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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향하는 무지개에 승선한 선원들

태평양 위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온 두 번째 편지


며칠 뒤면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한국에 도착합니다. "2015 딴거하자 투어"를 위해 한국으로 오고 있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하루는 어떨까요? 그리고 어떤 선원들이 타고 있을까요? 박태현 해양보호 캠페이너가 두 번째 편지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산으로 향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두 번째 편지드립니다.


한국이  가까워질수록 배의 흔들림이 더 심해져 이젠 멀미약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쏟아질 듯 수 많은 별을 보노라면 뭍으로 돌아가지 못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엔 지난번 편지에서 소개해 드린다고 말씀드렸던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생활과 선원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정감 어린 기상 알림과 대청소로 여는 아침


매일 아침, 기상은 오전 7시 30분입니다. 보통 새벽 4-8시 불침번 선원이 각 선실을 돌며 모닝콜을 해 줍니다. 기계 알람 소리로 시작하는 하루보다 훨씬 더 정감 있지 않나요?^^

아침 8시부터 선원들은 대청소를 시작합니다. 선박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화장실까지 말끔히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 집에 돌아가서도  실천해봐야겠어요(계속 실천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요…).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정말 하루 만에 청소가 필요하게 됩니다. 청소당번은 화장실, 웨트룸, 복도, 식당, 라운지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매일 아침 청소하고 싶은 공간에 자발적으로 이름을 적어요. 생각보다 화장실 당번을 좋아하더라고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직책을 떠나 다 같이 청소하는 선원들의 태도는 참 본 받을 게 많은 거 같아요.


청소가 끝나면 각자의 일정으로 돌아갑니다(현재는 방문지를 향해 가는 여정 중이기 때문에 캠페인이 진행될 때의 일정과는 다소 상이할 수 있답니다.).


엔지니어들은 엔진방으로, 갑판원들은 갑판장이 주는 업무(도구 씻기, 페인트 작업 등)를 시작합니다. 항해사는 3교대로 나누어 24시간 내내 해양상태와 배의 이동상황을 예의 주시합니다. 배의 속도, 불어오는 바람, 해상교통 상황을 살피면서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안전운항을 담당하죠.


무지개의 항해를 지탱하는 선원들의 성실한 움직임


선장님은 수시로 나와 함교의 수 많은 컴퓨터, 기계, 계량기 등을 확인 하고 돛의 각도, 속도, 방향 등에 대한 지시를 합니다. 무전실에서는 배 안팎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무선통신사들이 일을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인터넷과 무선 교신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이분들은 정말 신기한 분들인 거 같아요.

배에서는 한 명 한 명 누구나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을 담당 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맡은 일들은 굉장히 전문적이어서 배에 승선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저는 어떤 담당자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수면 위에 우아하게 떠있는 백조가 사실 수면 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차며 헤엄하고 있듯이, 매끄럽고 평화롭게 움직이고 있는 이 배는 사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발을 차고 있는 선원들의 움직임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배에서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데에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분이 한 명 더 있죠. 바로 요리사예요. 요리사는 우리 모두의 아침, 점심, 저녁을 담당하고 있어요. 선원 중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 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2번만 고기 식단이 나오지만, 고기 반찬이 없어도 정말 매일, 매끼, ‘엄마 밥’만큼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준답니다.

배 안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일도 도전적인 업무가 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돛을 올리고 항해하고 있기 때문에 배가 오른쪽으로 10~12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기울기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 기울기에서는 걸을 때에도 발에 큰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배에서의 생활은 땅에서는 너무나 당연해서 흔히 잊고 사는 모든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시간 같아요.


15개 나라에서 온 19명의 선원들


현재 레인보우 워리어호에는 저를 포함해 총 19명이 승선하고 있습니다. 약 15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선원들은 국적을 넘어 환경보호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한 배에 모였습니다. 한국,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호주,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독일, 네덜란드, 콜롬비아, 터키, 인도네시아, 그리고 피지. 선원들의 다양성은 우리가 현재 당면한 환경문제가 나라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다 같이 힘써 해결해야 하는 지구촌 공동의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줍니다.

