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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May 09. 2019

우리는 왜 마름을 선망하는가

섭식장애와 프로아나에 대하여

  '먹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처음 듣는 단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먹고 토하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체중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도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81%가 여성이었다. '마른' 체형을 선망하게 만드는 사회적인 구조가 여성에게 훨씬 각박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프로아나(pro-ana, pro-anorexi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지경이다. 프로아나란 pro와 anorexia(거식증)의 합성어로 가식증 혹은 지나치게 마른 몸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일종의 섭식장애라고도 볼 수 있으나, 본인이 그것을 '선망'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거식증과는 차이를 갖는다.


  특히 웹툰과 같은 매체에서 살이 찌는 게 두려워 의도적으로 구토를 하는 여성을 보게 된다. 네이버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 (기맹기 작)에 나오는 등장인물 수아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체중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다.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워 속을 게워낸다.

내 ID는 강남미인! - 수아

  신체에 대한 압박을 뚱뚱하거나 못생긴 사람들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예쁜 여성들은 예쁜대로, 못생긴 여성들은 못생긴대로 사회의 시선에 재단받으며 그 속에서 갑갑한 코르셋을 조이게 된다. 이러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개인을 옥죄면 옥죌수록, 각각의 개인들은 점점 망가져간다.

  사회에서 마른 몸이 정상적인 것마냥 여성들을 압박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예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위 사진은 다이어트 제품의 광고 이미지인데, 사실 68kg은 절대로 저런 체형이 나올 수 없다. 그럼에도 과장된 이미지를 붙여 넣는다. 이것은 하나의 광고에 불과하지만, 왜곡된 현실이 조금씩 모이고 모이다보면 어느새 여성들은 정상체중 이어도, 심지어 저체중이라고 해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 사람이 어떤 피부색을 가졌든, 어떤 머리모양을 했든, 눈이 크든 작든, 체형이 어떻든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스스로의 몸매에는 각박할 정도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 결과 섭식장애를 선망하고, 성인여성이라면 비정상적인 30kg, 그 이하의 몸무게를 원하게 된다.

  무엇이 여성을 망가뜨렸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코르셋이라고 불리는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들, 고정관념들. 여자는 48kg이 넘으면 뚱뚱한 거라는 획일적인 시선들. 마치 진열된 물품처럼, 화단에 꽃처럼 재단하는 그 시선들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래야만 여성도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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