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붕 떠 있을 때에는 행동이 부산스럽다. 집중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간지러워서 참지 못했다. 머리를 쓸고, 귀 뒤로 넘기고, 또 넘겼다. 이참에 숏커트를 해 볼까? 1초 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머리를 묶으니 조금 나았다.
저녁이 되면 알아서 절반이 지워지는 화장의 마법이 조금 더 발전하길 바랐다. 기왕이면 100퍼센트 지워지면 좋겠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이제 글을 써!’ 웅장한 셀프 잔소리가 내면에 울렸다.
글을 쓰기 전 압박감에 정신을 놓는다. 내가 고안한 방법은 의식의 흐름대로 타이핑하기이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아 어떻게든 글을 끝맺는 게 목표다. 집에 도착하면 그땐 게임 끝이다. 뭔가를 집어 먹을 테고, 손가락은 왓챠를 켜 이어 보기를 기어이 누를 테고, 씻기도 전에 ‘일단 눕고 보자’는 심산일 테다. 글쓰기는 내일 해도 내 인생을 망하지 않을 것이니까.
3분 후면 나는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머리카락이 또 얼굴을 간지럽힌다. 손가락도, 마음도, 머리카락도, 화장도 부산스럽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짧은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