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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Aug 26. 2022

나는 나만 불쌍해할 수 있다

<헤아려본 슬픔>

요즘 내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없이 우울해진다. 지금껏 내가 그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추어졌는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불쌍한 사람, 그것이겠지.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자신이 “참 불쌍한 여자네”라고 불리길 바랐다. 나는 탕웨이가 스스로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 문장을 내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난 다르다. 당신이 없는 나는 한없이 납작해졌다. 충분히 불쌍해졌다. 그러니 내 입으로 그런 문장을 내뱉을 수 없다.  뱉는 순간 내 감정은 화석화될 테니까.


나는 내 슬픔에 종종 잠식되지만, 슬픔 안에서만 사는 사람으로 비추어지고 싶지 않다. 내가 나를 동정할 수는 있어도, 남은 나를 그렇게 할 수 없다. 나는 나만 불쌍해할 수 있다. 누군가 나를 보며 “참 불쌍한 여자네”라고 읊조린다면 나는 바로 대꾸해줄 것이다.


“네가 뭔데.”


즐겁게 뛰어놀고 남들과 웃으며 어울린다고 해서 내게서 모든 슬픔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그러니 ‘마음이 놓인다’는 말도 틀렸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듯이, 나는 지나치게 기쁘다가도 끝없이 슬퍼진다. 열심히 달릴수록 돌아서면 무기력해진다. 매일 여덟 시간씩 일하고, 두세 시간씩 운동해 몸을 놀린 다음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더라도 문득 새벽에 깨면 “오늘 밤에는 철부지 슬픔이 지옥처럼 다시 입을 벌린다.” 그러면 다음 날에는 좀더 열심히 뛰는 것이다. 온전히 잠드는 밤을 위해서. 이런 나를 보면서도 ‘마음이 놓인다’는 말이 나온다면 그건 그냥 당신이 보고 싶은 내 모습만 보았다는 반증이다. 내 슬픔을 헤아릴 수 없다면 감히 짐작하는 것마냥 굴지 말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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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본슬픔 #C.S.루이스 #홍성사


“또한 슬픔은 게으른 것이라고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일상이 기계적으로 굴러가는 직장에서의 일을 제외하면 나는 최소한의 애쓰는 일도 하기 싫다. 글쓰기는 고사하고 편지 한 장 읽는 것조차 버겁다. 수염 깎는 일조차 하기 싫다. 내 뺨이 텁수룩하건 매끈하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_21쪽


“나는 죽음의 상징이다. 행복한 부부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둘 중 하나는 언젠가 저 사람처럼 되겠구나.’” _28쪽


“결혼이 내게 주었던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이처럼 아주 가깝고 친밀하면서도 언제나 확실하게 ‘내가 아닌 남’이며 순종적이지 않은, 한마디로 ‘살아 있는’ 어떤 것의 영향력을 계속 느끼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헌데 그 모든 작용이 이제 무위로 돌아가는 것인가? 내가 여전히 H라고 부르는 존재는 끔찍하게도 내 독신 시절의 허황된 몽상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는 것인가? 아,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여. 한순간만이라도 돌아와서 이 비루한 허깨비를 떨쳐주오.” _39쪽


“지금까지 나는 너무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시간밖에 없다. 거의 순수한 시간. 그 텅 빈 연속만이 있는 것이다.” _56쪽


“자신의 고통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그녀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연인이라니, 나는 얼마나 덜 된 인간인가! ‘돌아와주오’라며 미친 듯 부르짖는 외침조차도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여 그녀가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녀에게 좋은 일일지 어떨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나의 과거를 복원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H에게 이보다 더 나쁜 경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한 번 죽음을 겪고 나서 다시 돌아왔다가 먼 훗날 또다시 죽으라고?” _65, 66쪽


“‘슬픔을 벗어났군. 이제 아내를 잊어버렸어.’ 그러나 실상은 ‘슬픔을 일부 벗어났기 때문에 그녀를 더욱 잘 기억하는 것이다.’ _70쪽


“오늘밤에는 철부지 슬픔이 지옥처럼 다시 입을 벌린다. 실성한 말들, 비탄에 젖은 후회, 위장의 울렁거림, 악몽 같은 비현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슬픔 속에서는 어떤 것도 ‘거기 머물러 있지’ 안흔ㄴ다. 사람은 어떤 단계를 계속 벗어나지만, 그 단계는 언제나 되풀이 된다. 빙빙 돌아 원이로구나. 모든 것이 되풀이된다. 나는 그저 뱅뱅 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선형의 계단 위에 있다고 가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인가?” _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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