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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바 Jul 06. 2024

영수의 시각3

폭력적인 첫사랑

영수는 노력했음에도 터져나오는 갈등에 대해서 참기 어려워했다. 노력에 대해서 정당한 보상을 삶의 원동력으로 살아왔던 그기에 분명 세상은 그렇지 않은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현실을 실제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영수는 노력했지만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세로 접근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자신의 자존심은 중요했고 스스로의 매력은 말하기보다 들어주고, 듬직하게 내 할 일을 해나가는게 핵심이라는 보수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매번 갈등이 있을때마다 고쳐야될 점을 생각하면서도 점차 몰려오는 일터로의 진입이 과거 학창시절로의 복귀로와 같게 느껴져 초조해했다. 뭔가 준비해야 할 것 같고 뭔가 대비해야 할 것 같은, 중요한시간에 대해 과하게 힘을 주는, 여행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 보였다. 영수의 노력은 점점 왜곡되며 사랑과는 괴리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영수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런 영수를 잘 보듬어 어떤게 문제인지 제시하고 설득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갈만한 여유가 점점 없어졌고 이미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영수의 삶에서 감정이란 흐름을 바꿔야 하는 것에 불과했다. 현실을 살면서 대부분의 감정은 현실의 삶을 방해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 감정의 흐름을 빨리 바꿔낼수록 현실을 사는데에 더 유리했다. 그는 감정이 힘들때면 어떻게든 그 감정을 빨리 전환하고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노하우가 분명 우리가 원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그 시도를 하려했다. 내 경험을 들이밀고 감정을 전환하도록 하는, 수용을 원하는 사람에게 절대 해서는 안될 이야기들을 이미 아플대로 아픈 사람에게 들이 밀었다.


우리의 말들은 영수가 받아들이기에 날카롭고 너무나 가슴아팠다. 그리고 영수는 그 어휘들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점점 거기에 무뎌지고 그 뜻을 원의미보다 평가절하해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영수에게 그 어휘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정서적으로 너무도 거대한 것들이였고 사랑하는 이에게 부족한 자신의 노력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기에 자기방어적으로 그것을 상대의 나약함으로 포장해버렸기 때문이다. 영수는 그 감정을 받아내기 급급했지 결국 근본적으로 그것에 대해 탐구하는데 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것은 그 거대한 감정에 있어서 직면할 용기가 부족한 것이였을수도, 상대에 대한 안쓰러움과 시간을 주면 스스로 이겨낼수 있을거라는 자기편의적 믿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영수의 경험에 따르면 우리의 힘든 현실에서 그 감정의 문제를 들쑤시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였다. 


영수는 자주 안심했다. 얼굴만 봐도 여전히 좋았고 상처들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기에 우리의 얼굴속에 숨어있었던 숨은 그림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우리가 전하는 미안함, 사랑, 호의들을 보고 오히려 종종 우리가 만났을때와 떨어졌을때의 감정기복이 심하다고 속으로 단정지어버렸다. 사실 우리는 영수를 사랑하기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의무감과 죄책감에 깊은 내면을 덮은채로 가면을 쓰고 만난것이였다.


우리의 고통에 사실 영수가 가장 큰 문제였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걸 받아들이면 영수는 도저히 우리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영수는 스스로 받았던 상처와 기대의 좌절들을 잘 덮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가 바라는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에게는 지금까지 자신이 그 거대한 고통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은 또 하나의 기대의 좌절이자 관계의 붕괴를 의미했다. 과거의 문제가 곪고 골았는데 그것을 앞으로 잘 해결해나간다 한들 우리의 삶에 영수가 그동안 가장 큰 문제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 관계는 끝이 날 것만 같았다. 두려움에 빠진 영수는 정말 사랑했던 우리를 잃고 싶지 않았고 우리의 힘듦에 자꾸 다른 원인을 가져다 붙혔다. 그것은 우리를 점점 더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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