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캘리아재 Jan 21. 2019

사진의, 사진에 의한, 사진을 위한 여행

현지인이 추천하는 샌프란시스코 관광코스 #2-2


나는 사람들한테 사진을 괜찮게 찍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사진에 대한 지식이 없다. 노출도 모르고 감도도 잘 모른다. 내 비결은 단지 한 가지이다. 발길이 머무는 모든 장소에서 수십 장의 사진을 수많은 구도와 각도로 토 나오게 찍어 준다. 내 사진 철학은 수십 장 수백 장을 찍어서 딱 한 장만 건지면 된다..이다. 내가 사진의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 사실 많은 경우에 상대방의 의사는 뒷전이고, 어쩌면 난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즐겁고 보람된 것은 대부분의 이들이 내 노가다(?) 작업의 결과물에 흡족해한다는 것이다.





Day 2 두 번째


6) Painted Ladies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주차를 찾는 일이 난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요즘 시내는 어딜 가나 주차 찾는 게 고역이다. 주차를 찾다가 빡치는 경우가 많다. 이곳 페인티드 레이디스(Painted Ladies)는 알라모 스퀘어 공원(Alamo Square Park) 맞은편에 위치한 몇 개의 주택들을 지칭하는 것인데 굉장히 유명한 사진 스팟이다. 웨딩 촬영도 많이 찍고 현지인들도 피크닉을 엄청 많이 온다. 샌프란시스코 기념엽서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스팟이기는 한데, 사실 큰 관광지라고 하긴 어렵고 냉정히 말하자면 정말 그냥 사진만 찍으러 오면 되는 곳이다. 알라모 스퀘어의 잔디밭에 올라서서 시내 쪽을 향해 바라보면 6채의 오래된 빅토리안 양식의 예쁜 집과 그 뒤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빌딩들의 모습이 겹쳐서 펼쳐진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뭔가 색다른 느낌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 백 년 동안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낭만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새 시대의 스카이라인이 희한하게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앉는 알라모 스퀘어. 멀리 보이는 가장 높은 건물은 2018년 그랜드 오프닝 한 세일즈포스타워.


귀엽쥬..



7) City View Dim sum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 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크다. 그만큼 전통 있는 맛집들도 수없이 많은데 우리는 내가 자주 가는 단골 딤섬집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을 꽤나 든든히 먹었기에 사실 배가 많이 고프지도 않았다. 난 일식과 더불어 딤섬을 너무 좋아한다. 물론 딤섬 요리 자체의 가격이 싸지는 않기 때문에 자주 먹지는 못한다. 이 식당은 회사에서 가까워서 동료들과도 종종 찾는 곳이다. 딤섬 전문점의 가장 좋은 점은 일단 자리에 앉으면 음식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너무 좋다. 손님의 엉덩이가 의자에 미처 닿기도 전에 온갖 종류의 딤섬을 가득 채우 카트들이 옆으로 다가오고 원하는 걸 그저 간단히 달라고만 하면 된다. (샤오롱바오와 슈마이 종류는 한국인 입맛엔 실패할 수 없는 메뉴이다!) 이곳이 최고의 딤섬 집은 절대로 네버 아니다. 하지만 다른 딤섬집은 엄청 비싼 경우도 많은데 이곳은 가성비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식당 이름을 자신 있게 공개하는 것이다. (Fun fact - 이곳은 Eater San Francisco의 21개 최고의 딤섬집에 최근에 5번째로 뽑히기도 했다, 2018년 11월 Link)



딤섬.. 넘나도 맛있는 것



8) Haight-Ashbury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마친 후 트윈 픽스를 들르기 전에 어디를 갈까 조금 망설이다가 갑자기 내가 많이 가본 시내의 다른 관광지들이 왠지 지겹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해이트 애쉬베리 (Haight-Ashbury) 지역에 친구를 데리고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친구 놈은 아예 어딜 가야겠다는 계획을 일도 짜 오지 않았다. 사실 이 동네는 정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지역이다. 한마로 묘사하자면 히피 문화의 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진입장벽이 좀 높다. 우리가 막 도착할 때쯤 이곳 중심의 어느 옷가게에서 모델을 뽑는 오디션을 진행 중이었는데 길에 한 명 한 명 전부 충격적인 옷차림들의 사람들이 수십 명 이상 떼로 벽에 기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줄 서있었다. 특이한 스타일을 캘리포니아에서 그동안 수 없이 많이 접한 나에게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스타일은 가히 충격적일 때가 많다. 친구 녀석의 눈이 못볼꼴을 본냥 휘둥그레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길거리 곳곳에는 커다란 개를 옆에 끼고 떡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온몸에 피어싱과 문신을 하고 기타를 치며 구걸을 하는 히피족들이 많아서 그런 광경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에 온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도 이 지역이 가지는 상징성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Fun fact - 역사적으로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부터 자유를 꿈꾸며 규정과 틀에 저항하는 히피 문화의 온상지로 자리 잡았고 오랫동안 그 독특한 문화를 잃지 않고 지켜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엄청 빈티지한 물건들을 파는 샵들이 많아서 빈티지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려서 레어템을 건질 만한 샵들이 꽤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온다면 조금은 충격적이면서도 굉장히 이국적인 동네이다.)



