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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의제화를 위한 그린피스의 여정

IMO 총회라고도 불리는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가 10월 2일부터 개최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해양 보호 관련 국제회의로 10월 4일 방사성 폐기물 관련 회의 때 오염수 방류 관련해 논의될 예정입니다. 

30년 전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에서 일본 정부의 주도로 방사성 폐기물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전례 없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며 30년 전 이룬 역사적인 성과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습니다. 


1993년 그린피스가 러시아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폭로하여 추가적인 투기를 막아내고 런던협약 개정까지 이어지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사진 속 활동가들은 러시아 핵폐기물 해양 투기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 의제화 무슨 의미가 있는가?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는 폐기물 해양 투기로부터 해양 오염을 방지하는 국제 협약에 근거한 회의입니다. 폐기물 해양 투기의 역사를 근절하고 해양 생태계가 보호될 수 있도록 당사국 대표들이 참석하여 논의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국제회의로 오는 10월에는 88개국 국가들이 참석합니다. 

그린피스는 핵폐기물 해양 투기 감시와 해양 생태계 보호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수십년간 당사국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2019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계획임을 확인한 직후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총회 내에서 오염수 방류가 의제화될 수 있도록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당사국 총회 내에서 논의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주장합니다. 오염수를 국제기준에 맞춰 방류하고 있어 ‘처리수’라고 불러야 하며, 파이프라인을 타고 해저로 방류되기에 투기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일본 정부는 방류라는 답을 정해놓고 다른 대안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며 불리한 대답들은 피하고 있습니다. 마치 완전 범죄를 꿈꾸는 것처럼 말입니다.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 현장 출처 : 국제해사기구 IMO


하지만 역사는 이미 기록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이미 그린피스와 일부 국가들이 제출한 의견서와 총회 발언으로 지난 4년간 런던협약·런던 의정서 회의 문건에 여러 차례 기록됐습니다. 

그린피스는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 내 최초로 의견서를 제출하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국제협약 위반 사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최인접국인 한국 정부에서도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편 다른 단체 및 국가에서 그린피스의 과학적 조사 및 주장을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총회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가 논의 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8월 2일 그린피스가 제출한 의견서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의 처리 현황, 관리 그리고 계획에 관한 우려와 질문을 전달하였습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기술에 관한 사항과 삼중수소 제거 기술 검토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답변을 요청하였습니다. 

●2021년 8월 20일 그린피스가 제출한 의견서 

두 번째로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런던협약·런던 의정서 산하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한 워크숍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원자력 산업계를 주장하는 IAEA에서는 방류에 대한 검토만 진행하고 있기에 방류 외 대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그린피스의 의견서 내용을 근거로 IMO 총회 의견서를 제출하고 해양 생태계 위협과 최인접국가로서의 우려를 표했지만 올해 당사국 총회에서 보일 입장은 이미 우려스럽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5년 후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사선 영향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오염수 방류, 최선인가요?


그린피스는 2021년 총회에 참석하여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산하에 과학자 실무 그룹을 조성하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장기 보관과 최선의 처리 기술을 후쿠시마 제1원전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1993년 러시아가 핵폐기물 투기를 중단하며 수락한 국제사회 지원과 비슷한 제안이었죠.


일본은 2021년 10월 런던협약·런던의정서 회의에서 나온 제안들을 거부했고, 미국, 프랑스, 영국이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와 칠레, 중국, 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와 팔라우 정부는 실무그룹에서 방류의 대안을 검토하자는 안에 찬성했습니다. 만장일치에 따라 운영되는 회의에서 일본의 반대가 있다 보니, 대안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한 차례 방류를 끝냈고, 내년 3월까지 3차례 추가 방류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IAEA는 방류가 끝날 때까지 후쿠시마에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류는 언제 끝나는 것인가요? 


방류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2051년까지 폐로를 계획하고 있기에 오염수는 30여년간 방류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린피스는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후쿠시마 원전 폐로 기술을 분석 내용을 발표하고 오염수 방류가 폐로 완료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초르노빌 원전보다 핵연료가 2배 더 많이 남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는 이번 세기 내 해결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폐로가 될 때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는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과해 바다로 방류됩니다. 런던협약 내 투기에 대한 규정 중 ‘사람이 만든 구조물’에서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으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연결된 파이프라인은 이 규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IAEA에서 제공하는 자료로 해양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성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과학적인 접근을 위해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에서의 논의를 멈출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작년 IMO 총회 법률국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투기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해저 파이프를 통해 방류되는 오염수를 단계적으로 구분했을 경우 런던협약 내 투기로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런던협약에 해당하지 않는 의제라도 건설적인 해결책을 위한 것이라면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1993년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런던협약 총회를 앞두고 방사성 폐기물 해양 투기 전면 금지를 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오염수 방류, 국제법 위반입니다


비록 IMO 총회 법률국에선 방류가 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1928년 설립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 ICRP)의 방사선 방호 기본 원칙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방사선 노출로 인한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입니다. 정당성 원칙에 의해 방사선 노출이 있을 경우 그것으로 인한 피해보다 이익이 더 커야 하며, 최적화 원칙에 의해 방사선 노출은 가능한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위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논의 되어야 하며 국제협약과 국제법 위반 부분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유엔해양법(UNCLOS) 제290조를 근거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국제법 대응을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6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사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사진 뒷편에 후쿠시마 원전이 작게 보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전 지구적인 위협입니다. 해양 생태계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방사능 오염의 역사는 시민들이 기억하고 심판할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항상 그래왔듯 그 여정에 시민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안전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그린피스의 캠페인은 지속될 것입니다. 


다음 3부에선 10월 4일 IMO 총회에서 논의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건에 대한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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