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아파트 살 때.
코로나가 닥쳤고, 아프리카로 가는 길이 막혔다.
그리고 나는 땅을 샀다.
타라의 흙을 움켜쥐며 "그래도 내일의 태양이 뜬다" 뭐 이런 말을 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에 빙의하여.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상황이 아무리 달라져도, 이 땅에서 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며
나는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것이다 ! 하며 땅을 샀다.
남들 다 아파트 살 때. 난 땅 !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 것이다!는 야심찬 포부와 함께.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양양에 땅을 샀다. 남들 서울 살때 나는 양양.
그냥 좋았다. 마음에 드는 곳에 터를 잡으려고 팔도를 돌았는데, 양양이 좋았다
난 2011년 부터 2015년, 그러니까 변화하는 제주의 격동기에 살다가 쫒기듯 다시 서울로 왔다.
제주의 변하는 모습, 변하는 사람들.. 이제 제주에 딱히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요즘은 어떨지 잘 모르지만 저 시기에는 중국 사람들이 붕대를 칭칭감고 동네에 돌아다녔다 미라마냥. 밤에 편의점에 갔다가 성형 관광 온 사람들을 마주치면 기겁을 하곤 했다.
작고 낮던 제주의 담들은 높아져가고, 빈 곳이 많아 아름답던 그 곳은 가득차갔다.
그냥 모든게 변해갔다. 내가 좋아하던 제주가 더이상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에 살면 진짜 힘들다.
'들어가는건 내 맘대로지만 나오는건 내 맘이 아니다.'이걸 매번 느끼며 살았다
꼭 내가 육지로 나갈 일이 급히 생기면 비행기 값이 엄청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웠다. 날씨가 안좋으면 결항되기 일쑤였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1시간 이라지만, 공항가고 수속밟고 서울와서 다시 도심들어오고 4~5시간이 그냥 간다.
그래서 생각했다. 무조건 차로 어떻게든 밟아서 갈수있는 곳.
공장이 없는 곳(덤프트럭이나 화물차 오가는 곳 아닌곳, 이러다보니 수도권은 그냥 대상에서 날아감)
아무튼 양양이었다.
그리고 막장땅! (*막장땅: 길의 끝에, 주로 산자락에 붙어있는 땅)
구석에 처박혀 살고 싶었다.
' 산으로 둘러싸이되, 바다와 가까운 곳. 이웃과 직선거리로 200미터 이상 떨어진 곳. 500평 이상'
이 까다로운 조건! 막상 원하는 땅을 찾으려면 정말 어렵다. 진~~~~짜 힘들었다. 전국에 널린게 다 땅이고 산 같은데, 막상 원하는 조건의 땅을 찾으려니 매우 힘들었다.
이웃과 왜 저렇게 떨어져야 하는가. 단독주택에 살아보면 안다. 얼마나 옆집과 외부 소리가 잘들리는지.
타운하우스는 아예 제외하고 시작했다. 타운하우스는 주로 강아지를 (많이) 키우고 싶은 분들이 한 이되어 살거나, 아이를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은 분들이 살게된다. 즉, 마당에 모두모두 나와서 놀게 되는데 이 신명나는 떠들썩함이 장난 아니다.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참이웃 생활을 할 수도 있겠으나,
밖에서의 자아와는 반대로 나는 주거공간에서의 고요함, 거의 적막함을 좋아한다.
집에서 말도 잘 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KBS1의 93.1 라디오 틀어놓는 것을 좋아하며,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우리집 강아지도 조용하다.
이웃과 떨어진 땅을 구하면, 고라니와 가까워진다. 멧돼지와 가까워진다. 전기 인입하는데 돈들고, 상수도는 일찌감치 포기해야하며(지하수 파는 비용은 900만원이상) , 통신을 깔려고 하니 KT에서 700만원을 견적으로 받았다. 그마저도 다른 통신사는 아예 들어올 수 없다.
그래도,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땅을 맘에들어하시는 개님. 땅 보러 간날, 땅에 큰 볼일을 보시며 이 땅이다. 하고 점지하시었다.
멀리 고깔처럼 설악산도 보이고, 설악해변과도 가깝다.
여름엔 서핑을, 겨울엔 고립을. (갑자기 아리랑이란 영화가 생각나는건 ...)
앞으로 잘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