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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페 Jul 18. 2018

예술성과 대중성의 관계

Jacob Collier

   대부분의 현대음악이 제작됨에 있어 음악성과 대중성의 적절한 타협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약 120년 전, 일부 교양인들의 문화였던 "악파", "주의"의 근대음악은 흑인들이 의해 재즈가 태동함으로 일부 교양인들의 문화가 아닌 보다 넓은 계층, ‘대중’들의 음악이 되었고 변칙적이고 틀에서 벗어난 재즈의 특성으로 인해 리듬과 양식이 과거엔 볼 수 없던 다양성을 띠게 되면서 현대음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재즈는 가장 대중적인 음악으로서 수많은 음악인에게 연주되어왔지만 1940년대, 더 역동적이고 복잡하며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비밥과 1950-60년대, 비밥보다 더 즉흥적이면서 음악적 소통을 중요시하는 프리재즈가 재즈신에서 유행처럼 돌기 시작하며 음악을 가볍게 즐기는 대중들에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으로 인식되어 대중음악으로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잃어버렸다.

   반대로, 마냥 대중성을 쫓겠다고 유행하는 음악들을 레퍼런스라는 명목하에 무분별하게 따와서 공장돌리듯 찍어낸다면 어떻게 될지는 우린 이미 경험으로 알고있다. 2010년 전후반으로 데뷔한 수백의 아이돌 그룹 중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 몇이나 있는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아진 지금의 아이돌들은 과거에 생긴 실력보단 외모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벗겨낸 상태인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주기로 범세계적으로 흥행하는 플래티넘 히트작들, 그런 게 바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둘 다 잡은게 아니야?”라고. 맞다. 그 어려운걸 해냈기 때문에 그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것이다.

   그렇기에 음악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루고 싶다면 십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이거나, 음악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을 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지만 자신의 음악적 색깔이 담겨있도록, 하지만 종종 타협이란 걸 모르고 그냥 자기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있다. 태반은 너무 딥해서 대중에게 도태되고 잊혀지지만 그중 가끔씩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뮤지션이 있다.



   그중 눈여겨보고 있는 뮤지션이 바로 Jacob collier라는 뮤지션인데 재즈신 차세대 초특급 신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제이콥의 디스코그래피는 꽤나 특이한편이다.



   유튜브에 1인 다 역 아카펠라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며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다.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내긴했지만 진입장벽이 없는 유튜버라는 플랫폼의 특성과 일인다역 아카펠라라는 생각보다 흔한 유튜브의 컨텐츠 때문인지 이때까진 그냥 재능있는 일반인 정도의 느낌이었을라나

   하지만 머지않아 스티비 원더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를 제이콥식으로 편곡한 영상은 보컬, 연주, 믹싱, 편곡 뭐 하나 부족함없이 꽉찬 사운드와 구성으로 정말 10대의 소년이 만든 1인 작업물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이 영상이 제이콥의 커리어가 시작하게 된 계기로 제이콥은 이 영상하나로 전 세계 재즈 거장들의 눈에 들게 되었고 머지않아 퀸시 존스는 아예 제이콥을 재즈페스티벌을 데리고 다니며 재즈 팬들에게 제이콥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듯 지천에 널린 재능들 중에서 정말 돋보이도록 특별한가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그 생각이 조금씩 들때쯤 본 영상이 바로 In The Bleak Midwinter, 이 영상이 바로 지천에 깔린 미친재능사이에서 제이콥이 특출나게 돋보이도록 만들어준 영상이다. 우스갯소리로 전세계 음악인들을 영상하나로 좌절시켰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제이콥이 보여준 재능은 압도적이었다.



   미분음이란 이 음악은 미분음에 관한 영상이기에 미분음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미분음이란 반음보다 작은 음정을 말한다.


   소리란 건 진폭, 진동수, 파형의 모양 이렇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있는데 진폭은 소리의 크기, 진동수는 소리의 높낮이, 파형의 모양은 음색을 결정짓는다.

   미분음은 이중 진동수와 관련이 있는데, 사람은 인위적으로 이상적인 12개의 기준음을 만들어놓고 기준 음 사이의 최소한의 거리 단위를 반음으로 지정해놓았다.


