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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달호 Nov 19. 2018

일본은 삼김과 샌드위치가 달라?!

[편의점 아저씨, 도쿄 편의점 탐방기 (06)]

한국에 돌아오니 친구들이 “일본 여행 잘 갔다왔냐”고 묻는데, 사실 나는 ‘여행’을 다녀온 느낌은 전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4박5일 오롯이 편의점에만 있었으니까. 한국에서도 편의점, 일본에서도 편의점. 이것이 내 운명인가 보다.


일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K씨의 편의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일본 편의점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한국과 확연히 다른 무엇이 느껴진다. 하루종일 분주하다. 손님이 많고, 직원도 많고, 상품 종류도 많고...... 단지 그것뿐일까? ‘뭔가 느낌이 다른데, 그게 뭐지?’하면서 며칠간 뚫어지게 매장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맞다, 그거다, 이유를 알았다.

물류센터에서 상품이 들어와 진열을 준비하는 일본 편의점 풍경

내가 한국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은 배송차량이 하루에 서너 번 정도 들어온다. 자정 무렵에 삼각김밥이랑 샌드위치, 도시락을 실은 차량이 가장 먼저 들어오고, 새벽에 담배, 음료, 과자만 따로 배송하는 차량이 들어온다. 점심 무렵에 우유나 과일이 들어오고, 일주일에 두 번 스타킹이나 생리대 같은 잡화류가 들어온다. 오후에는 삼긱김밥과 샌드위치, 도시락 2편의 도착한다. 그렇게 적으면 3번, 많아야 5번 정도 배송차량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K씨 편의점은 하루종일 배송차량이 가게 앞에 닿는다. 박스를 내려놓고 가고, 또 다른 차량이 와서 박스를 내려놓고 가고, 정말 쉼없이 물건을 내려놓는다. 그러고보니 K씨 편의점뿐 아니라 일본의 다른 편의점을 둘러보아도, 배송박스를 싣고 내리는 장면을 일상적으로 목격한 것 같다.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배송차량이 들어오는 겁니까?”


난데없이 그런 건 왜 묻느냐는 듯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하나 둘 손가락을 꼽아보던 K씨가 답한다. “아홉 번? 열 번? 아니...... 열한 번?”


숫자가 계속 늘어난다. 요일마다 다르지만 평균 열 번 정도는 되는 것 같단다.


“아니, 열 번이요? 왜 열 번이나 되는 거죠?”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도쿄도 서울만큼이나 교통체증이 심하다. 어차피 본사 물류창고에서 나오는 제품일 테니 비슷한 품목끼리 한꺼번에 실어오면 효율적일 텐데, 기름값 버려가며 왜 그렇게 분산해 가져오는 걸까?


대화를 하는 도중 샌드위치 배송 차량이 들어왔다. 의아해 물었다.


“조금 전에 삼각김밥이 들어왔지 않나요?”

“네..... 그랬죠.....”

“그런데 샌드위치가 왜 또  따로 들어옵니까?”


같은 한국인인데, 우리는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혼났다. K씨는 내 질문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일본 편의점이 한국과 다른 점을 그때는 깊이 알지 못했다.


“아까는 삼각김밥이 왔던 거고, 지금은 샌드위치가 들어오는 겁니다.”


갈수록 이해가 안됐다.


“아니...... 그러니까...... 삼각김밥이랑 샌드위치가 왜 따로 들어오냐구요.”


K씨가 멈칫했다.


“그럼 따로 들어오죠. 한국에서는 같이 들어옵니까?”


의아하기도 하고,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나는 멈칫했다.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는 당연히 같이 들어오죠.”


“‘당연’이라고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했던 K씨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18~19도에서 가장 맛있는 삼각김밥과 4~5도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가 어떻게 같은 배송박스에 담겨 들어올 수 있는 거죠? 그게 왜 당연한 거죠?”

일본 편의점의 삼각김밥 진열대(위)와 샌드위치 진열대. 보존 온도가 다르니 진열 위치도 완전히 다르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나는 또한번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면서도,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는 가장 맛있는 온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이들이 같은 배송차량에 실려오는 풍경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한 시스템을 나는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받아들였다. 그것들이 따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으면서 편의점을 운영해왔다.


한국의 상황을 설명해주자 그때야 내 질문의 이유가 이해된다는 듯 K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하며 또 혼잣말을 한다.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는 보존온도가 완전히 다른데 어떻게 한 차량에 올 수 있지?”


K씨, 이 잔인한 사람아! 이젠 아예 확인사살까지 해댄다.


일본 편의점주의 생각은 지극히 단순했다. 매장에서 그 온도에 보존하니까 배송차량까지 그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한 것은 때로 당연하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미처 생각지 못하다가,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듣게 될 때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크다.


도대체 일본인 당신들은........


(계속)


※ <편의점 아저씨, 일본 편의점 탐방기>는 브런치 연재를 묶어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연재에 앞선 작가의 책 : 매일 갑니다,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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