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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한집사 Jul 13. 2021

꼬닥꼬닥 살아가기

나에게 그린다는 것은…..

작년… 어느 고양이 작가의 펜드로잉 엽서를 보면서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래서 색연필도 사고 다이소에서 공책 한권도 사고 연필을 잡아 보았는데… 무언가를 그린다는 생각이 나를 가로 막고 있었다.

어릴 때는 그냥 생각 나는대로 막힘없이 그리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이 그려지질 않는다.


교육으로 경직된 사고의 틀에 갇힌 것일까?

삶의 두께가 나의 그리는 생각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일까?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렵다는 고정관념 이라는 녀석이 있는건 아닐까?


정말 아이들은 생각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야기도 만들어 내는데….. 나는 ???

그래서 인터넷 폭풍 검색으로 핀터레스트란 앱을 찾아내고 그때부터 이 앱은 나의 스승이 되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생활을 보여주듯이 많은 부분들에서 정보를 담아내고 있다.

우선 고양이와 드로잉, 수채화, 가방만들기, 자수 뜨개 방을 만들고 좋은 정보들을 수집하고 간단한 그림부터 그려보기로 했다.

나의 첫그림 ㅎㅎ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잘~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 그런데 잘~~ 이 문제 였다.

잘~ 그린다는 것은 어떻게 그려야 하는 걸까?

그림의 종류는 너무 많았고 기법들도 다양해서 혼란 속을 헤엄쳐 다니다가 그냥 무작정 그려가지고는 그 상태만 맴돌것 같았다.


그러던 중 서귀포에 있는 한 카페에서 펜드로잉 수업을 8주차로 한다는 인스타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제주 집과 돌담을 소담하게 그려내시는 선생님을 만나 펜드로잉 세계 입문 ㅎㅎ

드로잉 펜도 사고 드로잉 용지도 구입하여 기초부터 차근차근~~~

처음에 6명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3명만 남게 되었다.  

각자의 사정이야 많겠지만 그림을 지속한다는 것은 습관들이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란것을 알게 되었다.


펜으로 선을 긋기전 사물의 모양을 먼저 연필로 스케치하고 그 다음 드로잉 펜으로 선을 따며 펜드로잉을 완성해 가는 과정……..수 많은 반복과 연습이 필요한 시간들이다.

마침 한림에 있는 서점에서 온라인으로 100일 드로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기로 했다.

매일 100일 동안 그려서 단톡방에 올리는 작업…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 100일 드로잉은 손녀가 태어나서 82번으로 중단하고 다음 100일 드로잉은 두번 다 끝까지 ㅎㅎㅎ



무엇인가를 매일 해서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인거 같다.


100일을 쉬지 않고 매일 그림을 그려 올린다는 것은

다 한 후에야 알 수 있는 자신에게 주는 뿌듯함이 자신감을 선물한다.


처음에는 연필로 지우고 지우기를 반복 하다가

펜 선의 흐름을 따라 가다가

1년이 되는 날 나는 비로소 연필을 졸업하고 펜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못 그릴 것이 없다.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드디어 펜 선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그리는 것에 대한 어색함이나 망설임, 주저함이 없다.



사람들은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 한다.

내가 생각 하기에 잘~~ 그린 다는 것은 비교의식이나 고정된 관념이 아닐까 한다.

나의 그림이면 충분한데..

내가 그리는 주체인데..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자신을 선으로 색으로 표현해 내는 과정인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가면서

본연의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직된 교육과 비교 우위의 사회가 만들어낸 가면 같은 것..


그림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솔직한 나의 내면에 감추어진 선과 색을 찾아내는 숨바꼭질 같은 거 ..


오롯이

그림 그리는 순간 순간들이 은여울 처럼 반짝이는 기쁨을 건져 올려

자유로움을 가슴 가득 채우는

그것이

바로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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