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것
'삐비비비빅-삐비비비빅'
사악한 알람을 듣고 일어나서 물을 한잔 마신다. 급하게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출근한다. 사무실의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를 들이켠다. 곧바로 자연이 부른다. 화장실로 직행하여 똥 싸면서 돈을 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배변활동을 하면서 돈을 번 다는 것에 만족한다. 돌아와서 상쾌한 기분으로 회의 준비를 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장건강 리즈 생활이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 나날들이었다. 상쾌한 배변활동! 무겁지 않은 배! 난생처음으로 매일 건강하게 똥을 싸는 경험을 했다. 이렇게 좋은 거였어?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짧은 시간 안에 볼일을 마칠 수 있어 화장실 안이나 밖, 누군가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 냄새가 퍼질 시간도 짧으니 사용 후 남겨질 향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정말 좋았던 건 아침에 장을 비우니 상쾌했다. 출근은 싫었지만 가볍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백수로 돌아온 나의 몸은 다시 하루에 한 번은 고사하고 다시 일주일에 몇 번 가지 못하는 변비를 가진 사람으로 돌아왔다.
평생을 변비를 가진 채로 살아온 사람은 무엇이 잘 못 됐는지도 모른다. 나처럼. 당연하게 모두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15분 정도는 앉아있다가 오는 것이었으며, 일주일에 2-3번 가는 게 평균인줄 알았다. 어느 날 혈육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나는 쉬 싸는 거보다 똥 싸는 게 더 빨라! 훅 하고 끝이니까"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우리가 작은 거라고 부를 땐 모든 과정이 더 작고 쉬워서 작은 거라고 하고, 큰 거라고 부를 때는 더 큰일을 감당해야 하니까 인데 그 둘이 어떻게 바뀔 수 있단 말인가. 자고로 큰 것이라 함은 묵혀왔던 것을 한 번에 배출해 내는 시간이므로 한 번에 그렇게 빠르게 끝날 수가 없는 것이거늘..!
부럽기도 했다. 우리는 똥을 싸러 화장실에 들어가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나는 정말 큰 일이라도 하려는 듯 앞뒤로 넉넉한 시간을 잡아야 했고 아무도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붕 뜬 시간을 노려야 했다. 밖에서는 웬만해서는 똥을 싸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편했고 그러면 그 친구는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무거운 배를 종일 잡고 집으로 돌아와도 바로 배출할 수 있지도 않았다. 그에 반해 혈육은 (나의 눈엔) 마치 소풍이라도 떠나는 듯 화장실로 쓰윽 들어갔다가 바로 쓰윽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물을 내리는 소리가 난 듯한 스피드였다. 그러니까 뭔갈 싸긴 싼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삶의 질이 달랐다. 항상 부른 배를 잡고 어쩌다가 오는 기회를 자주 놓치는 나는 무거운 몸을 데리고 다니느라 힘겨웠다. 하지만 혈육은 마치 화장실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신체를 이루는 중요한 건강 요소의 하나를 계속이고 다니는 사람과 그것의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건강한 사람. 잠깐이지만 그 생활을 경험했었던 지라 그 차이가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쉽게 화장실을 가는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겐 유독 어떤 특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