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본사는 투칸 Oct 01. 2021

코로나 시국을 살아가는 임산부와 백신(2)

일본에서 스웨덴 남자랑 애 낳고 기르는 이야기

(1)에 이어 계속


그리하여 이번 편은 모두가 궁금해할 본격적인 접종 후기.


나는 정기 검진을 간 김에 접종을 맞을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시판 타이레놀보다도 약발이 약한, 즉, 임산부가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을 받아뒀다. 그리고 혹시 모를 발열에 대비해서 해열시트도 미리 마련해두고, 접종 전날 이온 음료도 사뒀다.


접종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결전의 날을 맞이했다.




대망의 1차 접종 당일. 임신 주차로 15주 4일 되던 날이었다.


긴장 따위 1도 없이 스웨덴 남자와 점심을 신나게 먹고 접종을 맞으러 갔다. 대기 통로는 좁고 줄이 엄청 길어서 여기서 기다리다가 오히려 감염될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했으나, 기대보다 진행이 빨라서 병원에 입장한 지 10분 만에 접종이 끝났다.


참고로 나는 화이자를 맞았다. 일본은 대체로 지자체나 자위대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접종센터는 모더나, 각급 의원에서의 접종은 화이자로 고정되어 있다.


아날로그의 나라답게 접종 증명은 종이 서류에 스티커로 붙여준다. 스티커를 다 모으면 백신 여권을 받을 수 있어요^.^


1차 접종 후의 증상

접종 직후 : 접종 후 15분 대기 중에 이미 팔이 뻐근해짐을 느낌.

접종 후 1시간 경과 : 접종 부위 근육통 시작.

접종 후 3시간 경과 : 근육통이 점점 더 세짐.

접종 후 12시간 경과 : 접종한 팔이 잘 안 올라가긴 하나 열은 없음. 저녁밥도 잘 챙겨 먹고 꿀잠.

접종 후 24시간 경과 : 어깨 근육이 좀 뭉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접종 후 30시간 경과 : 갑자기 37.0도 정도로 미열이 발생. 혹시 몰라 아이스팩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있었더니 30분 만에 다시 정상 체온으로 돌아옴. 해열제는 먹지 않음.

접종 후 48시간 경과 : 체온은 정상. 접종부위 근육통도 거의 사라짐.




1차 접종은 부작용이라고 할 것도 없이 아주 평온하게 마무리되었다. 나보다 앞서 접종한 직장 동료나 친구들의 후기에 의하면 1차 때부터 38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가벼운 증상이었다.


그렇게 3주 후, 2차 접종을 맞이하게 되었다. 임신 주차로는 18주 4일째.


mRNA 백신은 1차보다 2차에서 더 심한 부작용을 겪는다는 말을 들어서 1차 때와는 달리 조금 긴장한 상태로 맞았다. 그리고 오른손잡이임에도 1차 접종에서 아무 생각 없이 오른팔에 접종을 맞았다가 근육통 때문에 고생한지라 이번엔 왼팔에 맞았다.


스티커 모으기 끝!


2차 접종 후의 증상

접종 직후 : 1차 보다도 별 증상이 없음.

접종 후 1시간 경과 : 오히려 접종 전에 쟀던 체온(36.6도) 보다 떨어짐.

접종 후 3시간 경과 : 너무나 멀쩡.

접종 후 8시간 경과 : 누웠다 일어날 때 조금 두통이 느껴짐. 열은 여전히 없음. 저녁밥 잘 먹고 잘 잠.

접종 후 20시간 경과 : 접종부위 근육통 외엔 이상 없음. 이케아에서 폭풍 쇼핑.

접종 후 30시간 경과 : 37.0~37.2도 사이의 미열과 두통이 발생. 예방 차원에서 저녁시간 내내 겨드랑이에 아이스팩을 끼우고, 이마에 해열시트를 붙여둠. 일부러 이온 음료를 많이 마심. 해열제는 먹지 않음.

접종 후 36시간 경과 : 잠들기 직전까지도 미열 상태가 계속되어 해열시트를 붙이고 잠듬.

접종 후 40시간 경과 : 도중에 깨서 화장실 다녀오는 김에 체온을 쟀더니 정상 체온으로 돌아옴.

접종 후 48시간 경과 : 열 없음. 접종부위 근육통은 조금 가라앉았으나, 가끔 접종부위가 가려움. 접종부위가 가려운 증상은 일주일 정도 감.

그리고 18주 무렵부터는 태동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는데, 접종 후에도 아기가 잘 노는 게 느껴짐.




그렇게 나는 기껏 처방받은 아세트아미노펜은 한

알도 먹지 않고, 이걸 부작용이라고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벼운 증상만 느낀  접종을 완료했다. 다소 허무하긴 했으나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야 말로 다행인 것이다. (부작용이 너무 없어서 항체가 생기긴 한 건지 걱정이긴 하다)


임산부 접종을 아시아권보다 먼저 시작한 북미권에서 임산부들의 접종 후기를 보면, 대다수가 경미한 부작용(미열, 두통, 근육통 등)만 겪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일본에서도 나보다 먼저 접종을 맞았던 임산부들의 후기는 생각보다 부작용이 가벼웠다는 내용이 대부분. 나 역시도 가벼운 부작용만 겪고 넘어갔으니, 뱃속 아기가 엄마를 지켜주는 건지. 믿거나 말거나.


더불어 이 글을 쓴 날 나는 20주 정밀 초음파를

보고 왔고, 아기는 아주 건강히 잘 자라고 있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국을 살아가는 임산부와 백신(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