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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Oct 30. 2022

혼자 축하하는 결혼기념일

10 30, 결혼기념일이다. 당신과  가운데 누구도 혼인을 중지한  없지만 우리는  세계에 있지 않은데, 결혼이 성립될  있을까. 성립되지 않는 결혼을 기념할  있을까. 등본에 당신은 밑줄과 함께 지워지고 이름 옆에 “사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데  남편이라 말할  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때는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결국 내가   있는  견디기밖에 없구나, 같은 세계로 향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10월 30일은 호스피스병동 첫 입원일이기도 하다. 날짜 때문에 잊혀지지가 않지. 재작년 오늘, 그러니까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 우리는 호스피스병동으로 들어갔다. 까무러지는 텀이 점차 가까워지는 당신을 보며 죽음이 가다오고 있음을 알았지만 어떻게든 결혼기념일은 병원 밖에서 보내고 싶었다. 더는 당신의 몸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는 10월 28일. 결혼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응급실로 향했고, 이런저런 절차 끝에 30일에 호스피스로 이동했다.


당신은 눈도 뜨지 못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계속 이어갔는데, 그 곁에서 나는 울면서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초를 껐다. 우리의 마지막 결혼 기념. 이제 10월 30일이라 하면 그 장면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나는 이제 매일같이 울지 않는다. 눈물이 나도 금세 말라버린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두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우는 순간이 윤종신 형 콘서트에서라는 걸 알았다. 매년 함께 가던 그 콘서트장에, 그가 부르는 노래 곳곳에 우리의 추억이 서려 있으니까. 그래서 혼자라도 결혼을 기념하겠다며 기어이 콘서트장을 찾았고, 까무러치지 않을 정도까지만 울었다.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 첫 꼭지에는 우리가 사귀기로 한 첫 날 내가 당신에게 보낸 시가 적혀 있다. 브레히트의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선  되겠기에


당시에는  시가  로맨틱하다 생각했는데, 신형철의 글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아차렸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말하지 못하고 “당신이 필요하다 했을까. 그리고  여전히 당신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을까.  필요를 채워주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해진다. 미안해, 내가 죽어도 죽지 못하게 하지. 이기적이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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