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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바 Sep 04. 2023

네덜란드: 두가지 자유

늦깎이 독일 교환학생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역을 나서서 중앙역 뒤쪽으로 나가면 페리 선착장과 넓은 운하가 보인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나로서는 신기하고 멋있었다. 도시에 비둘기가 아닌 발에 물갈퀴가 달린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신기했다. 그러나 중앙역 정면으로 나가자마자 뒤섞인 담배와 대마 냄새는 예쁜 풍경과 맛있는 음식 모두를 뒤덮어버렸다. 만약 물속에서 여행을 한다면 숨을 참느라 예쁜 풍경을 제대로 즐길수 없는 것처럼 대마, 담배 냄새 속에서 암스테르담의 예쁜 풍경을 즐길수 없었다.


1. 암스테르담에서의 자유

암스테르담의 자유는 내가 느끼기에는 부정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각적으로는 트램, 자전거, 오토바이, 현지인, 관광객, 관광 보트, 일반 보트들이 조화를 이룬다기 보다는 혼란스럽게 뒤얽혀 있는 것 같았고 후각적으로는 담배와 대마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대한민국 문화가 몸에 익은 나는 청각적, 후각적 편안함을 위해서 애써 그나마 잔잔한 운하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관광객 입장에서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것은 홍등가와 대마이다. 성매매의 합법화는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토론 주제이다. 평소 나는 성매매 합법화에 크게 반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성적 보수성에 대한 반발에 기인한 것 같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를 보고 성범죄율의 감소라는 효과를 보더라도 성매매를 허용하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거리전체가 노래없는 클럽같았다. 그 전부터 느껴졌던 대마, 담배 냄새가 한층 더 자욱하게 깔렸고, 술에 취한 사람들, 관광객들로 거리가 붐볐다. 빨간 불빛 아래에서는 성매매 하는 분들이 한명씩 서있었다. 이런 인상적인 장면들은 그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충분할 것 같았다. '성매매 합법'은 그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그 도시가 '성매매가 합법'인 도시라고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현재 형성해나가고 있는 한국적 이미지와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관광객들에게 한국?하면 성매매!가 가장먼저 튀어나오는 상황이 얼마나 이질적인가.


영양소 균형을 완전히 무시했던 유명한 팬케이크

암스테르담의 음식 중에서 유명하다고 등장하는 음식들은 자유와 방임 속에서 달고 짠 것만 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에서는 서브웨이나 케밥을 먹을수 밖에 없었다. 유난히 거주하는 시민들 중에 비만이 많아 보였던 것은 이때문일까.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화장실은 개찰구 안과 밖모두 유료였다. 그리고 예쁜 경치에 비해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적었다. 또한 기차역 개찰구 밖의 화장실은 물론 안의 화장실까지 모두 유료였으며 기차역 근처에 서있던 경찰들은 담배를 피며 동료와 농담하는 것에 바빠보였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끼는 이름바 '해가 되는 자유'는 대부분의 국가, 도시에서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위생법으로 식당들의 식품위생, 영양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마약, 성매매 등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 자유로운 도시를 외치는 암스테르담에서 사실은 그 '해가 되는 자유'를 도시 마케팅으로 활용하며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2. 덴하그(헤이그)에서의 자유

덴하그의 자유는 긍정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 같았다. 네덜란드 국회의사당을 의미하는 비넨호프 앞은 시민들이 설치한 점포로 북적였고 인도와 자전거도로는 잘 구분되어 있었으며 암스테르담의 대마, 홍등가와 대비되게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형사재판소가 자유와 평화의 상징마냥 자리하고 있었다.

비넨호프와 노점
국제형사재판소
국제사법재판소

암스테르담에서는 복잡한 길과 많은 인파속에서 자전거를 빌릴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헤이그에서는 자전거를 빌렸다. 그렇게 정돈 잘되고 예쁜 자전거 도로는 처음봤다. 도시는 평화로웠고 날씨는 좋았으며 적절한 인파, 바다와 운하, 자전거, 자동차가 조화로웠다.


과거에 네덜란드는 동인도 회사를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의 중심지였고, 우리가 잘 아는 일본의 개항기도 네덜란드로부터 촉발되었다. 그만큼 향해에 진심인 네덜란드는 현재 국토의 50%가량이 해수면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는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교통수단일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자유'를 상징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육지에서는 자전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1인당 1개 이상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인들은 여러개의 중형도시로 이루어져 있는 나라 특성상 자전거로 가고싶은 어디든 갈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우리나라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나면 주차문제로 고민하고 교통체증에 시름하는 일이 줄어들고 시민의 이동권이 강화되어 더 자유로운 나라가 될까? 물론 서울 집중화 속 긴 통근거리가 강제되는 상황에서 자전거가 지하철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덴하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전거 탄 경찰

헤이그에는 암스테르담보다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비 경찰의 수가 많아 보였다. 한번은 우리가 자전거 탈 수 없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자, 우리에게 다가와, '나는 여기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원래 타서는 안되는 곳이야' 라고 부드럽게 말했던 기억이난다.


존 스튜어트 밀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은 맑은 공기를 마실 자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자유, 편안히 쉴 자유, 자유롭게 이동할 자유를 침해하면서 자유를 남용했고 도시에서는 이를 방관했다. 반면 헤이그의 사람들은 밀이 말한 자유를 실현하는 것 같았고, 도시 역시 그런 자유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적절하게 공권력을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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