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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페 Sep 30. 2018

이해의 '시각예술' 공감의 '청각예술'

영상으로 음악을 완성시키다 (서론)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이해의 편의를 위해 예외는 배제하고 일반적인 시각에서 쓰인 글입니다.



시각예술과 청각예술


예술은 크게 시각예술과 청각예술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은 사용되는 감각에 의해 분류되는데, 시각예술은 회화, 조각, 건축처럼 인간의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을 칭하고 청각예술은 청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즉 우리가 듣는 모든 음악을 지칭한다.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특징들이지만, 본문의 이해를 위해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특징 몇 가지만 짚고 본론으로 넘어가 보려고 한다.


시각예술은 표현의 범위가 넓다. 감정이나 느낌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실체화시킬 수도 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낼 수도, 실제 하는 것에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덧붙여 색다르게 표현해 낼 수도 있다.


반면에 청각 예술은 표현 자체에 제약이 따른다. 이건 본질적으로 청각예술의 감상의 주체가 청각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소리엔 실체나 형태가 없기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청각예술의 표현은 감정, 혹은 느낌을 담아내는 정도에 그치지만 표현 자체에 제약이 따르는 만큼 표현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선 시각예술보다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이를테면, 화가와 음악가에게 "17년 겨울, 해가 지고 있는 광안리의 바다"와 같이 비교적 구체적인 대상을 표현해보라고 하자, 화가는 광안리의 분홍빛 노을과 한적한 해변, 그리고 광안리의 상징인 광안대교와 같은 광안리의 실제적이고 직관적인 특징을 잡아내어 그림 안에 담아낼 것이고, 음악가는 자신이 광안리의 해변을 보며 자신이 느끼고 있던 그 순간의 감정, 혹은 느낌과 같이 추상적인 특징을 음악 안에 담아낼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사람들이 감상할 때, 이미 시각적으로 물질화가 되어있는 그림을 본 사람들의 감상은 어떻게 이뤄질까, 일반적으로 "아, 겨울 광안리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구나" 정도의 감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 광안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한다면 화가의 역량과 의도에 따라 단지 겨울의 광안리를 그려낸 그저 그런 그림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시각예술은 이미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시각적으로 완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의 과정을 필요로 하며,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시각예술을 감상하는 견자(見者)와의 공감의 형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음악가의 음악을 들은 사람들의 감상은 어떻게 이뤄질까, 현대 음악에 추세에 맞춰 연주곡이 아닌 멜로디 안에 가사가 녹아있는 '노래'라고 가정을 해보자.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광안리의 바다'라면, 실제적인 형태가 없는 음악의 특성상 바닷소리를 백그라운드에 첨가한다던지, 가사를 통해 직, 간접적인 묘사를 하는 것과 같이 음악을 듣고 그 장소를 연상시킬 수 있을 만한 소스들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음악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광안리의 바닷소리를 직접 따서 넣는다고 한들, 구체적으로 광안리를 묘사한다고 한들, 소리엔 실체가 없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경험, 느낌, 감정상태에 따라 떠올리는 광안리의 모습은 제각기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청각 예술은 표현 자체엔 제약이 따르지만, 그 표현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선 훨씬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자.


위 글에서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시각예술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예술작품으로서의 올바른 이해, 공감을 위해선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며,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다'로 정리할 수 있고


청각예술은 표현 자체엔 제약이 따르지만 시각적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따로 없더라도 듣는 사람의 경험, 느낌, 감정상태를 토대로 곡의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걸 보고 알 수 있는 점은, 일반적으로 시각예술은 감상의 초점이 "이해"에 맞춰져 있고 청각 예술은 "공감"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이 모든 시각예술의 감상에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던가, 청각예술은 이해의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일반화되어서는 안 된다. 본질적으로 모든 예술은 밖에서 나온 걸 내 안으로 수용하는 수동태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는 곧 모든 예술의 감상엔 이해와 공감이 모두 이뤄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분명한건 예술이란 개념이 생긴 200년 전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 둘의 감상은 서로 다른 형태로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이 둘의 감상의 주체가 '시각'인지 아닌지에서 나온다.


시각예술에서 내가 대상을 보고,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이해하려는 능동성은 '내가 무언가를 본다'라는 행동에서 나온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회에 갔다. 내가 "작품의 감상"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간 이상 나는 작품을 보고 예술가가 무엇을 표현한 건지, 그 작품 안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건지 알려고 할 것이고,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설명란, 혹은 설명집을 참고할 것이다.


여기서 내가 설명집을 참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작품의 감상이란 목적에 의한 원활하고 올바른 이해를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내가 작품을 보고'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가 작품을 보고, 이해하려 하는 행동의 능동성은 내가 작품을 시각적으로 본다는 행동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청각예술은 어째서 감상의 초점이 '공감'에 맞춰져 있는 것일까, 이미 앞에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야기들 속에 답이 있다. 시각예술은 예술가가 의도적으로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라면 이미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시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완성이 되어있다. 이 말은 예술가가 작품을 어떤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해야할지에 대한 시각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것과 같고 그 다음 단계에 필요한 것은 "예술가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에 대한 이해일 뿐이다.



반면 청각예술은 어떤가, 작가가 아무리 노골적이고 직관적으로,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곡을 만든다 해도 결국 그것은 자신의 기준일 뿐이고, 대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왜? 표면적으로는 시각예술과 달리 시각적으로 완성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감상이 전적으로 감상자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가 살아온, 살아갈 삶이 다르듯 가치관과 생각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어차피 곡의 이해는 개인적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 듣는 이 모두가 이 음악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고 표현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며 누구의 이야기인가에 대해 알고 듣는다면 시각예술과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음악은 일부의 교양인만 즐길수 있는 사조주의의 고전음악에서 굳이 어떠한 지식이 없어도 삶과 일상에서 누구나 겪고 느낄 수 있는 감정, 느낌을 담아내는 현대음악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예술보다 놀이로써의 역할이 커지며, 구태여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예술로써 감상하는 사람보다 가벼운 여가, 놀이정도로 즐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일부 교양인에서 대중으로 전환되며 어렵고 난해한 작품 이해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선율을  통한 감정, 느낌의 동화, 곧 ‘공감’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치 신호등의 청색신호와 같다. 실제론 청록색이지만 누군가는 초록불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파란불이라고 한다. 하지만 청색신호의 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하니 건너도 된다는 의미가 중요한 것임을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음악에 있어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음악을 듣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 해진 것일 뿐이다.








이 글은 [영상으로 음악을 완성시키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서론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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