 발명하고,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10년은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현실세계에 적용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인터넷의 능력을 지구촌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칠 시간이다.
앞으로도 지구촌의 미래를 위협할 문제들이 계속 등장하겠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집단지성만이 해결책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상 이렇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역으로 활약할 것을 요구받았던 시기가 있었던가? 이것이야 말로 인터넷이 가져다준 멋진 신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