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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에 Nov 20. 2022

당신은 참 유난스럽다

그건 당신이 특별하다는 뜻이래요.

최근에 한 달 어스를 통해 알게 된 동료 '생각하는 모모'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책을 요즘 읽고 있다. 작사가 김이나의 책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그녀는 따뜻한 시선과 이성적인 태도를 함께 지닌, 그리고 이것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녀는 칭찬과 사랑을 부족함 없이 받으며 자랐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프레임에 속지 않겠다는 당돌함과 슬픈 영화 속 주인공의 얼굴만 보아도 눈물이 핑 돌던 섬세한 감성을 고루 갖춘 어린이로 성장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녀 소개하는 첫 장의 글을 읽다가 괜히 씩 웃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참 나랑 닮은 점이 많은 분이네."라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중에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와닿는 문장을 적어보려고 한다.

당신이 유난스럽다고 지적받은 적이 있다면
그 부분이 바로 당신을 빛나게 해 줄 무언가 일 것이다.
- 작사가 김이나


내가 특별히 유난스럽다고 들은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러 가다가 계속 돌아봐서 발목을 삐고 깁스를 한 날이 3~4번이나 되었다.

길고양이 밥을 챙겨서 외출하고, 여행을 갈 때는 특히 더 챙긴다. 여행지에서도 언제나 길고양이를 마주치지만 사료는 구하기가 더 힘드니깐 말이다.

예전에 지하철 밑이나 도로에 있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꼭 돈을 챙겨 드린다. 예전의 어르신들은 그들이 그 돈을 받으면 술을 사 먹는다고 절대 주지 말랬다. 하지만 내 생각을 다르다.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구걸이라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안 쓰거나 술주정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상식적이지 않고 준법정신에 어긋난 상황을 목격하면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얘기를 한다. 법을 어기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아니면 지하철 안에 붙어있는 긴급신고 전화를 하여 공사 직원이 와서 민원을 해결하도록 한다.

그리고 나는 골목길 횡단보도에 주차나 정차를 한 차를 목격하면 지나칠 수가 없다. 특히 아주 좁은 횡단보도나 학교가 있는 골목에서 사람이 지나는 길을 떡하니 막고 있는 차량을 보면 속에서 뭔가가 올라온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거길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나는 어김없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신고를 해버린다.

그리고 횡단보도 불법 주정차뿐만 아니라 내가 다니는 진발 골이나 산, 도로 등에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정말 열받고 화가 난다. 불법 쓰레기가 자연에 무단 투기된 걸 보면 정말 화가 많이 나고 울분이 차오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바로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촬영을 하고 정확한 장소를 안내하여 민원 신고를 하면 빠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에서 수성구청으로 이송되어 처리가 된다. 그리고 민원 처리가 된 다음날에는 깨끗해진 진밭골과 둘레길을 지나가면 너무 기분이 상쾌하다. 그리고 빠른 업무 처리의 정부와 지자체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도 하고 이런 시스템에 살고 있는 나라에 뿌듯하다.

난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정 페이를 받고도 4년간 성공과 목표를 향해 달린 적이 있다. 정말 그 시간엔 열정적이고 패기가 넘쳤다. 그러나 열정과 현실 사이에 간격은 좁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 돈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한 열정을 불태운 나 자신이 자랑스럽지만 남편은 유별나다고 얘기했었다.

난 탱고 페스티벌로 일본에, 대만에 그리고 홍콩에 다녀왔었다. 난 재밌었는데 누군가는 취미가 유별나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50대에도 제주도, 발리에 가서 프리 다이빙, 서핑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리고 터키에도 가고 싶고, 세계 여행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리브 애니웨어'처럼 살고 싶어 한다. 남편은 유별나다고 한다.

나는 지금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비로 비싼 옷도 사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사비로 그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사준다. 내가 주고 싶은 음식 말고 그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사준다. 매일 사비가 들어가고 있다. 남편은 유별나게 돈을 쓴다고 한다. 남편에게 비밀이지만 그 외에 더 많은 지원도 하고 있다. 절대 남편에겐 비밀이다. 유별나게 느껴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나는 많은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너무 예쁘고, 그 길을 걸으면 더 기쁘고,  휘날리는 은행 비는 더 아름답다. 구름이 있는 날은 있는 날 데로,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은 그대로 너무 아름답다. 비가 오는 날에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밖에 나가서 비 구경을 해야 한다. 우산을 쓰도 좋고 안 쓰고 비를 흠뻑 맞아도 좋다. 에스프레소 한잔 하면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구경도 해야 한다. 햇살이 좋은 날은 따스해서 좋고, 회색빛 흐린 날은 운치 있어서 좋고, 눈이 오는 날은 뽀도독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남편은 내가 참 특이하고 유별나다고 말한다.


 '유난스럽다. 그건 당신이 특별하다'는 문장을 읽고 나서 참 위로를 많이 받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한테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뭔가 내가 잘못하고 있거나 뭔가 내가 유별나게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남들은 하지 않는걸 나는 하고 있구나.'라며 스스로 조금 위축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젠 그 누군가에게 '유별나다'는 말을 들으면 그에게 얘기해 줄 것이다. "이 유난함이 나를 빛나게 해주고 있어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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