선원 중 몇몇 분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먼저, 피터 윌콕스 선장님(미국)은 그린피스의 활동 방식 ‘IDEAL(조사, 기록, 폭로, 행동, 로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헌신적인 자세로 본이 되어 배를 이끄는 멋진  분이라는 게 잘 느껴집니다. 피터 선장님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 많은 그린피스 캠페인에 참여했고, 수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중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피터 선장님은 2013년 북극해 원유 시추에 반대하는 평화적인 직접행동을 펼쳤다가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의해 억류 및  구금당했던 30인의 활동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북극 보호를 염원하는 전 세계 수 백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비폭력 시위를 벌였던 그는 두 달이 넘는 러시아 유치장 생활을 해야 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어느 때 보다 더 열심히 그린피스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석유기업 쉘(Shell)이 북극 원유 시추를 포기하고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누구보다 기뻐했죠.


호주에서 온 무선통신사 스티브는 이번 항해가 첫 항해입니다.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기 전에 사회에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그린피스에 들어왔고 합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2015 딴거하자 투어’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는 것을 보며, 그린피스 활동가 모두가 함께 협력해 하나의 캠페인을 완성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캠페인에만  몰두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스티브는 태권도의 본고장을 방문한다는 것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기도 합니다.


무지개를 타고 한국을 만날 기대에 부풀다


1등 항해사인 페르난도는 바다를 사랑하고 항해를 사랑하는 스페인의 진정한 바닷사람입니다. 2007년 항해사 자격으로 그린피스 스페인 사무소에서 처음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북해에서 태평양까지 안 가본 바다가 없을 정도입니다. 페르난도에게 그린피스에서의 활동이란, 환경운동과 환경감시선을 통해 이루어 내는 변화라는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실제 환경파괴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여정이라는 의미도 크다고 합니다. 특히 북극에서 목격한 환경문제와 2011년 후쿠시마의 원전 위험을 목격하면서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상업 선박이나 크루즈선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직접 목격한 페르난도는 문제를 일으키는 편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편에서 자신의 항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큰 행복을 느낀답니다.


불가리아에서 온 요르단은 처음 학생 시절 때 인턴을 통해 그린피스를 접하게 됐습니다. 등산을 좋아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금도 불가리아에 있는 작은 NGO에도 때때로 봉사자로 참여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의 에너지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선진국이자 IT 기술의 선두 주자 격인 한국이 아직도 더러운 석탄과 위험한 원전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이 두 에너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는 것을 듣고는 경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딴거하자 투어’를 통해 한국 시민들과 재생가능 에너지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에너지에 대해 대화할 수 있기를 가장 기대하고 있답니다.


부산, 인천 오픈 보트에서 직접 선원들을 만나요!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에는 항상 자원봉사로  함께하는 갑판원들이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그린피스의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죠. 태평양을 건너 한국로 향하는 이번 항해에서 이분들이 없었다면 웃을 일도 적었을 것이고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캠페이너인 저로선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이고 헌신된 태도에서 그린피스 운동의 희망을 보며 결의를 다지게 됩니다.


선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다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이 부족해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답니다. 제가 소개하지 못한 선원들의 이야기들은 오픈 보트를 통해 생생하게 확인해 보실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며칠 후면 ‘2015 딴거하자 투어’로 한국 시민들을 만나러 태평양을 항해 중인 이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선원들은 벌써 한국말도 조금씩 배우면서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와 함께 부산, 인천에서 만나요!


태평양을 건너 부산으로 향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박태현 그린피스 해양보호 캠페이너 드림



▶ 부산(10일, 11일, 17일, 18일)과 인천(24일, 25일)에서 진행되는 오픈 보트에 참여하세요! [신청하기]

* 10일, 11일 진행되는 부산 오픈보트 참가 신청은 오늘(7일) 자정까지만 가능합니다! 얼른 서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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