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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비 대란을 준비하는 현명한 자세

이어지는 폭염 소식 속 냉방비로 1년 중 전기 요금이 가장 많이 나오는 8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연이은 전기 요금 인상 속에서 특히 저소득층의 상대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냉방비 대란의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올 8월, 전기요금 10만원 돌파 유력


우리나라 전력소비는 계절성이 강합니다. 일년 중 주택용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달은 무더운 8월입니다. 가장 적은 달은 냉난방 수요가 적은 5월입니다. 지난 5년 평균을 보면 8월 주택용전력소비는 5월보다 51%나 많았습니다. 매월 내는 전기요금도 8월이 가장 비쌉니다. 2022년 8월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은 73,589원이었는데, 5월의 41,126원 대비 79%나 높았습니다.


그런데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0월, 올해 1월, 올해 5월, 도합 세 차례 올랐습니다. 7월에도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유보되었습니다. 이러한 요금인상의 이유는 LNG와 석탄의 가격 급등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가구당 부담하는 전기요금이 치솟고 있는데, 2023년 3월 주택용 가구당 평균 요금은 53,016원으로, 2022년 3월대비 22.7% 올랐습니다.


한국전력 사이버 지점에서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 예상표를 제공합니다. 22년 8월 주택용 저압기준(일부 아파트 제외한 주택용 소비자의 약 75%가 해당) 사용량 570kWh을 적용해서 23년 8월에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만 112,366원이고, 여기에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을 더하면 23년 8월 전기요금은 11만원 선이 됩니다. 사상 최초로 전기요금이 월 10만원을 돌파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료: 한국전력, 그린피스 추산. 잇단 전기요금 인상으로 가구당 전기요금이 2023년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소득 하위 계층이 더 크게 느끼는 에너지 요금 인상


앞선 계산은 가구당 평균입니다. 소득 하위 계층은 에너지를 덜 쓰지만 에너지비용 증가 부담은 훨씬 큽니다. 통계청은 소득 분위별 지출을 분기별로 발표하는데, 냉난방 관련 지출은 ‘주거 수도 광열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3년 1분기, 5분위 소득 구간 중 최하 구간인 1분위(20%)의 주거 수도 광열비는 30만 4,709원이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어났고 소득 대비 비중은 28.3%로 전년 동기 대비 3.1%pt 상승했습니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사실상 비용 증가를 주도했습니다. 소득 분위별로 비교하면 1분위의 증감률과 상승폭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비중이 무려 28.3%에 이르렀음이 눈에 띕니다.


이 통계는 어떤 의미일까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상대적 부담이 소득이 낮을 수록 훨씬 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는 1분기만 비교한 수치이고, 전기요금은 2분기(5월)에 한 차례 더 올랐습니다. 본격적인 냉방 수요로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달은 7월과 8월입니다. 즉, 올 여름 소득 하위 계층 중심으로 냉방비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합니다. 이제 매해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 대란은 함께하는 이벤트가 된 것일까요?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 소득 하위 계층에 복지확대가 고육지책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룰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전력은 2022년 32.6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대비 연료비가 15.2조원, 민간전력사로 부터 전력구입비가 20.3조원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증가는 LNG와 석탄가격 급등때문입니다. 한전은 2022년 4월부터 7월, 10월, 2023년 1월, 5월까지 총 다섯 차례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6.2조원이었습니다.


필수 공공재인 전기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는 단순한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업활동에서 적자가 이어지다 보니 쓸 돈이 부족합니다. 이러자 전력설비에 대한 ‘투자’를 늦추거나 줄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이나 생활의 질, 국가경쟁력 저하가 걱정됩니다. 한전은 부족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채권발행을 크게 늘려야 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설마 한전이 부도야 나겠어?’라는 생각이 깔려있기에 한전 채권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런데, 이 불똥은 엉뚱하게 일반 기업에게 튀었습니다.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살 수 있는 금액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한전으로 그 수요가 몰리다 보니 일반 기업의 채권이 외면을 당한거죠. 해당기업들이 채권으로 돈을 못 모으니 급전을 마련하러 다니는 아찔한 상황이 지난해 가을 연출되었습니다. 금융당국이 나서 지금은 겨우 진정은 시켜놓은 상태이나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도 전혀 아닙니다. 이렇듯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상당하여 더 이상 전기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금번 7월에는 ‘국민부담’을 고려하여 유보가 되었지만 말이죠.


정부의 선택은 전기요금 인상 폭을 최소화 하며, 소득하위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고육지책이죠. 여기에서 에너지 복지는 겨울철 지원 위주인 에너지바우처 제도 운영과 한국전력의 기초수급생활자와 차상위 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정액할인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에너지바우처나 전기요금 정액 할인이 냉난방비 대란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습니다.


일년 중 주택용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달은 냉난방 수요가 가장 큰 8월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생산비용 감소가 궁극적인 해결책


냉난방비 대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문제를 유발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을 떨어뜨리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전기요금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선 석탄과 LNG, 두 화석연료 발전원에 대한 의존을 현저히 줄여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에 기댈 순 없는 노릇입니다. 안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오랜 건설기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이 걸림돌입니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답입니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발전소에 비해서 발전용량 대비 투자비가 더 들지만 연료비가 없기에 운영비용은 낮습니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단가는 설비효율이 향상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며 뚜렷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배너를 들고 있다

에너지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현명한 자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 글로벌 에너지 투자 금액을 약 2.8조 달러(약 3,620조원)로 예측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에 약 1.7조 달러(약 2,260조원), 석탄,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에 약 1.1조달러(약 1,360조원)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 를 강화했는데, 이 흐름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럴진데 한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비율(RPS)을 일률적으로 낮추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30.2%에서 21.6%로 낮추었습니다. 전 세계가 가는 길과 반대이고, 작금의 냉난방비 대란에 대비하는 올바른 자세도 아닙니다. 정부는 글로벌 통계를 보고 ‘에너지 안보’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확산에 걸림돌인 금융 문제(대출 제한 요건, 높은 보증비용 등) 해소, 풍력발전 확대에 걸림돌인 복잡한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은 ‘한전의 적자’와 상관없이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자료: IEA. IEA는 Covid-19 팬데믹 회복과 글로벌 에너지 위기 대응이 글로벌 청정에너지 확산에 주요한 동력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인상이 누구 탓, 무엇 탓하며 시간을 끌 때가 아닙니다. 당장의 8월이 어떤 이들의 삶에는 ‘대란’이 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에너지 가격, 나아가 에너지 안보를 향한 바른 행보는 재생에너지 확대입니다. 다음 세대에 기후위기의 짐을 떠 넘기지 말고, 하루 빨리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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