타투,피어싱 샵들은 기본이고, 신기한 빈티지 샵들이 많다. 오른쪽은충격적인 옷차림으로 오디션 보던 옷가게 앞.
뭔가 이런 알록달록한 상점이 많다.



9) Twin Peaks

해이트 애쉬베리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고 트윈 픽스(Twin Peaks)로 바로 이동했다. 어찌 보면 금문교와 더불어 샌프란시스코를 감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트윈 픽스이다. 정상은 똑같은 모양의 두 개의 봉우리처럼 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야경으로 되게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보러 이곳에 많이 오는데 사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야경은 비추한다. 야경이 예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닌데, 일단 높은 산 위에 올라가기 때문에 바람이 엄청 많이 불고 밤에는 항상 추워서 좋은 인물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또 사진 타령..) 여행에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낮과 밤에 각각 한 번씩 가보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화창한 날 낮에 오르는 게 더 꼼꼼히 도시의 모습을 360도로 감상하기에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를 조금 밑쪽에 세워놓고 봉우리를 걸어 오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좋다.



10) Alcatraz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 나와 시차 때문에 피곤했던 친구는 알카트래즈(Alcatraz) 투어를 하기 전에 집에 들러 한 시간가량 낮잠을 잤다. 조금 개운해진 상태로 보트를 타기 위해 Pier 33으로 이동했다. 알카트래즈는 예전 절대 탈출할 수 없는 감옥으로 위용을 떨쳤던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앞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 위에 지어진 이 감옥은 지금은 오디오 가이드 투어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워낙 유명하기에 영화와 미드에서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 그 악명 높은 마피아의 대명사 알 카포네(Al Capone)가 수감되어 있었던 걸로도 유명하다. 감옥이 존재하는 동안 탈출을 시도한 사람들은 있었어도 살아서 발견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 위의 을씨년스러운 감옥이라니..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다. 시체가 끝까지 발견되지 않은 탈출범들이 있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섬 주변 파도가 말도 못 하게 세고, 조류가 빠르며, 또 바닷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파도에 얻어맞고 얼어 죽었을 확률이 현실적으로 높다고 한다. 아무튼 이 감옥은 1970년대에 이후에 관광지로 지정되었는데 이곳의 투어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많아서 친구가 오기 전 한 달 전쯤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낮에 하는 투어와 밤에 하는 좀 더 스페셜한 투어가 있는데, 가격차이가 별로 나지 않기에 기왕 하는 김에 저녁 6시에 시작하는 나이트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덕분에 애매해진 저녁시간으로 인해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보트를 타고 이동 중에 선상에서 파는 핫도그를 하나씩 사 먹었다. 이미 사 먹기 전에 알긴 했지만 정말 비싸고 작고 거지 같은 맛이었다. 투어는 생각보다 상당히 짜임새 있고 나름 흥미로웠다. 감옥 안을 천천히 이동하면서 감옥에서 있었던 실제 해프닝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처럼 듣는 형식이었는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어서 친구도 문제없이 투어를 즐길 수 있었다.



투어는 감옥안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실제 재소자과 그들이 갇혀 있던 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알카트라즈가 문을 닫기 전 마지막 날이었던 1963년 3월 2일의 식사 메뉴판


 


친구의 일정이 너무 짧은 관계로 샌프란 시스코 시내 투어는 이 정도로 마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시내 관광에 하루를 더 할애할 수도 있었지만 친구에게 좀 더 넓은 자연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피어 39(Pier 39)와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arf)조차도 과감히 계획에서 빼버렸다. 뭐 그냥 내 개인적으로 그곳이 왜 관광지로 각광받는지는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뿐이다. 그 밖에도 보여 주지 못한 곳이 너무나도 많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할 수밖에.



Day 2 루트:

1) Golden Gate Bridge (Battery-Spencer) - 2) Sausalito - 3) Palace of Fine Arts - 4) Mama's on Washington - 5) Coit Tower - 6) Painted Ladies - 7) City View Dimsum - 8) Haight-Ashbury - 9) Twin Peaks - 10) Alcatraz








Pier 14를 거닐며 바라본 샌프란 시스코 다운타운이 눈부시다.


작가의 이전글 사진의, 사진에 의한, 사진을 위한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