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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이즈아프리카 Aug 16. 2023

'좋은' 건축사무소를 찾아서

집짓기 1단계. 건축사무소 계약

건축가.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거지만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한다. 인문학적 감성과 예술적 기질을 갖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답을 풀어내면서 삶에 대한 호기심, 사람에 대한 애정과 고민도 놓지 않아야하는!


크으.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직업이 어디있담.

거의 전인적 인간상을 요하는 듯한 일이다. 


그 어려운 걸 해내고 계신 건축사무소를 운좋게 만났다.

우리의 뻘소리를 자애로운 웃음으로 넘겨주시고 이처럼 작은 프로젝트에도 마음을 쏟아주시는.



건축, 그 기괴한 여우구슬


어디에나 있는 건축 사무소이지만, 그 어디에나 때문에 가장 어렵기도 했다. 지역 건축사무소 몇 곳과 상담을 하면서, 집짓기의 과정은 꽤 길텐데 말이 안통하면 그 시간들이 꽤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을 지었던 사람들, 집을 지으려 준비하는 사람들, 집을 짓고 있는 사람들.

멀리에서 본 집짓기는 마치 뭐랄까.. 구전되어 내려오는 공포스러운 민화, 여우구슬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다. 착한 형제들과 맘씨 좋은 부모님이 뭘 어떻게 해도 여우한테 먹히고 몰락한다. 뭐 이런 기괴하면서도 권선징악도 분명하지 않고 끝마무리까지 찝찝한 서사구조를 가진 이야기.

 아무리 착한 건축주도, 좋은 건축사도, 훌륭한 시공사도 그 스토리 안에 들어가면 여우구슬에 씌인듯 다들 괴랄해지는 이야기 말이다. 


 양양 주변의 실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더 극악했다. 하자 보수를 하기 싫어서 잔금도 안받고 튄 시공사부터 포트폴리오 용도의 말도 안되는 건물을 설계하고 나몰라라하는 건축사들까지.

 그러나 수많은 건물들이 매일 지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집에서 살아간다. 그들 또한 이런 괴이한 이야기들을 접하지 않았을리 없고, 그럼에도 견뎌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의 극단적인 성향은 또 적당히를 모르고 저 쪽으로 튀었다.

  '확실하게 짓자'

 집 지으면 십년은 늙는다는데, 안티에이징 비용이라 생각하고 걍 쓰자! 


좋은 건축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건축의 뭣도 모르는 내게, 좋은 건축사는 어떻게 만나지? 부터가 관건이었다. 

아니 좋은 건축사는 도대체 어떤 건축사이지?


이것 역시, 우리가 알아서 정해야 하는 기준이었다. 

 내 기준은 이러했다. 

1) 큰 처마 평지붕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있는 곳

2) 말이 통하는 곳 (듣기와 말하기가 어우러진 곳)

3) 걍 삘feel ! 아프리카에서 손금 좀 봐줬던 경력 살려 상대의 기운을 느껴보자!!!


그리고 '젊은 건축가상'이라는 멋진 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연도별 수상자 리스트를 쭉 살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건축사무소 3개에 전화를 걸었다. 

 첫번 째 건축사무소는 우리를 거절했다. 평당 1000만원 이상(그당시 콘크리트 건축비 대략 평당 700만원선)의 건축비를 감당할 수 있는 건축주와 일을 한다고 했다. 물론 싹퉁바가지없게 말을 하신 건 아니고, 40대 중후반쯤 되어보이는 목소리의 건축사님이 매우 조심스럽게 미안해하며 말씀하셨다. 아. 우리가 거절당할 거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실제로 그 건축사무소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곡선이 매우 많고 정갈한 느낌이 들어 돈 좀 썼겠다. 싶은 건물들이 많았다. 굉장히 차분한 느낌의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건축사님과 통화를 해보고 나서 느낀 점은 건축사의 성향이나 느낌이 건물에 투영되겠다. 라는 것이었다. 


두번째 건축사무소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젊은 건축가 상을 받은 곳은 아니었지만, 어떤 매거진 자료에서 보게 되어 연락을 드려보았다. 규모가 작은 곳이었는데, 굉장히 인간적인 느낌이고 전반적인 작업을 모두 직접하시는 듯했다. 상담을 하러 방문을 했을 때도 유리문 안에서 노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계시던 모습이 예술가 느낌이 팡팡 났다. 대화도 잘 통하고, 우리랑 결이 비슷해보였다. 약간 외곽에 떨어져 계신 것까지. 아마 세번째 사무소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곳과 계약을 했을 것 같다. 다만, '이거다!'하는 느낌의 포트폴리오는 없어 조금 망설였다. 


세 번째 건축사무소는 우리가 계약을 한 곳이다. '제이와이아키텍츠'라는 건축사무소인데, 조금 충동적으로 집에 있다가 어떤 건축물을 보고나서 "오!"하는 마음에 집에서 입던 이상한 바지를 입고 방문했다. 마음에 들었던 건 제주에 있는 '류월의 제주'라는 건물인데, 내가 원하는 비슷한 느낌의 건축물이었다. 

 제이와이아키텍츠는 젊은 건축가님 두 분이 함께 운영을 하시는 곳인데, 각 역할이 매우 분명해 보였다. 이성과 감성. 흑과 백. 약간 뭔가 그런 느낌이 첫 인상이었다. 

 그리고 다른 상 좀 받은 건축사무소들과는 다르게, 마주했을 때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웅 원하는게 뭐야? ㅎㅎ"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 물론 지금은 저 느낌이 호락호락함에서 느껴진 편안함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두 분이 어깨에 힘주는 스타일이나 허세부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랬던 거다. 설계의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은 안다. 건축가로서 어떤 면에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건 큰 장점이라는 것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보였다. 건축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보였다. 건축에 대한 신념이 있어보였다. 

우리는 감탄했다. 우리가 '일'을 대하면서, 이런 자세를 갖기가 쉬운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던, 그러나 절대 와닿지 않던 직업에서의 '소명의식'이란게 이런건가. 물론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 쪽 세계의 장르는 다른 업에 비해 좀 더 진지했다. 

 그렇게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건축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우리가 잘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분들께는 우리와 계약한 게 잘 한 일이 아니라는 게 참 죄송스러운 일이다.끙.



*아뜰리에 건축사?

나중에야 알았지만, 내가 계약한 건축사무소같은 곳은 '아뜰리에 건축사무소'라 불린다했다. 인터넷에서 대강 말하기를, 소규모 / 작가주의/ 이윤등에 연연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뭐 그런 류의 건축사무소라고 나와있다. 우리는 두어번 더 다른 아틀리에 건축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끊고 느낀 점은 '힉. 허세쩔어'였다. 난 힙한 이민자 감성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다. 양양의 남쪽 서피비치 같은데 턱수염 기르고 니 바다마냥 누워서 건들거리는 까페 사장 감성을 싫어한다. 또는 매 분 구렛나루 만지게 생긴 관종 얌생이 감성도 싫어한다. (싫어하는 거 구체적으로 엄청 많은 성격) 이들의 통화에서도 그런 감성이 느껴졌다. '나 예술하고 있어!' 그리고 그 중 한 곳은 기본 설계비가 8000만원부터 시작했다. 

 아뜰리에라는 영역은 모호한 것 같다. 규모가 작은 호텔이라고 다 부티끄 호텔이 아니듯. 분명한 건 각 건축사무소의 퍼스널리티가 너무나 다르고 확실해서, 오히려 상담으로 내가 원하는 곳을 찾기는 쉽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사람이 투영된다.

 어쨌든 결론은 제이와이아키텍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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