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요?
의사 선생님을 앞에 두고 나는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수없이 되뇌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기도했다. 하지만 삶은 참 잔인하다. 비쩍 마른 의사 선생님이 눈앞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뱉었던 말을 되새겨보면 대강 이러했다.
종양의 형태 등으로 비춰 보았을 때 악성종양이 거의 확실합니다. 자 그러면 가장 궁금해하실 것이 이게 과연 수술이 되느냐.. 완치가 되느냐.. 네, 안 됩니다. 이미 여기, 저기, 자 이렇게 전이가 되었고요.. 어쩌고 저쩌고.. 입원을 해서 조금 더 검사를 진행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니 이걸 이렇게 될 때까지 어떻게 그냥 두셨어요.
우리 가족은 할 말을 잃었다.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절망이었다. 더러 절망이 있던 인생이었다. 하지만 이건 지금까지와는 톤이 다른 절망이었다. 멍하니 이야기를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병실이 나지 않아서 아직 기다려야 한댔다. 입원을 결정하고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왔다.
아버지는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려 전화를 하셨고, 나는 미리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와 밖에서 전화를 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 묻는 친구의 전화에 나는 그제야 눈물이 터져 나왔다. 퉁퉁 부은 눈으로 통화를 하고 있던 날 엄마가 보고 데려갔다. 엄마가 내가 우는 걸 보지 않길 원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짐도 크게 꾸려오지 않았다. 다시 나는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나의 일을 준비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삶은 잠시도 날 가만 두지 않았다. 나는 내 삶에게 크게 얻어맞았다. 두들겨 맞았다. 얻어터졌다. 마음은 찢어졌다.
그날 저녁 병실이 났고, 짐을 꾸려 입원 수속을 하러 가는 길에 엄마는 갑자기 차라리 절에 들어가겠다고 말씀하셨다. 아빠와 나, 동생은 그럴 수 없었다. 남들이 이 병에 대해 뭐라 하든, 우리 가족은 엄마를 낫게 해야 한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엄마를 설득하여 입원을 시켰고, 나는 보호자 침대에 남았다. 그날 저녁부터 여러 가지 검사를 위한 금식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