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본사는 투칸 Jan 11. 2024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육아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메커니즘

보육원(어린이집) 하원 후에 슈퍼에 들렀다 집에 가는데, 마침 경찰차 한대가 경광등을 켜고 정차 중이었다. 경찰관들은 교통사고 수습을 하러 온 건지 운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바쁘게 메모를 하고 있었다. (일본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도 경찰에 신고 후 확인과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경광등을 켠 경찰차는 좀처럼 만나기 힘드니 유모차를 세우고 아이에게 잠시 구경을 시켜줬다. 날도 추웠던지라 집으로 가려고 유모차를 미는데 경찰차를 더 보고 싶었는지 ”삐뽀삐뽀!! 삐뽀삐뽀!!!“하고 아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터라 결국 다시 돌아와서 유모차를 경찰차 근처에 세웠다.


경찰관들은 때마침 업무를 마치고 차 안에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리고 흥분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경찰차를 보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주는 게 아닌가. 아이도 신나서 같이 손을 흔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는 “삐뽀삐뽀 봤지! 삐뽀삐뽀 바이바이!”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떠들었고, 다음날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삐뽀삐뽀 봤어!”를 외쳤다. 어른의 작은 친절은 두 살배기도 춤추게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집 앞 놀이터에 갔을 때, 유치원생 아이 하나가 나와 남편을 불러 세우더니, 자기가 수족관을 만들었으니 봐달라고 했다.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봤더니 모래 놀이터 한편에 직접 그린 물고기와 꽃게, 조개를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서 늘어두었다. 나와 남편은 호들갑을 떨며 리액션을 해주었고, 함께 있던 우리 집 아이는 꽃게 그림을 보고 꽃게춤을 추었다. 수족관을 만든 아이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며 각각의 그림이 무엇인지 신나게 설명했다.




나는 한국 경찰관의 친절에 반해 경찰관이 되기로 마음먹고 마침내 꿈을 이뤄낸 일본 소년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야말로 어른의 작은 친절이 한 사람의 장래를 바꾼 사례. 아이를 낳기 전에도 이 이야기는 좋아했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더욱 다른 차원의 감동이 되어 다가온다.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215800052




육아를 하다 보면 소소한 친절을 받을 때와 베풀 때가 생기곤 한다. 그리고 이런 친절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린 친구들의 마음에는 아주아주 기쁜 기억으로 남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순간, 이런 사례를 마주할 때면 늘 “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의 작은 행동이 어린 친구들에겐 어떤 형태로든 큰 파장이 되어 닿는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사람보다도 우선은 좋은 사람이고 싶어 진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어른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머리 속 꽃밭 넓이가 점점 넓어져만 간다. 육아 만세!


오늘도 작은 친구들에게 하나 배우고 간다. 내가 그들에게 가르쳐주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많음을 새삼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난감을 더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