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똥수저란 똥 싸는 데에 타고난 이들을 뜻한다
[똥수저] : 장건강이 타고난 자로 태어날 때부터 똥에 대한 고민 없이 살아온 자. 먹자마자 바로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
나는 삼 남매 중 둘째이다. 그리고 셋 중 나만 똥수저를 타고나지 못하였다. 위로 언니와 아래로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둘 모두 똥수저다. 아빠를 닮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안타깝게도 나만 엄마를 닮았다(똥관련해서는).
그들의 특징 중 제일 두드러지는 점은 외형적으로 말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똥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그들은 식사를 하면 바로 화장실에 간다. 몸에서 흡수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다. 하루에 한 번이 뭐야, 세 번도 간다. 아침 먹고 똥 점심 먹고 똥 저녁 먹고 똥 야식 먹고 또 똥.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그들에게 기껏 좋은 거 먹여놨더니 바로 배출해서 아깝기도 했단다(나한테는 그런 말 안 하셨음).
유산균을 먹고 나서 나타나는 효과도 다르다. 그들이 잘 맞는 유산균을 먹으면 화장실을 덜 간다. 그야말로 나와는 반대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살면서 똥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그들은 똥 얘기를 아주 쉽게 한다. 나는 똥은 그야말로 큰일을 보는 것이었으므로 사람들 앞에서 잘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데 그들은 어딜 가서나 "나 똥 싸고 올게"를 쉽게 외치곤 한다. 아니 그걸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고 간다고? 행여나 화장실에 앉아있는 시간에 돌아올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변비인은 그들의 대담함이 놀랍기만 하다. 물론 그들은 화장실을 구경만 하고 온듯한 스피드로 순식간에 돌아온다. 벌써?
최근에 나의 절친한 친구가 된 이도 똥수저다. 처음 그를 봤을 땐 얇디얇은 슬렌더 체형이라 소식가겠구나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엄청난 그의 식성에 놀라곤 했다. 무난하게 2인분을 뱃속으로 집어넣고도 뒤돌면 배가 고프다고 하였다. 이건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나? 에너지가 들어간 만큼 축적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그런데 역시 나는 역시나. 그는 똥수저였다.
그는 심심하면 똥을 싸러 간다. 이렇게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똥 싼다고 얘기를 한다. 혹은 싸고 왔다고.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도 갑자기 똥을 싼다. 친해지기 전, 어색한 사이였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똥을 싸러 갔다. 나는 괜스레 자리를 피해주곤 했었는데 그는 그런 나에게 변기에 앉은 채로 말을 걸었다.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이 정도 사이인가? 이건 가족이나 되어야 가능한 상황 아닌가? 그는 똥 얘기에 거침이 없었고 화장실이라는 공간도 아주 친숙하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내가 느끼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하도록 하겠다).
지금은 내가 똥 싸러 간다고 하면 축하와 응원을 받는 사이가 되었지만, 나는 처음 본 사람에게 똥얘기를 잘하지 않는다. 적당히 친한 사람과 도 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마음이 편해진 사람과 와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 그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화장실에 들어가 똥을 싸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이렇게 변비인이 쓴 다소 서러운 글을 보고도 가볍게 웃어넘긴다면 그 사람은 필히 똥수저일 것이다.
다음은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