좀 더 쉬운 설명을 위해 열두개의 기준음중 라(A)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라(A)의 주파수는 440 Hz
반음을 올린 라#(A#)의 주파수는  466.1 Hz

기준음 사이의 최소한의 거리는 반음이기 때문에 각 건반마다 내야 할 소리가 지정되어있는 피아노는 정상적으로 튜닝이 되어있다는 가정하에 라와 라#(440Hz-466.1Hz) 사이에 있는 음을 연주할 수 없다. 이 440Hz - 466.1Hz 사이에 있는 음들을 미분음이라고 한다. (정해진 주파수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길고 짧은 음들을 미분음이라 이해하면 된다)

   머리로 아는것과 직접 해내는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미 온몸이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주파수에 익숙해져있는 우리들은 물론, 어지간한 음악인에게도 이 미분음을 음악에 이용한다는것은 엄청난 음악적 이해를 요하는 작업인데, 제이콥은 미분음을 이용해 편곡을하고, 직접 노래까지한다.


   이 음악속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4분15초, 서로 다른 10개의 미분음들이 쌓여 화음을 만들어내는 부분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1주일정도 됐는데 이 부분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포스팅을 하고 싶어 어떤 음이 어떤 식으로 쓰인 건지 알아보려고 주파수측정기, 튜닝기도 써보고 미분음에 관해 따로찾아보기도 했지만 역시 나의 지식은 내 바램만큼 깊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제 어느정도 이해를 했지만 도저히 어떤식으로 설명을 해야 이해를 도울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건 4분 15초부터 4분 24초 사이에 제이콥이 보여준 1/4음들의 배열은 나에게 박혀있던 미분음에 대한 인식과 개념자체가 바뀌게 될 정도로 정말 경이로울 지경의 화려하고 조화로운 진행이라는점이다.

   그렇다고 이해하려 너무 애쓰면서 음악을 들을필요는없다. 그저 미묘하게 몸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 만으로도 음악을 충분히 가치있고 빛나게 해준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상이다. 카펜터스의 close to you를 제이콥 식으로 편곡한 라이브 영상인데 아마 3분까지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지만 3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기존의 화음 체계를 완전 박살 내버리는대담하고 유려한 화음 사용, 범인들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난해하고 복잡한 제이콥의 편곡때문에 당황스러움을 느낄수도 있다.

   이런 음악은 평소에 듣던 다름 음악들과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저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고 제이콥을 향한 사람들의 환호에 의구심을 느낄수도있다.


   하지만 분명 낯설고 들어본 적 없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음처럼 보일지라도 제이콥에 의해 철저하게 계산되고 의도되어 기존에 박혀있던 틀을 깨고 나온 연주이기 때문에, 그런 제이콥의 음악이 생각보다 중독성있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이콥에게 열광하는것이다.

   대중적이란 건, 달리 표현하자면 익숙하다는 말과 같다. 예를 들어 머니 코드라던가 C(1)-F(4)-G(5)의 진행.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진행 방식임이 입증된 코드 진행이다. 어떻게 연주를 하건 이 진행대로만 하면 음이 굉장히 조화롭게 들려서 많은 뮤지션들이 애용하지만, 새로운 느낌은 주기 힘들다

   반대로 음악적이란 건, 달리 표현하자면 낯설다는 말과 비슷하다.이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왠지 모를 미묘한 이질감을 주는 것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음악에 긴장감을 줄 수도 있고, 다른 여러 효과를 줄 수 있다.(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1차원적으로 설명했지만 논란의 요지가 있는 말이니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말자)

   책과 글을 많이 읽고 쓸 줄 아는 사람과 책은 고사하고 인터넷 뉴스나 글조차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의 표현력의 차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제이콥은 유튜브에서 시작하여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래미 편곡 부문에서 2개의 상을 휩쓸었고 여태동안 제이콥이 보여줬던 음악들은 정말 이걸 재즈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정도로 파격적이고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기존에 있던 재즈와 전혀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재즈 신의 판도를 바꾸고 생기를 불어넣고있다.

   아직은 낯선 제이콥의 음악이 과연 10년, 20년이 지난 후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음악으로 들릴지, 아니면 정말 다른 의미의 새로운 재즈를 현대음악에 정착시킬지는 두고 봐야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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